4,280조 유동성, 서울 아파트 두 번 사고도 남는 돈의 진짜 의미
부동산 시장의 전문가들은 종종 시중 통화량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많은 사람들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합니다. 2025년 5월 기준 약 4,280조 원에 달하는 시중 통화량은 단순히 큰 숫자로만 인식될 뿐입니다. 하지만 이 돈이 얼마나 엄청난 규모인지 구체적인 비교를 통해 살펴보면 그 진정한 의미를 깨달을 수 있습니다.
상상을 초월하는 4,280조 원의 규모
현재 시중에 풀려 있는 통화량 4,280조원은 실로 엄청난 규모입니다. 전국 아파트 시가총액(500세대 이상 단지 기준 약 3,928조원)을 모두 사고도 350조원 이상이 남으며, 서울 아파트 시가총액(약 1,800조원)을 모두 매입하고도 2,479조원이 남는 돈입니다. 이는 강남, 서초, 송파를 포함한 서울 전체 아파트를 사고도 막대한 금액이 남는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주식 시장과 비교해 보아도 그 규모는 확연히 드러납니다. 2025년 7월 10일 기준 코스피 시가총액은 약 2,600조원 수준인데, 시중 통화량은 이보다 1,600조원 이상 많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LG에너지솔루션 등 국내 대표 기업들을 모두 합친 것보다 시중에 도는 돈이 훨씬 많다는 뜻입니다. 이러한 비교를 통해 약 4,280조원이라는 통화량이 얼마나 거대한 유동성인지 실감할 수 있습니다.
억눌린 수요와 갈 곳 찾는 유동성
지난 2월, 정부가 토지거래허가구역을 일시적으로 해제했을 때 강남권 부동산 시장은 즉각적으로 들썩였습니다. 매물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호가는 억 단위로 뛰어올랐으며, 중개업소에서는 “팔 수 있는 매물이 없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습니다. 이는 규제에 억눌려 있던 수요가 작은 틈만 생겨도 어떻게 시장으로 몰려드는지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건이었습니다.
현재 부동산 시장은 대출 규제와 실거주 요건, 미발표된 여러 규제들로 인해 거래량이 급격히 감소하며 수요가 억눌려 있는 상황입니다. 하지만 이는 자금이 사라진 것이 아니라 단순히 다른 투자처를 찾아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합니다. 최근 코스피가 연고점을 경신하며 3200선을 넘어섰고, 일본과 미국 부동산 투자 및 비트코인 등 가상화폐 시장도 활발한 모습을 보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상들이 모두 시중 통화량에서 직접적으로 비롯되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전반적인 유동성 증가가 다양한 투자처로 자금을 유인하고 있음은 분명합니다.
정책 변화와 자산 전환의 결정적 순간
현재와 같은 정부의 정책 기조가 한동안 유지될 가능성이 높지만, 부동산 규제가 영원히 지속될 수는 없습니다. 경기 침체가 심화되거나 부동산 시장이 과도하게 위축될 경우 정책 기조는 완화될 수 있습니다. 약 4,280조원에 달하는 이 거대한 유동성은 끊임없이 투자처를 찾아 움직일 것이며, 부동산 외 다른 자산군에서 예상치 못한 변화를 만들어낼 수도 있습니다.
만약 주식 시장이 불안해지거나 해외 투자에서 환율 리스크가 커지는 상황이 발생하면, 부동산은 다시금 “안전자산”으로 인식될 수 있습니다. 그 순간, 약 4,280조원의 유동성이 다시 부동산 시장으로 회귀하려는 움직임이 나타날 수 있습니다. 지난 2월 토지거래허가구역 해제 당시의 시장 반응은 부동산 수요가 얼마나 강력하며, 정책 변화에 시장이 얼마나 민감하게 반응하는지를 보여주었습니다.
약 4,280조원이라는 거대한 유동성의 존재를 인식하고 시장 변화에 선제적으로 대비하는 것이 현명한 투자자의 자세입니다. 경제도 타이밍이고, 부동산도 타이밍이기 때문입니다.
하나은행 리빙트러스트컨설팅부
부동산전문위원 김화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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