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한 집에서 세입자가 숨졌다면…

일반매매와 경매, 대응은 어떻게 달라질까?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계약한 집에서 세입자가 숨졌다면...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조금 무거운 이야기를 하고자 합니다. 실무 현장에서 드물지만 실제로 마주칠 수 있는 사례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이런 경우입니다. 아파트 매매계약을 하고 중도금까지 치렀습니다. 잔금 전에 인테리어 견적을 보려고 집 안에 들어갔는데, 그곳에 살던 세입자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실을 알게 됩니다.

경매에서도 비슷한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낙찰을 받고 현장을 확인하는 과정에서 과거 해당 주택에서 중대한 사망사건이 있었다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는 경우입니다.

이런 분들이 가장 먼저 묻는 질문은 똑같습니다.

“이 계약, 무를 수 있나요?”

여기서의 대응방법은 일반매매냐 경매냐에 따라 크게 달라집니다.

먼저 한 가지 전제를 말씀드립니다.

자살 등 이른바 ‘심리적 하자’를 이유로 한 부동산 매매 문제를 일반적으로 정리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습니다. 자연사나 모든 사망사고가 자살·살인 등과 동일하게 취급되는 것도 아닙니다. 사건의 성격과 발생시점, 계약에 미친 영향 등에 따라 결론이 달라질 수 있는 영역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고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계약한 집에서 세입자가 숨졌다면...

1. 일반매매: 다툴 수 있는 길이 열려 있다

일반매매에서는 매도인이 그 사실을 알고도 알리지 않았는지가 중요한 쟁점 중 하나입니다.

부동산 거래에서 상대방이 어떤 사실을 알았다면 계약을 하지 않았을 것이 명백할 정도로 중요한 사항이라면,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이를 알려야 할 의무가 인정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매도인이 중대한 사망사건을 알고 있으면서 매수인에게 알리지 않았다면 계약 취소나 손해배상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실제 하급심 판결도 있습니다.

과거 서울지방법원은 매매계약 체결 약 3개월 전 아파트에서 방화로 인한 사망사건이 발생했는데 이를 알지 못하고 계약한 매수인에 대해, 이러한 사정이 주거용 아파트 매매에서 중요한 사항에 해당한다고 봤습니다.

매수인이 이를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으로 보고 계약의 중요부분에 관한 착오를 이유로 계약 취소를 인정했습니다.

다만 이 사건은 자살사건이 아니라 방화로 인한 사망사건이었다는 점은 구분해서 볼 필요가 있습니다.

결국 사망사고가 있었다는 이유만으로 모든 계약을 취소할 수 있는 것은 아닙니다.

사건이 언제 발생했는지, 어떤 사건이었는지, 매도인이 이를 알고 있었는지, 사건이 발생한 뒤 얼마나 시간이 지났는지, 매수인이 이를 알았다면 계약하지 않았을 것인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합니다.

학계에서도 살인이나 자살 등이 발생한 장소라는 사실 때문에 매수인이 강한 심리적 거부감을 느끼고 부동산 거래가치에도 영향을 받는 경우 이를 이른바 ‘심리적 하자’로 볼 수 있는지를 놓고 논의가 이어져 왔습니다.

다만 국내에서는 아직 이를 일반적인 법리로 확립한 대법원 판례가 있는 것은 아니어서 개별 사안에 따라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중도금 후, 잔금 전에 일어난 일이라면?

여기서 반드시 구분해야 할 상황이 있습니다.

계약 전에 있었던 일을 매도인이 숨긴 경우와 계약을 체결한 뒤 잔금 전에 새롭게 사건이 발생한 경우는 법적으로 다른 문제입니다.

계약 이후 세입자가 숨진 경우라면 계약 당시 매도인이 이미 존재하던 사실을 숨긴 것이 아니므로 기존 사실에 대한 고지의무 위반 논리를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습니다.

계약 체결 이후 새롭게 발생한 사정이 매매목적물의 가치와 계약 목적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그 위험을 어느 당사자가 부담해야 하는지 등이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 상황을 직접 다룬 확립된 대법원 판례는 확인되지 않습니다.

게다가 중도금까지 정상적으로 지급했다면 통상 계약의 이행에 착수한 것으로 볼 수 있어 계약금을 포기하고 일방적으로 계약을 해제하는 방식은 원칙적으로 어렵습니다.

다만 이것이 어떠한 이유로도 계약을 해제하거나 취소할 수 없다는 뜻은 아닙니다. 별도의 법정 해제·취소 사유가 있는지, 계약서에 관련 특약이 있는지는 따로 살펴봐야 합니다.

판례가 충분히 축적되지 않은 상황이라면 소송만 생각하기보다 매도인과 합의해제나 잔금 조정을 협의하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협의 과정에서는 사건의 경위, 특수청소 비용, 실제 거래가격에 미칠 영향 등을 객관적인 자료로 정리해두는 것이 도움이 됩니다.

계약한 집에서 세입자가 숨졌다면...

2. 경매: 일반매매보다 구제수단이 제한적이다

경매 낙찰자의 사정은 일반매매보다 어렵습니다.

이유는 크게 세 가지입니다.

첫째, 경매를 무를 수 있는 사유가 제한돼 있습니다

민사집행법은 매수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부동산이 현저하게 훼손되거나 부동산에 관한 중대한 권리관계가 변동된 경우 등을 매각허가를 다툴 수 있는 사유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다만 경매가 어느 단계까지 진행됐느냐에 따라 대응방법은 달라집니다.

매각허가결정 전이라면 매각허가에 대한 이의가 문제될 수 있고, 매각허가결정 이후에는 즉시항고 가능 여부를 살펴봐야 합니다.

매각허가결정이 이미 확정됐지만 아직 대금을 지급하기 전이라면 일정한 요건 아래 매각허가결정 취소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중대한 권리관계의 변동’은 유치권이나 대항력 있는 임차권처럼 낙찰자가 인수할 법적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경우가 대표적입니다.

따라서 단순히 해당 주택에서 사망사건이 있었다는 사실 자체를 중대한 권리관계 변동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둘째, 물리적으로 부서지지 않았다고 곧바로 끝나는 것도 아닙니다

경매에서는 한 가지 더 살펴볼 부분이 있습니다.

대법원은 과거 판결에서 부동산 자체가 물리적으로 파손되지 않았더라도 교환가치가 현저하게 감소했다면 경매절차에서 말하는 ‘훼손’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한 바 있습니다.

따라서 사망사건이 발생했다고 해서 “건물이 부서진 것이 아니니 어떤 경우에도 다툴 수 없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이론적으로는 그 사건 때문에 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현저하게 낮아졌다는 사실을 객관적으로 입증할 수 있다면 매각불허가나 매각허가결정 취소를 다퉈볼 여지가 있습니다.

다만 중요한 한계도 있습니다.

주택 내 자살이나 사망사건으로 인한 심리적·경제적 가치 하락을 이유로 경매 매각을 취소하도록 한 대법원 판례는 아직 확인되지 않습니다.

따라서 실제로 인정받으려면 사건의 성격과 발생시점, 부동산 가치에 미치는 영향 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셋째, 하자담보책임이라는 우회로도 제한됩니다

일반매매에서는 매매목적물에 하자가 있는 경우 일정한 요건 아래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물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민법은 물건의 하자에 관한 일반적인 매도인의 담보책임을 경매에는 적용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일반매매에서 매수인이 주장할 수 있는 법리를 경매 낙찰자가 그대로 이용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결국 경매에서는 사망사건이 발견됐다고 해서 낙찰이 자동으로 취소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현저하게 감소했다는 등의 사정이 있다면 대금을 지급하기 전에 민사집행법상 구제 가능성을 검토해볼 필요는 있습니다.

그러한 신청이 받아들여지지 않은 상태에서 낙찰자가 임의로 잔금을 지급하지 않는다면 매수신청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할 수 있으므로 신중하게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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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주치의의 처방

일반매매로 집을 사신다면 계약서에 특약을 넣는 방법을 생각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어 다음과 같습니다.

“매도인은 계약 체결 전 목적물 내에서 자살, 강력범죄 등 매수인의 매수 의사에 중대한 영향을 미칠 사건이 발생한 사실이 없음을 확인한다.”

또 계약 이후 잔금 전까지 발생할 상황까지 대비하려면, “계약일로부터 잔금일 사이 목적물 내에서 위와 같은 사건이 발생한 경우 매수인은 계약을 해제할 수 있으며, 이 경우 매도인은 수령한 계약금 및 중도금을 반환한다.”는 식의 특약을 둘 수도 있습니다.

두 번째 특약은 누구의 잘못인지를 따지기보다 특정 사건이 발생하면 매수인에게 계약해제권을 주겠다는 약정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습니다.

범위를 단순히 ‘사망사고 등’이라고 넓게 쓰면 자연사까지 포함되는지를 놓고 또 다른 분쟁이 생길 수 있으므로 대상을 구체적으로 적는 것이 좋습니다.

법리가 명확하게 정립되지 않은 영역일수록 계약에서 당사자의 권리와 책임을 미리 정해두는 것이 분쟁을 줄이는 방법입니다.

경매에 입찰한다면 입찰 전 확인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현황조사서와 매각물건명세서를 꼼꼼히 확인하되, 사망사고 등의 이력이 반드시 이들 서류에 기재되는 것은 아닙니다.

필요하다면 관리사무소 등에서 확인 가능한 범위의 정보를 추가로 확인하고, 점유자가 장기간 연락되지 않거나 주택이 오랫동안 방치된 것으로 보이는 등 이상징후가 있다면 현장조사를 더 신중하게 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미 낙찰받은 뒤 이런 사실을 알게 됐다면 대금을 지급하기 전에 대응 가능성을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사건으로 인해 부동산의 교환가치가 현저하게 감소했다고 주장할 수 있는지, 현재 경매절차상 매각불허가·즉시항고·매각허가결정 취소 가운데 어떤 절차가 가능한지를 먼저 검토해야 합니다.

다투기 어렵다고 판단된다면 특수청소 등 추가비용과 향후 매도할 때 가격에 미칠 영향까지 냉정하게 계산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부동산은 숫자로만 거래되지 않습니다.

같은 사망사건이라도 일반매매에서는 착오나 고지의무 위반, 계약 특약 등을 중심으로 다투게 되고, 경매에서는 민사집행법이 정한 제한적인 매각불허가·취소 사유에 해당하는지를 중심으로 판단하게 됩니다.

일반매매와 경매의 대응방법이 서로 다른 이유입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문제가 생긴 뒤 해결방법을 찾는 것보다 계약 전과 입찰 전에 확인할 수 있는 위험을 최대한 확인하는 것입니다.

일반매매라면 중요한 사실을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확인하고, 경매라면 현황조사서와 매각물건명세서만으로 모든 정보를 알 수 있다고 생각하지 말아야 합니다.

부동산은 한번 계약하거나 낙찰받으면 되돌리는 데 훨씬 많은 시간과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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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부동산에서 발생한 사망사건과 일반매매·법원경매의 대응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 계약취소·해제 가능 여부와 매각불허가·매각허가결정 취소 가능성은 사건의 성격, 발생시점, 계약내용 및 경매절차 진행단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분쟁에서는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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