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쩡한 백화점을 왜 허물까…땅의 쓰임이 바뀌면 계산도 달라진다
2010년 사용승인 건물도 철거 검토…노후도보다 중요한 것은 현재 용도의 경제성, 유지·전환·신축 가운데 어떤 선택이 더 많은 가치를 남기는지 따져봐야
천우석의 밸류업 인사이트

서울 강북구 미아사거리역 인근 롯데백화점 미아점의 향후 활용 방향이 부동산업계의 관심을 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8월 19일 롯데쇼핑이 미아점 매각 우선협상대상자로 이지스자산운용을 선정했으며, 이지스가 기존 백화점 건물을 철거한 뒤 장기 일반 민간임대주택으로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매매가는 약 2200억원입니다. 대지면적 7372㎡, 연면적 7만3147㎡ 규모로 지하 7층~지상 10층 건물이며 용도지역은 준주거지역입니다. 지하철 4호선 미아사거리역과 가깝고 길음·미아뉴타운 등 대규모 주거지역을 배후에 두고 있습니다.
눈길을 끄는 것은 건물의 나이입니다.
현재 건물은 2010년 사용승인을 받았습니다. 물리적으로 오래된 건물이라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그런데 새 투자자는 기존 건물을 그대로 활용하거나 리모델링하기보다 철거 후 주거시설을 개발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습니다.
물론 아직 우선협상대상자 선정 단계이고 거래와 구체적인 개발계획도 최종 확정된 것은 아닙니다.
그럼에도 이 사례는 부동산 투자에서 중요한 질문을 던집니다.
건물은 멀쩡한데, 현재의 쓰임은 여전히 최선일까요?
건물의 노후도보다 ‘현재 용도의 경제성’
건물의 가치는 물리적 상태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현재 용도가 그 땅과 주변 수요를 얼마나 잘 활용하고 있는지도 중요합니다.
미아점의 경우 백화점이라는 현재 용도를 유지했을 때의 사업성과 주거시설 등 다른 용도로 전환했을 때의 사업성이 비교 대상이 됩니다.
주변 주거인구와 교통 접근성, 임대수요, 소비패턴이 달라지면 건물 자체는 충분히 사용할 수 있어도 현재 용도의 경제성은 낮아질 수 있습니다.
이때 투자자는 건물의 나이보다 지금의 용도가 앞으로 얼마의 현금흐름을 만들 수 있는지를 먼저 봅니다.
현재의 쓰임이 땅의 가치를 충분히 끌어내지 못한다면 리모델링이나 용도전환, 철거 후 신축이 새로운 선택지가 됩니다.
유지할까, 바꿀까, 다시 지을까?
이런 자산을 검토할 때는 크게 세 가지 대안을 놓고 비교할 수 있습니다.
현재 용도를 유지하면서 필요한 CapEx만 투입하는 방법, 기존 골조를 활용해 다른 용도로 바꾸는 방법, 철거 후 새로운 수요에 맞춰 다시 개발하는 방법입니다.
각 대안의 계산은 다릅니다.
현재 건물을 유지한다면 앞으로 받을 임대료와 예상 공실률, 향후 수선비와 설비 교체비용을 봐야 합니다.
용도를 전환한다면 공사비와 공실기간, 기존 임대차관계 정리 비용, 새로운 임차수요와 예상 임대료가 중요합니다.
철거 후 신축은 계산이 더 복잡합니다. 기존 건물에서 발생하던 현금흐름을 포기해야 하고 철거비와 공사비, 금융비용, 인허가와 공사기간의 위험까지 부담해야 합니다.
개발 후 만들어질 추가 가치가 이런 비용과 위험을 충분히 넘어야 투자 논리가 성립합니다.
개발은 ‘더 비싸게 짓는 것’이 아니라 수익률을 만드는 일
철거 후 신축을 검토할 때 단순히 새 건물이 더 높은 가격에 거래될 것이라는 기대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완공 후 예상되는 순영업소득(NOI)을 총사업비와 비교해 개발수익률을 따져봐야 합니다. 개발과 임대 안정화 과정의 위험을 감수하는 만큼 안정화된 자산을 매입하는 것보다 충분한 수익 여지가 남는지도 중요합니다.
결국 투자비가 얼마나 큰지가 핵심은 아닙니다.
투입한 자본이 얼마의 추가 현금흐름과 자산가치를 만들어내는지가 핵심입니다.
여기에 시장수요가 뒷받침돼야 합니다.
최근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가 발표한 아시아태평양 리빙 투자자 조사에서는 응답자의 85%가 향후 5년간 주거 부문 투자 비중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답했습니다. 약 73%는 재포지셔닝이나 용도변경 전략을 적극적으로 고려하는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한국에서는 전세의 월세화와 1인 가구 증가 등이 기관투자형 임대주택과 코리빙 시장의 수요 기반을 넓히는 요인으로 꼽힙니다.
하지만 수요가 늘어난다는 사실만으로 개발 사업성이 확보되는 것은 아닙니다.
같은 조사에서도 투자자의 44%는 매수자와 매도자 간 가격 기대치의 차이를, 29%는 개발 사업성을 주요 과제로 꼽았습니다.
임대주택을 잘 짓는 것과 투자수익을 실현하는 것은 또 다른 문제라는 뜻입니다.
안정화된 NOI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 그리고 향후 시장이 그 현금흐름을 어떤 수익률로 평가할지도 개발 초기부터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구조와 인허가도 전환비용이다
기존 건물을 다른 용도로 바꾸는 과정에서는 물리적인 제약도 큽니다.
백화점과 주거시설은 필요한 평면과 층고, 채광, 코어, 주차장, 설비 구조가 크게 다릅니다. 기존 구조를 억지로 활용하면 공사비가 늘면서 상품성이 떨어질 수 있습니다.
법적·행정적 검토도 필요합니다.
용적률과 주차기준, 건축 및 인허가 조건을 확인해야 하고, 도시계획 변경이나 별도의 인센티브를 활용하는 경우에는 공공기여 같은 추가 조건이 붙을 수도 있습니다.
이런 비용과 제약까지 포함해야 실제 전환가치가 보입니다.
리모델링이 더 싸다는 이유만으로 기존 골조를 유지하거나, 신축이 더 좋아 보인다는 이유만으로 건물을 허무는 판단은 위험합니다.
각 대안에서 최종적으로 남는 가치가 기준이 돼야 합니다.
같은 계산은 꼬마빌딩에도 적용된다
대형 백화점의 용도전환 논리는 꼬마빌딩에도 그대로 적용할 수 있습니다.
오래된 건물을 매입할 때 현재 임대료와 수익률부터 보는 경우가 많습니다. 임차인이 잘 들어 있고 월세가 꾸준히 나오면 굳이 손댈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주변 수요가 크게 달라졌다면 현재 임대수익만으로 건물의 가치를 설명하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과거 사무실 중심이었던 지역에 병·의원이나 교육, 숙박 수요가 늘었을 수도 있고, 주거인구가 증가하면서 저층부 리테일 수요가 바뀌었을 수도 있습니다.
반대로 한때 인기가 높았던 업종이 빠지면서 지금의 임대료를 유지하기 어려워지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때는 현재의 NOI를 유지하는 선택, 리모델링 이후의 NOI, 용도변경에 필요한 CapEx, 공사기간의 임대수익 손실, 신축 후 예상 자산가치를 함께 비교해야 합니다.
현재 임대료가 들어온다는 사실은 하나의 출발점일 뿐입니다.
멀쩡한 건물도 계산은 달라질 수 있다
롯데백화점 미아점 사례를 ‘백화점이 지고 주거시설이 뜬다’는 이야기로만 볼 필요는 없습니다.
투자자의 관점에서는 시장수요가 달라지면 같은 땅에서도 더 적합한 쓰임이 달라질 수 있다는 사례가 더 중요합니다.
그리고 새로운 용도가 유행한다는 이유만으로 결정해서도 안 됩니다.
현재 NOI, 전환 후 예상 NOI, CapEx, 공사기간, 금융비용, 인허가 조건, 시장수요, 향후 매각가치까지 계산한 뒤에도 새로운 쓰임이 더 높은 가치를 남기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건물은 그대로 있어도 시장은 계속 변합니다.
부동산의 가치는 건물이 얼마나 새것인지보다, 그 땅과 건물이 지금의 수요를 얼마나 잘 담아내고 있는지에서 다시 결정될 수 있습니다.
멀쩡한 건물을 허무는 판단도 결국 같은 질문으로 돌아갑니다.
“지금의 쓰임이 이 땅에서 만들 수 있는 가장 좋은 가치인가.”
[관련 기사·자료]
「롯데百 미아점 부지에 ‘민간임대’ 검토」 한국경제신문, 민경진 기자 2026.8.19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1903591
「한국, 아시아태평양(APAC) 주거 부문 선호 투자 지역 4위…투자자 85%가 해당 부문 투자 비중 확대 계획」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코리아 2026.8.27
https://www.cushmanwakefield.com/ko-kr/south-korea/news/2026/08/south-korea-ranks-fourth-among-apac
※ 본 칼럼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