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이 늘어도 대학가는 다르게 움직인다…건물값 가르는 ‘수요의 경로’
부산대·동신대·세명대·송도로 본 대학가 수요의 이동…기숙사·통학·도시구조까지 봐야
천우석의 밸류업 인사이트

앞선 두 차례 칼럼에서는 대학가를 둘러싼 학생수요의 변화를 살펴봤습니다.
첫 번째 변화는 외국인 유학생이 30만 명을 넘어서면서 학생의 구성이 달라지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두 번째는 이 숫자를 그대로 새로운 수요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는 점이었습니다. 기존 학생이 줄어드는 곳에서는 외국인 학생이 새로운 성장을 만들 수도 있지만, 빠져나간 수요를 메우는 역할에 그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면 학생이 실제로 늘어나면 주변 원룸과 상가도 함께 좋아질까요?
여기서 한 단계 더 내려가야 합니다.
늘어난 학생이 기숙사에 들어가면 학교 밖 주거수요는 생기지 않습니다. 집에서 통학할 수 있는 학생과 다른 지역에서 온 학생도 주변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학교 밖에서 생활하더라도 소비를 캠퍼스 안이나 대형 쇼핑몰에서 해결한다면 정문 앞 골목상권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대학가 부동산에서는 학생 수 다음에 한 가지를 더 물어야 합니다.
그 학생들이 만들어낸 수요는 어디로 흘러가고 있는가?
부산대, 학생 수보다 출신지가 달라지고 있다

(부산대 전경. 부산대 제공)
부산대에서는 최근 흥미로운 변화가 나타났습니다.
2026학년도 정시모집 최종 등록자 가운데 서울·경기·인천 등 수도권 출신 비중은 13.9%였습니다. 2024학년도 6.5%, 2025학년도 9.2%에서 3년 연속 높아졌습니다. 부산대는 이런 변화를 반영해 올해 서울에서 처음으로 단독 입학설명회까지 열었습니다.
부동산 관점에서 눈여겨볼 대목은 학생 수 자체보다 출신지역입니다.
부산·울산·경남에서 부모와 함께 거주하며 통학하는 학생과 수도권에서 부산으로 내려온 학생은 같은 한 명의 대학생이어도 주택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다릅니다. 타지역 학생은 기숙사에 들어가지 못할 경우 원룸이나 오피스텔 등 별도의 거처가 필요합니다.
정원이 늘지 않아도 학생 구성이 바뀌면 학교 밖 주거수요가 달라질 수 있다는 얘기입니다.
부산대는 수도권 학생 증가 배경 가운데 하나로 국가거점국립대에 대한 정책 지원 확대와 지역 성장에 대한 기대를 들고 있습니다. 다만 올해 나타난 변화를 특정 정책의 직접적인 결과라고 단정하기는 이릅니다. 이런 흐름이 몇 년간 이어지는지를 더 지켜봐야 합니다.
부동산 투자자에게는 정책의 이름보다 실제 결과가 중요합니다.
수도권을 비롯한 타지역 학생의 비중이 계속 높아지는가, 그리고 그들이 기숙사 밖에서 얼마나 많은 주거수요를 만드는가를 확인해야 합니다.
동신대, 늘어난 유학생을 기숙사가 모두 받을 수 없다

(동신대 전경. 동신대 제공)
전남 나주의 동신대에서는 다른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동신대 외국인 유학생은 올해 9월 1일 기준 어학연수생 201명을 포함해 2352명입니다. 23개국 학생들이 재학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동신대의 전체 학생생활관 수용인원은 1260명입니다. 대신국제관 140명, 미래학사 716명, 드림학사 246명, 인재육성관 158명을 합친 규모입니다. 생활관은 외국인뿐 아니라 내국인 학부생과 대학원생도 함께 이용합니다.
숫자만 비교해도 한 가지 사실은 확인할 수 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 전체를 기존 기숙사만으로 수용할 수 없는 구조입니다.
그렇다고 기숙사 정원과 외국인 학생 수의 차이를 곧바로 학교 앞 원룸 수요로 계산해서는 안 됩니다. 일부 학생은 나주 다른 지역이나 광주 등에서 통학할 수 있고, 정확한 외국인 학생의 생활관 입사율과 실제 거주지역도 공개돼 있지 않습니다.
그래도 동신대 주변 대호동에는 대학을 주요 수요처로 하는 원룸과 저보증금 주거상품이 형성돼 있고 외국인 입주가 가능한 상품도 확인됩니다.
따라서 동신대처럼 외국인 학생 증가 속도가 빠른데 기숙사 수용능력은 제한적인 대학에서는 늘어난 학생수요의 일부가 학교 밖 임대시장으로 흘러갈 가능성을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기존 학생 감소로 원룸의 빈방이 늘어날 수 있었던 지역이라면 이런 수요는 임대료를 크게 올리지 않더라도 가동률을 지켜주는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앞선 칼럼에서 이야기했던 ‘방어형 수요’가 나타날 수 있는 조건입니다.
세명대, 같은 유학생 증가라도 결과가 다를 수 있다

(세명대 전경. 세명대 제공)
충북 제천의 세명대 역시 외국인 학생을 늘리고 있습니다.
하지만 주변 민간 임대시장에 수요가 전달되는 조건은 동신대와 다릅니다.
세명대에는 청룡·예지·인성·비룡·청풍·세명학사 등 6개 생활관이 있습니다. 최대 수용인원은 3320명입니다. 올해 2학기에도 재학생과 외국인 학부·대학원생을 대상으로 생활관 입사를 받고 있습니다.
외국인 학생 증가가 실제 생활관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는 정황도 있습니다.
세명대 학생생활관은 2025년 2학기 외국인 유학생 증가로 생활관 거주자가 늘었다며 중국어·베트남어·영어가 가능한 재학생을 대상으로 통역과 생활적응을 지원할 생활보조 인력을 별도로 모집했습니다.
세명대 주변 신월동에도 학생 대상 원룸촌은 형성돼 있습니다.
다만 학교가 상당한 규모의 주거수요를 생활관 안에서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에 외국인 학생이 늘었다고 그 증가분이 그대로 주변 원룸 수요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동신대와 세명대의 차이가 흥미로운 이유입니다.
두 대학 모두 외국인 학생을 늘리고 있지만 주변 민간 임대시장으로 수요가 전달되는 정도는 다를 수 있습니다.
유학생이 몇 명 늘었느냐보다 대학이 그 수요를 캠퍼스 안에서 얼마나 흡수하는지가 주변 원룸시장에는 더 중요한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송도에는 학생이 많은데 왜 ‘대학가’가 잘 보이지 않을까?

(인천글로벌캠퍼스 전경. IGC 제공)
인천 송도국제도시는 또 다른 사례입니다.
인천글로벌캠퍼스(IGC)를 비롯해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등 여러 대학이 자리 잡고 있고 연구시설과 기업, 병원도 함께 들어서고 있습니다.
그런데 신촌이나 건대입구, 부산대 앞처럼 정문을 중심으로 원룸과 음식점이 밀집한 전통적인 대학가의 모습은 상대적으로 약합니다.
도시가 만들어진 방식부터 다르기 때문입니다.
송도는 처음부터 계획도시로 개발됐습니다. 학생 주거는 기숙사와 오피스텔, 주상복합 등이 나눠 담당하고 소비수요 역시 트리플스트리트 같은 대형 복합상업시설과 주상복합 저층부 상가 등으로 분산됩니다.
IGC는 기존 약 2000명 규모의 학생기숙사를 운영하고 있고, 현재 202실·약 400명을 추가 수용하는 기숙사를 건립 중입니다.
더 흥미로운 것은 인천경제자유구역청이 IGC와 연세대 국제캠퍼스 일대에 별도의 ‘대학로형 문화거리’ 조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입니다. 당시 IFEZ는 송도에 대학생이 2만 명 이상 있지만 이들이 즐길 청년 문화예술 공간이 부족하다는 점을 사업 배경으로 들었습니다.
학생이 많다고 대학가가 저절로 만들어지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입니다.
송도에서는 학생뿐 아니라 연구인력, 기업 종사자, 일반 거주민이 같은 주거시설과 상업시설을 이용합니다. 대학수요가 존재하지만 도시의 다른 수요와 섞여 나타납니다.
그래서 송도를 단순히 ‘성장하는 대학가’라고 부르기에는 부족합니다.
오히려 대학·연구시설·기업·주거·대형 상업시설이 함께 작동하는 클러스터형 수요에 가깝습니다.
학생 수가 증가하는 것과 전통적인 대학상권이 성장하는 것이 반드시 같은 의미는 아니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학생 수 다음에는 ‘학교 밖으로 몇 명이 나오는가’를 봐야 한다

부산대와 동신대, 세명대, 송도는 모두 학생수요가 존재하지만 주변 부동산에 전달되는 방식은 제각각입니다.
부산대에서는 학생의 출신지역 변화가 새로운 주거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을 봐야 합니다.
동신대에서는 빠르게 늘어난 외국인 학생을 기숙사가 모두 수용하지 못하는 구조가 학교 밖 임대시장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가 중요합니다.
세명대에서는 상대적으로 큰 생활관 규모가 학생 증가분을 캠퍼스 내부에서 얼마나 흡수하는지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송도에서는 학교 밖으로 나온 학생수요조차 전통적인 원룸촌과 골목상권이 아니라 오피스텔과 대형 복합상업시설 등으로 나뉘어 흘러갑니다.
결국 투자자가 봐야 할 것은 학생 수 하나가 아닙니다.
해당 대학의 학생은 늘고 있는지, 그 가운데 타지역과 외국에서 온 학생은 얼마나 되는지, 학교가 기숙사로 몇 명을 받아들이는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그다음에야 학교 밖으로 나온 학생들이 어느 주거상품을 선택하고 어디에서 돈을 쓰는지를 볼 수 있습니다.
이 과정을 건너뛴 채 “유학생이 늘었다”거나 “대학 경쟁력이 좋아졌다”는 이유만으로 대학가 원룸이나 상가의 미래 임대수익을 높게 잡는 것은 위험합니다.
같은 학생 한 명도 건물에는 다른 수요가 된다

대학가 부동산에서는 사람 수와 실제 부동산 수요 사이에 여러 단계가 있습니다.
학생이 늘어도 기숙사에 들어가면 주변 원룸 수요는 제한적입니다. 학교 밖에서 살아도 다른 지역에서 통학한다면 대학 바로 앞 임대시장에 미치는 효과가 작을 수 있습니다.
학교 주변에서 생활하더라도 식사와 여가를 캠퍼스나 대형 복합몰에서 해결한다면 골목상가의 매출로 이어지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학생 수가 크게 늘지 않더라도 타지역 출신 비율이 높아지고 기숙사가 부족해지면 주변 원룸의 실질 수요는 오히려 증가할 수 있습니다.
건물 가치에 영향을 주는 것은 결국 학생 숫자가 아니라 그 학생의 주거와 소비가 실제로 어디에서 발생하느냐입니다.
학생 한 명이 늘었다는 통계보다 투자자에게 더 중요한 숫자는 따로 있습니다.
학교 밖으로 몇 명이 나오고, 그 가운데 몇 명을 내 건물이 받아들일 수 있는가.
대학가 건물의 미래 가치는 그 질문에서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관련 기사·자료]
「부산대 2026학년도 입시, 수도권 학생들 크게 늘었다」 부산대학교 2026.04.20
https://www.pusan.ac.kr/kor/CMS/Board/Board.do?board_seq=1508552&mCode=MN114&mgr_seq=16&mode=view
「동신대 외국인 유학생 2,352명 시대…신입생 344명 ‘한국 정착’ 첫걸음」 동신대학교 2026.09.04
https://www.dsu.ac.kr/kr/?idx=27752&mode=view&pCode=dsunews
「대학현황-학생현황」 세명대학교 2026.04.01
https://www.semyung.ac.kr/kor/sub01_04_06_02.do
「학생생활관 입·퇴관안내」 세명대학교 학생생활관
https://healthsaf.semyung.ac.kr/stu_life/sub02_02.do
「IGC 2단계 조성사업, 예비타당성 대상사업 선정 추진」 인천경제자유구역청 ‘비즈니스+’ 2026.02.26
https://www.ifez.go.kr/journal/now/view.do?jrnl_pst_sn=593
※ 본 칼럼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