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만 호재가 아니다…건물 밖에 쓰는 돈이 NOI를 바꾼다
회현동 253억원 공공투자로 보는 꼬마빌딩 밸류업의 셈법
천우석의 밸류업 인사이트

부동산의 가치를 높인다고 하면 흔히 건물부터 손본다. 낡은 외관을 바꾸고 엘리베이터를 설치하거나 내부 동선을 개선한다. 새로운 임차인을 유치하기 위해 업종 구성을 바꾸기도 한다. 건물주가 직접 돈을 들여 임대 경쟁력을 높이는 전형적인 밸류업이다.
그런데 건물 밖에 쓰이는 돈도 때로는 자산의 경쟁력을 바꿔놓는다.
주차장이 생기고 좁은 도로가 정비되거나, 걷기 불편했던 골목의 보행환경이 좋아지는 경우다. 건물의 면적이나 구조는 그대로인데 그 건물을 이용할 수 있는 사람과 업종의 범위가 넓어질 수 있다.
최근 서울 중구 회현동에서 추진되는 뉴:빌리지 사업을 눈여겨보게 되는 이유다.
서울시는 지난 9월 10일 도시계획위원회 재생분과위원회를 열어 중구 회현동1가 164번지 일대 노후주거지 정비 지원사업을 담은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변경안’을 조건부 가결했다. 2029년까지 약 253억원을 투입해 주차복합타워와 스마트주차타워를 만들고 좁은 골목길의 소방차 진입 여건과 보행환경 등을 개선하는 내용이다. 회현동은 좁은 도로와 부족한 주차공간, 경사지가 겹친 남산자락의 대표적인 노후 저층주거지다.
이 정도 사업이면 ‘253억원짜리 개발 호재’라는 표현을 붙이기 쉽다.

(자료: 서울시, 서울역 일대 도시재생활성화계획 대상 위치도 (회현동1가 164번지 일원))
하지만 회현동의 과거를 살펴보면 판단은 조금 복잡해진다.
회현동에는 이번이 처음인 공공투자가 아니다. 한국경제는 2017년 서울시가 회현동을 포함한 남촌 일대에 158억원을 투입하는 ‘남촌재생플랜’을 추진한다고 보도했다. 당시에는 역사·문화자산을 살리고 남산과 명동, 서울로7017을 잇는 보행 네트워크를 만드는 것이 주요 내용이었다. 남산 고도제한 등에 막혀 상대적으로 개발에서 소외됐던 지역을 도시재생 방식으로 되살리는 시도였다.
2019년에는 회현동 골목길 4개 구간 약 900m를 정비하는 ‘우리동네 가꾸기 사업’도 마무리됐다. 2017년부터 10억원을 들여 보안등과 계단 손잡이를 설치하고 바닥과 노후 벽면을 정비했다. 한국경제는 당시 주민들의 만족도가 높은 도시재생 사례로 소개했다.
생활환경이 나아졌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러나 당시의 공공투자로 주변 민간 건물의 공실이 얼마나 줄었는지, 임대료가 얼마나 올랐는지까지 보여주는 자료는 찾기 어렵다.
상업용 부동산을 보는 입장에서는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공공사업이 성공했다는 평가와 주변 부동산의 수익성이 좋아졌다는 평가는 서로 다른 문제다.
이번 뉴:빌리지 사업은 과거의 도시재생과 결이 조금 다르다. 골목과 경관을 정비하는 데 머무르지 않고 주차장과 소방도로 같은 기반시설을 보강하면서 노후 건축물 자체의 정비도 함께 유도한다.
한국경제가 2024년 12월 뉴:빌리지 선도지역 선정을 보도하면서 회현동에는 소방도로 확충과 주차장 조성 등이 추진된다고 소개한 것도 이런 배경에서다. 뉴:빌리지는 전면 재개발이 어려운 노후 저층주거지에 기반시설을 공급하면서 용적률과 금융지원 등 민간 정비를 위한 인센티브를 함께 제공하는 사업이다.
건물주나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 차이를 눈여겨볼 필요가 있다.
골목이 깨끗해지고 경관이 좋아지는 것은 지역의 쾌적성을 높인다. 여기에 주차와 차량 접근성이 개선되고 건축 여건까지 달라지면 부동산의 ‘이용 가능성’에도 변화가 생긴다.
예를 들어 주차가 불편해 손님을 받기 어려웠던 건물이 있다고 해보자. 음식점이나 병·의원, 각종 생활서비스 업종은 임대료만 보고 입지를 결정하지 않는다. 고객이 찾아오기 쉬운지, 차량을 어디에 세울 수 있는지도 영업에 영향을 준다.
주변 주차 여건이 좋아지고 보행량이 늘면 이전에는 이 건물을 검토하지 않았던 임차인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 건물의 연면적은 그대로인데 받아들일 수 있는 업종의 폭이 넓어지는 셈이다.
그렇다고 공공주차장이 들어선다는 이유만으로 개별 건물의 주차 문제가 모두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방문객이 차를 세우기 편해지는 것과 건물을 신축하거나 용도변경할 때 적용되는 부설주차장 기준은 구분해서 봐야 한다. 실제 개발을 검토할 때는 해당 건물과 용도에 적용되는 주차장법과 조례, 인근 설치나 설치의무 면제 가능성 등을 따로 확인해야 한다.
공영주차장의 요금과 이용 편의도 마찬가지다. 지도에 주차장이 하나 추가됐다는 사실보다 고객이 실제로 편하게 이용할 수 있는지가 임차인의 매출에는 더 직접적으로 작용한다.
결국 공공투자의 효과는 건물의 현금흐름에서 확인된다.
상업용 부동산에서는 임대수입에서 운영비용을 뺀 순영업소득, NOI(Net Operating Income)를 중요하게 본다. 주변 환경 개선으로 임차수요가 늘고 공실 기간이 짧아지거나 안정적인 임대료를 받을 수 있게 된다면 공공투자의 효과가 민간 건물의 NOI까지 전달된 것이다.
반대로 거리가 깨끗해지고 편의시설이 늘었지만 임차수요가 달라지지 않는다면 자산가치에 미치는 효과 역시 제한적일 수 있다.
앞으로의 도시계획 변화도 변수다.
회현동 일대에서는 지구단위계획 재정비도 진행되고 있다. 개발 규모와 도시계획 규제, 인센티브 체계, 기반시설 확보 방안 등이 검토 대상이다. 아직 검토 단계의 내용을 확정된 규제 완화처럼 가격에 반영해서는 곤란하지만, 향후 계획이 어떻게 결정되는지에 따라 개별 필지에서 가능한 건축 규모와 이용 방식이 달라질 여지는 있다.

이런 변화는 부동산의 최유효이용(HBU·Highest and Best Use)을 판단할 때 중요하다.
최유효이용은 용적률을 최대한 채워 큰 건물을 짓는다는 뜻이 아니다. 법적으로 허용되고, 물리적으로 가능하며, 실제 수요가 있고, 투자비를 감당하고도 경제성이 확보되는 이용 방법을 찾는 과정이다.
도로와 주차 여건이 개선되면 물리적인 제약이 줄어들 수 있다. 도시계획이 바뀌면 법적으로 가능한 범위가 달라질 수 있다. 새로운 업종의 임차인이 들어올 수 있다면 시장성도 변한다.
그래도 마지막에는 숫자를 확인해야 한다.
새로운 임차인을 받기 위해 얼마를 투자해야 하는지, 공실 기간은 얼마나 줄어드는지, 임대료를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는지까지 따져야 밸류업인지 알 수 있다.
같은 회현동 안에서도 효과는 달라질 것이다.
새 주차시설과 가까운 건물과 경사진 골목 깊숙이 있는 건물이 받는 영향은 같기 어렵다. 소방도로 정비로 차량 접근이 크게 좋아지는 필지와 기존 동선에서 벗어난 필지도 차이가 난다. 1층 상가는 유동인구 변화가 중요하고, 주거 비중이 높은 건물은 안전과 생활환경 개선의 효과가 더 클 수 있다.
‘회현동이 좋아진다’는 판단과 ‘어느 건물을 얼마에 사야 하는가’는 그래서 별개의 문제다.
시간도 계산에 넣어야 한다.
사업의 완료 목표는 2029년이다. 지금부터 실제 개선 효과가 나타날 때까지는 시간이 필요하다. 사업이 단계적으로 진행되는 동안 공사구간과 일정에 따라 차량·보행 동선이나 인근 영업환경에 일시적인 영향이 생길 가능성도 언더라이팅에 반영할 필요가 있다.
반대로 2029년의 완성된 모습을 오늘의 임대료와 매매가격에 모두 미리 얹어 놓는다면 비싼 값을 지불할 수 있다.
투자자는 사업 발표일보다 현금흐름이 바뀌는 시점을 본다.
좋아질 동네와 지금 비싸게 사도 되는 건물은 같은 말이 아니다.
건물주에게도 숙제가 남는다.
공공이 주차와 도로 문제를 줄여줘도 건물 내부가 새로운 임차인을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지 않다면 효과는 제한된다. 보행량이 늘었는데 1층 점포가 눈에 잘 띄지 않거나, 음식점이 들어오려고 해도 배기와 전력설비가 부족하다면 기회를 놓칠 수 있다.
주변 환경이 바뀌는 시점에 건물주는 자신의 건물에서 무엇을 바꿀지를 함께 살펴야 한다. 큰 증축보다 출입구와 동선, 설비, 외관, 임차업종 구성을 바꾸는 것이 더 나은 수익을 가져올 수도 있다.
회현동은 이미 여러 차례 도시재생을 경험했다. 이번에는 주차와 도로 같은 기반시설, 노후 건축물의 정비 지원, 향후 도시계획 변화 가능성이 함께 움직이고 있다는 점이 과거와 다르다.
그래서 253억원이라는 숫자보다 세 가지 질문이 더 중요하다.
공공의 돈이 이 지역의 어떤 불편을 없애는가. 그 결과 어떤 새로운 수요가 들어오는가. 그리고 그 수요가 공실과 임대료를 바꿔 NOI까지 높이는가.
공공투자에도 질이 있다.
부동산의 가치를 만드는 것은 ‘호재’라는 이름이나 투입되는 예산의 크기가 아니라, 결국 그 변화가 만들어내는 현금흐름이다.
<관련기사·자료>
한국경제신문 / 2024년 12월 23일 / 이인혁·유오상 기자, 「종로·강북 등 노후 주거지 32곳 ‘뉴빌리지’로 탈바꿈」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4122350211
한국경제신문 / 2019년 9월 11일 / 윤아영 기자, 「서울 회현동 골목길이 달라졌다…’우리동네 가꾸기 사업’ 성공 모델」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9091162441
한국경제신문 / 2017년 6월 7일 / 조수영 기자, 「북촌·서촌처럼…’낡은 주거지’ 남촌도 서울명소 된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17060782871
서울시 / 서울소식>보도자료 / 2026년 9월 11일 / 제2차 도시계획위원회 재생분과위원회 개최결과
https://www.seoul.go.kr/news/news_report.do?bbsNo=158&nttNo=466156&cntPerPage=10
※ 본 칼럼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