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인 사우나, 공실 난 고층 상가의 구원투수 될까?
90분 8만9000원 예약형 소비…상층부 공실 채울 새 임차업종의 조건
천우석의 밸류업 인사이트

지난 주말 한경닷컴에 실린 1인 사우나 기사를 읽다가 숫자 하나에서 눈길이 멈췄습니다.
90분에 8만9000원.
서울 서초구에 지난 7월 문을 연 ‘토바’라는 1인 사우나의 이용료입니다. 독립된 사우나룸은 5개. 온욕과 냉욕을 하고 핀란드식 사우나를 즐긴 뒤 쉬는 공간까지 한 사람이 통째로 사용합니다. 가격만 보면 웬만한 대중목욕탕의 몇 배인데 평일 저녁과 주말에는 예약이 일찍 마감된다고 합니다. 업체 관계자는 30대 고객이 가장 많고 20대와 40대가 뒤를 잇는다고 설명했습니다.
이 정도 객단가라면 상가 건물주 입장에서도 한번 계산해볼 만합니다.
1인 사우나는 지나가던 손님을 붙잡아야 하는 업종이 아닙니다. 예약을 하고 목적지를 찾아오는 손님이 중심입니다. 임대료가 비싼 1층을 고집할 이유가 크지 않은 대신, 일정 수준의 매출만 확보할 수 있다면 상대적으로 임대료가 낮은 2·3층에서도 사업모델을 만들 여지가 있습니다.
건물주에게는 이 점이 더 눈에 들어옵니다.
상가건물에서 1층은 어떻게든 임차인을 구하는 경우가 많지만 2층부터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유동인구에 기대는 음식점이나 소매업은 올라가기를 꺼리고, 들어올 수 있는 업종도 제한적입니다. 한번 비면 임대료를 낮춰도 새 임차인을 찾는 데 시간이 걸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런 공간에 일정한 객단가를 받고 예약제로 운영하는 업종이 들어올 수 있다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1인 사우나를 부동산 관점에서 다시 보게 되는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웰니스 시장의 새로운 유행이라는 사실보다 상층부에서도 매출을 만들 수 있는 목적형 업종이 하나 더 생길 수 있느냐가 건물주에게는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물론 예약이 잘 찬다는 기사만 보고 좋은 임차인이라고 판단할 수는 없습니다.
실제로 얼마를 벌 수 있는지부터 따져봐야 합니다.
8만9000원을 월 매출로 바꿔보면
5개 룸을 하루 6회씩 판매한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한 달 30일을 운영하면 최대 판매 횟수는 900회입니다. 이용료 8만9000원을 적용하면 이론상 월 매출은 8010만원입니다. 모든 시간대가 찰 리는 없으니 판매율을 60%로 낮추면 약 4800만원이 됩니다.
특정 업체의 실제 매출을 추정하려는 계산은 아닙니다. 하루 6회도 사업성을 살펴보기 위해 편의상 둔 가정입니다.
그래도 상층부 상가 임차업종으로 검토해볼 만한 이유는 보입니다. 넓은 매장을 사람으로 가득 채워야 매출이 나오는 음식점과 달리, 비교적 작은 공간을 몇 개의 독립된 룸으로 나눠 시간 단위로 판매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만 계산기는 금방 현실과 부딪힙니다.
90분 이용이 끝났다고 바로 다음 손님을 받을 수 없습니다. 욕조와 샤워실을 청소하고 수건과 비품을 교체해야 합니다. 물을 다시 받고 습기를 빼는 시간도 필요합니다. 룸 하나를 하루 여섯 번 돌릴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실제로는 다섯 번이 한계일 수도 있습니다.
평일 낮 시간대도 문제입니다.
토요일 저녁 예약이 꽉 찬 것과 월요일 오후 2시까지 손님이 차는 것은 전혀 다른 얘기입니다. 이런 업종은 주말 예약률보다 일주일 전체의 룸 가동률을 보는 편이 낫습니다.
월 매출 4000만~5000만원이 나온다고 해도 그것이 건물주가 안심할 수 있는 영업이익은 아닙니다.
물을 계속 데워야 하고 사우나 설비와 냉난방에 전기가 들어갑니다. 세탁과 청소도 빠지지 않습니다. 직원을 두거나 마사지·세신 같은 서비스를 결합하면 인건비 부담이 더 커집니다.
겉으로 보이는 객단가보다 실제로 남는 돈이 얼마나 되는지를 봐야 합니다.
상층부에 어울려도 아무 건물에 들어갈 수는 없다
여기서 건물주가 한 번 더 봐야 할 것이 있습니다.
1인 사우나는 작은 규모로 운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지만, 일반적인 상가 인테리어와는 다릅니다.
물부터 많이 씁니다. 급수와 배수시설이 받쳐줘야 하고 방수가 제대로 되지 않으면 아래층까지 문제가 생길 수 있습니다. 습기를 빼낼 환기시설도 필요합니다. 사우나 설비와 냉난방을 동시에 돌릴 만큼 전기용량이 충분한지도 확인해야 합니다.
오래된 꼬마빌딩이라면 이 부분에서 예상하지 못했던 비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공사비를 전부 부담하겠다고 해도 건물주 입장에서는 끝난 문제가 아닙니다. 영업이 잘되지 않아 임차인이 나가면 급배수시설과 방수, 전기 증설을 어떻게 처리할지 남습니다. 다음 임차인이 사우나 업종이 아니라면 철거와 원상복구 비용도 만만치 않을 수 있습니다.
장기 공실을 없애려고 받았던 임차인이 몇 년 뒤 더 큰 숙제를 남길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계약 전에 누가 어떤 공사를 하고, 건물에 남는 시설은 무엇이며, 퇴거할 때 어디까지 원상복구할지를 명확히 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법적인 검토도 필요합니다.
현행 「공중위생관리법」은 물로 목욕할 수 있는 시설이나 일정한 가열시설을 이용해 땀을 낼 수 있도록 하는 영업을 목욕장업으로 규정합니다. 시설 형태와 운영방식에 따라 신고와 시설기준 적용 여부를 확인해야 합니다.
새로운 업종일수록 “다들 하고 있으니 되겠지”라고 접근하기보다 계약 전에 관할 지자체와 용도·시설기준을 확인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지금 사람이 몰린다고 몇 년 뒤에도 몰릴까?
1인 사우나를 더 오래 지켜봐야 하는 이유가 있습니다.
기존 목욕업은 오랫동안 줄어들었습니다. 행정안전부 인허가 자료를 인용한 한경닷컴 보도에 따르면 전국 목욕업장은 2021년 말 6261곳에서 지난해 말 5656곳으로 감소했습니다.
그렇다고 사람들이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땀을 빼는 행위 자체를 싫어하게 된 것은 아닌 듯합니다.
32년 된 종로사우나는 기존 대중목욕탕을 1인 세신·스파 공간으로 바꿨습니다. 리뉴얼 전에는 고령층 고객 비중이 높았지만 이후 20·30대 이용객이 크게 늘었다고 합니다.
예전의 목욕탕과 지금의 1인 사우나는 같은 물을 쓰지만 소비하는 이유가 다릅니다.
몸을 씻으러 가는 곳에서 혼자 쉬고 회복하는 공간으로 성격이 바뀌고 있습니다. 운동 후 회복이나 디지털 디톡스, 세신과 마사지까지 붙으면 목욕보다 웰니스 서비스에 가까워집니다.
이 흐름 자체는 쉽게 사라질 것 같지 않습니다.
다만 지금 유행하는 업체들이 모두 살아남는다는 얘기는 아닙니다.
처음에는 SNS나 기사에서 보고 호기심으로 한번 찾아갈 수 있습니다. 문제는 두 번째입니다.
90분에 8만9000원이 만족스러웠던 손님이 한 달 뒤에도 다시 8만9000원을 쓸까요? 계절이 바뀌고 비슷한 가게가 주변에 몇 곳 더 생겨도 계속 찾아올까요?
사업성을 볼 때 제가 가장 궁금한 숫자는 신규 출점 수보다 재방문율입니다.
멤버십을 만들고 마사지나 리커버리 프로그램을 붙이는 곳이 생기는 것도 이 때문일 겁니다. 한번 체험하고 끝나는 고객보다 생활습관처럼 반복해서 이용하는 고객을 만들어야 하기 때문입니다.
시장 초기에는 객단가가 눈에 띕니다. 시장이 성숙하면 반복 이용 횟수가 더 중요해집니다.

건물주라면 무엇을 볼까?
1인 사우나가 공실이 난 2·3층 상가의 만능 해결책은 아닙니다.
하지만 꽤 흥미로운 임차 후보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상가시장이 어려워질수록 건물주는 ‘어떤 업종이 잘되는가’ 못지않게 ‘어떤 업종이 굳이 1층이 아니어도 잘될 수 있는가’를 찾아야 합니다. 병원이나 학원, 피트니스, 피부관리처럼 목적을 갖고 찾아가는 업종이 오랫동안 상층부를 채워온 이유도 여기에 있습니다.
1인 사우나와 프라이빗 웰니스 업종이 여기에 새로 합류할 수 있는지를 지켜볼 필요가 있습니다.
다만 임차인을 받기 전에 숫자를 몇 개는 확인해야 합니다.
룸이 몇 개인지, 하루에 현실적으로 몇 번 판매할 수 있는지, 평일 낮 예약률은 어떤지, 한번 온 손님이 얼마나 다시 오는지 정도는 사업자로부터 들어볼 필요가 있습니다. 수도광열비와 인건비를 제외하고도 현재 임대료를 감당할 수 있는 사업인지도 봐야 합니다.
그 뒤에 건물을 보면 됩니다.
배수와 방수는 가능한지, 전기는 충분한지, 환기시설을 만들 수 있는지, 몇 년 뒤 다른 업종이 들어왔을 때 공간을 다시 쓸 수 있는지를 따져봐야 합니다.
여기까지 보고 나면 처음 눈에 들어왔던 ‘90분 8만9000원’이라는 숫자도 조금 다르게 보입니다.
예약이 꽉 찬 주말보다 비어 있는 평일 오후가 궁금해지고, 화려한 인테리어보다 배수관이 먼저 눈에 들어옵니다.
1인 사우나가 공실 난 상층부 상가의 구원투수가 될지는 아직 판단하기 이릅니다.
그래도 공실을 오래 안고 있는 건물주라면 한 번쯤 살펴볼 만한 업종이 생긴 것은 분명합니다.
사람들이 이곳까지 일부러 찾아오고, 다시 찾아올 이유가 있는가?
상층부 상가의 가치는 결국 그 질문에서 갈립니다.
[관련 기사·자료]
한경닷컴 / 2026년 9월 27일 / 박수림 기자, 「1만원 목욕탕 놔두고 9만원 낸다…’예약 전쟁’ 벌어진 이곳 [박수림의 요즘 여기]」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20866g
한경비즈니스 / 2026년 5월 24일 / 배현의 기자, 「잘 쉬는 데 돈 쓴다…회복 위해 지갑 여는 ‘리커버리노믹스’」 한경매거진
https://magazine.hankyung.com/business/article/202605195773b
한국경제신문 / 2026년 6월 18일 / 정소람·권용훈 기자, 「하이록스 완주 후 -100도 체임버로…이젠 오운완 넘어 오회완」 한국경제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61849821
Global Wellness Institute / 2026년 9월 23일 / Cassandra Cavanah, 「Early Findings: Bathhouse and Thermal Wellness Sector Eyes Multi-Site Expansion」 Global Wellness Institute
Early Findings: Bathhouse and Thermal Wellness Sector Eyes Multi-Site Expansion
Global Wellness Institute / 2026년 4월 6일 / Global Wellness Institute Hydrothermal Initiative, 「Hydrothermal Initiative Trends for 2026」 Global Wellness Institute
※ 본 칼럼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