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표이사가 거주하면, 법인명의 임대차도 보호받을까?
대법원에서 정리한 ‘직원’ 대항력 기준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법인이 임차인이 되는 임대차 계약에 관한 이야기를 해보려 합니다.
실제 발생한 사건이며, 임대차 계약을 맺은 세입자는 개인이 아니라 회사(법인)였습니다. 회사 명의로 집주인과 임대차 계약을 체결하고, 회사가 보증금과 월세를 지급하는 주체가 되었습니다. 다만 실제로 그 집에 들어가 거주한 사람은 계약서에 이름을 올리지 않은 대표이사 개인이었습니다. 즉 계약상 세입자와 실제 거주자가 서로 다른 구조였던 셈입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됩니다. 계약 기간 2년이 끝나갈 무렵, 집주인은 계약 만료를 이유로 집을 비워달라고 요구했습니다. 그런데 회사는 “우리는 계약갱신요구권이 있으니 계속 살겠다”며 이를 거부했습니다. 결국 집주인이 법원에 건물을 인도해달라는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은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이 질문에 대한 중요한 기준을 제시한 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다226866 판결(건물인도)을 말씀드리겠습니다.
이번 판례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나오는 ‘직원’과 ‘주거용 임차’의 의미를 정면으로 다룬 사건이라 법인 임대차 실무에 관심 있으신 분들이라면 꼭 알아두셔야 할 내용입니다.
1. 사건은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한 회사(이하 ‘임차법인’)가 서울 용산구에 있는 아파트를 2년 계약조건으로 임차했습니다. 계약 체결 이후 이 아파트에는 임차법인의 대표이사가 전입신고를 마치고 실제로 거주했습니다.
계약 만료를 앞두고 임대인은 계약 종료 시 집을 비워달라고 요청했습니다. 하지만 임차법인은 계약갱신을 요구하며 퇴거를 거부했고, 결국 임대인이 “건물을 인도하라”며 소송을 제기하면서 이 사건이 대법원까지 올라가게 됩니다.
여기서 전입신고란, 이사한 곳의 주소를 관할 주민센터에 신고하여 주민등록표에 새 거주지를 등록하는 절차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추기 위한 핵심 요건 중 하나입니다.
2. 핵심 쟁점: 대표이사도 ‘직원’에 포함될까?
이 사건의 첫 번째 쟁점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의 해석이었습니다.
이 조항은 쉽게 풀면 이렇습니다.
“중소기업에 해당하는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하고, 그 법인이 선정한 직원이 집을 인도받아 전입신고(주민등록)까지 마치면 그다음 날부터 제3자에게도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힘, 즉 대항력이 생긴다.”
통상 개인 임차인은 ‘입주+전입신고’로 대항력이 생기지만, 법인이 임차인인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개인과 같은 방식으로 대항력이 인정되지 않고, 예외적으로 이 조항에 해당하는 중소기업 법인에 특례가 인정됩니다.
문제는 여기서 말하는 ‘직원’의 범위였습니다.
회사를 대표해서 등기까지 된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도 이 ‘직원’에 해당할까요?
대법원의 결론은 “아니다”였습니다.
대법원은 주식회사의 경우 그 회사에서 근무하는 사람 가운데 법인등기사항증명서에 대표이사 또는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서 말하는 ‘직원’에서 제외된다고 판단했습니다.
즉, 법인 등기부에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이름을 올린 사람이 실제 거주자라면, 그 임대차는 법 제3조 제3항이 보호하는 ‘직원 주거용 임차’의 특례를 적용받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다만 대법원은 여기서 그치지 않고,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을 제외한 일반 직원이 법인이 임차한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뒤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면, 그것만으로 이 조항이 정한 대항력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는 점도 함께 명확히 했습니다.

3. 핵심 쟁점: 일반 직원이 거주한다면 무엇을 더 따져야 할까?
이 사건에서 두 번째로 중요한 부분이 바로 이 대목입니다.
하급심은 이 임대차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이 정한 ‘직원 주거용 임차’에 해당하는지를 판단하면서 여러 정황을 함께 고려했습니다.
예를 들어,
(1) 계약 당시 임대인 측에 “대표이사의 신혼집으로 쓰겠다”는 취지로 설명한 정황
(2) 임차법인의 본점 소재지와 임차주택 사이의 거리
(3) 보증금과 월세 수준
등을 판단요소로 삼았습니다.
하지만 대법원은 이런 판단방식 자체가 적절하지 않다고 봤습니다.
대법원은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을 제외한 직원이 법인이 임차한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뒤 그곳에서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면, 이로써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이 정한 대항력 요건을 갖춘 것으로 봐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리고 업무관련성, 임대료의 액수, 회사 본점과 주택 사이의 지리적 근접성 같은 다른 사정을 추가로 고려해서 대항력 요건을 갖췄는지를 판단해서는 안 된다고 명확히 밝혔습니다.
즉 일반 직원이 실제 입주해 주민등록을 마치고 거주하고 있다면,
“회사와 집이 너무 멀다.”
“임대료가 일반 사택치고 너무 비싸다.”
“회사 업무와 직접적인 관련이 없어 보인다.”
는 이유만으로 법의 보호를 부정해서는 안 된다는 뜻입니다.
이번 사건에서 임차법인이 패소한 핵심 이유도 임대료나 거리 때문이 아니었습니다.
실제로 아파트를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한 뒤 거주한 사람이 대표이사였기 때문입니다.
대법원은 이 점을 이유로 임차법인이 주택임대차보호법상 대항력을 갖춘 임차인이라고 볼 수 없다고 판단한 원심의 결론은 타당하다고 보고 상고를 기각했습니다.
계약갱신요구권도 대항력이 전제입니다
여기서 계약갱신요구권이란, 임차인이 임대차 기간 만료 전 일정 기간 내에 임대인에게 “계약을 한 번 더 연장해달라”고 요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6조의3이 정하고 있는 권리입니다.
다만 법인 임차인이 이러한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려면 먼저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에 따라 보호받을 수 있는 임차인에 해당해야 합니다.
이번 사건에서는 실제 거주자가 대표이사였기 때문에 이 요건을 충족하지 못했고, 따라서 임차법인의 계약갱신요구도 받아들여지지 않았습니다.

4. 이 판례, 실무에서는 이렇게 활용하세요
법인 명의로 임직원 사택이나 기숙사를 마련하려는 회사나, 반대로 법인 세입자를 두고 있는 임대인이라면 아래 체크리스트를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1) 먼저 법인이 중소기업에 해당하는지 확인하세요.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의 특례는 모든 법인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중소기업기본법 제2조에 따른 중소기업 법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2) 입주자의 신분을 확인하세요.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이 거주하는 형태라면 법 제3조 제3항의 ‘직원’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반면 이를 제외한 일반 직원이 실제로 입주해 주민등록을 마치고 거주한다면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3) 본점과의 거리나 임대료 수준은 대항력 판단 기준이 아닙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일반 직원이 해당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치고 실제로 거주하고 있다면, 업무관련성이나 임대료 액수, 본점과의 거리 같은 사정을 추가로 따져 대항력을 부정해서는 안 됩니다.
(4) 선정 직원 변경 절차를 문서로 남겨두세요.
근무 중 거주 직원이 바뀌는 경우에는 법인이 새 직원을 공식적으로 선정했다는 근거, 예를 들어 발령이나 사택 배정 공문 등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은 임대차가 끝나기 전에 직원이 변경된 경우, 법인이 선정한 새로운 직원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다시 제3자에 대한 효력이 발생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기존 직원이 전출하고 새 직원이 전입하는 시점도 정확하게 관리할 필요가 있습니다.
법인 명의보다 중요한 것은 ‘실제 누가 거주하는가’입니다
이번 대법원 판결의 메시지는 비교적 명확합니다.
법인 명의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다고 해서 무조건 주택임대차보호법의 보호를 받는 것도 아니고, 법인이라는 이유만으로 무조건 보호 대상에서 제외되는 것도 아닙니다.
중소기업 법인이 소속 직원의 주거용으로 주택을 임차하고, 법에서 말하는 직원이 그 주택을 인도받아 주민등록을 마친 뒤 실제로 거주한다면 대항력을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제 거주자가 대표이사나 사내이사로 등기된 사람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집니다.
따라서 법인 명의의 사택을 계약할 때는
“회사 명의니까 괜찮겠지.”
라고 생각하기보다,
“실제로 거주하는 사람이 법에서 말하는 ‘직원’에 해당하는가.”
를 먼저 확인해야 합니다.
법인 임차인에게 주택을 빌려주는 임대인 역시 계약 단계에서 법인등기사항증명서와 실제 입주자의 신분을 확인해두는 것이 향후 계약갱신이나 명도 분쟁을 예방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점을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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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대법원 2023. 12. 14. 선고 2023다226866 판결과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 제3항을 토대로 법인 명의 주택임대차의 대항력과 계약갱신요구권을 설명한 일반적인 법률·부동산 정보입니다. 실제 적용 여부는 법인의 중소기업 해당 여부, 실제 거주자의 지위, 주택 인도와 주민등록 시점 등 구체적인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계약에서는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