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적률 인센티브는 공짜가 아니다
테헤란로 노후 건물 개발이 꼬마빌딩 투자자에게 남긴 질문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서울 강남 테헤란로 일대 노후 건물 두 곳의 개발안이 최근 서울시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수권분과위원회를 통과했다. 역삼동 702-24번지 일대에는 관광숙박시설이, 대치동 890-16·20번지 일대에는 업무시설이 들어설 예정이다.
겉으로 보면 익숙한 개발 소식이다. 강남 핵심 입지의 낡은 건물이 고층 호텔과 오피스빌딩으로 바뀐다는 이야기다. 서울시가 테헤란로의 업무 기능과 관광숙박 인프라를 확충하려 한다는 설명도 크게 새롭지는 않다. 이미 서울시는 지구단위계획과 각종 심의를 통해 민간 개발에 도시 기능 보완을 요구해 왔다.
그런데 이번 사례를 단순한 강남 개발 뉴스로만 보면 정작 중요한 부분을 놓치게 된다.
꼬마빌딩 투자자들이 흔히 묻는 질문은 여전히 비슷하다. 이 땅에 몇 층까지 올릴 수 있는지, 용적률은 얼마나 받을 수 있는지, 신축하면 임대료를 얼마나 더 받을 수 있는지다. 모두 중요한 질문이다. 다만 서울 도심에서는 이제 그보다 앞서 던져야 할 질문이 생겼다.
이 개발이 도시가 원하는 기능과 맞는가.
이번 역삼동 사례는 대지면적만 놓고 보면 중소형 자산 투자자들도 관심을 가질 만한 규모다. 약 522㎡, 평수로는 158평 남짓한 부지에 용적률 인센티브 적용 등을 통해 약 1159% 수준의 고밀개발이 추진되고, 지상 25층·지하 3층 규모의 관광숙박시설이 계획됐다. 숫자만 보면 “작은 땅도 고층 개발이 가능하다”는 메시지로 읽힐 수 있다.
하지만 실제로는 그렇게 단순하지 않다. 이 사업의 명분은 관광숙박시설 확충이다. 테헤란로 일대의 비즈니스 출장 수요, 외국인 관광객 수요, 강남권 업무지구의 숙박 인프라 부족이라는 도시 기능과 맞물려 있다. 저층부에는 개방형 라운지 등 가로활성화 시설이 배치되고, 도심 속 휴식 공간을 위한 공개공지 조성도 함께 요구된다.
대치동 890-16·20번지 일대 업무시설 개발도 마찬가지다. 선릉역 인근 핵심 입지에 지상 24층·지하 9층 규모의 업무시설을 짓는 계획이지만, 이 역시 단순한 오피스 신축이 아니다. 선릉·역삼 일대의 업무 기능을 강화하고, 삼성동 국제교류복합지구와 연결되는 강남 비즈니스 축의 경쟁력을 높인다는 정책 방향과 맞닿아 있다.
결국 서울시가 허용한 것은 단순한 고밀개발이 아니다. 도시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민간 개발이 대신 공급하는 구조다.
이 지점에서 꼬마빌딩 투자자의 계산 방식도 달라진다. 과거에는 입지와 대지면적, 도로 조건, 용도지역을 먼저 봤다. 그다음 건축 가능 면적과 예상 임대료를 계산했다. 어느 정도는 그것만으로도 투자 판단이 가능했다. 좋은 입지의 건물을 사두면 시간이 지나면서 땅값이 오르고, 신축이나 리모델링을 하면 임대료를 더 받을 수 있다는 기대가 작동했다.
지금은 그렇게 단순하게 보기 어렵다. 서울 도심의 노후 건물은 대부분 여러 규제와 이해관계가 겹쳐 있다. 건물을 높이 올리려면 교통, 보행, 공개공지, 기반시설, 주변 도시 기능과의 관계를 함께 설명해야 한다. 용적률 인센티브를 받는다는 것은 더 많은 면적을 확보한다는 뜻이지만, 동시에 도시가 요구하는 비용을 부담한다는 뜻이기도 하다.
공개공지 하나만 보더라도 그렇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임대 가능한 면적 일부를 내어주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하지만 도시계획 관점에서는 보행환경과 휴식공간을 제공하는 장치다. 가로활성화 시설도 같은 문제다. 1층을 임대수익이 높은 상가로만 채우는 것이 아니라, 보행자가 접근할 수 있는 개방형 라운지나 전시·회의 공간처럼 거리와 직접 연결되는 기능을 넣어야 한다. 노후 하수관로 정비 같은 기반시설 부담까지 들어가면 사업비 구조는 더 복잡해진다.
따라서 앞으로의 밸류업은 “얼마나 더 지을 수 있느냐”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그 인센티브를 얻기 위해 무엇을 내놓아야 하느냐”, “그 비용을 감안하고도 순영업소득을 얼마나 개선할 수 있느냐”를 함께 따져야 한다.
이것이 이번 테헤란로 사례가 꼬마빌딩 투자자에게 던지는 핵심 질문이다.
강남 노후 건물의 고밀개발이 늘어난다고 해서 모든 꼬마빌딩의 가치가 같이 오르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차이는 더 벌어질 수 있다. 같은 테헤란로 권역이라도 어떤 건물은 관광숙박, 업무, 의료, 교육, 리테일, 주거 등 도시가 필요로 하는 기능과 맞아떨어질 수 있다. 반면 어떤 건물은 단순 근린생활시설 신축 이상의 설득력을 만들기 어려울 수 있다.
결국 자산가치의 차이는 입지 자체보다 그 입지에서 행정과 시장이 받아들일 수 있는 최유효이용을 찾아낼 수 있느냐에서 갈린다.
그동안 꼬마빌딩 시장은 땅값 상승 기대에 지나치게 의존해 온 측면이 있다. 좋은 동네에 있는 작은 건물을 사면 언젠가 오를 것이라는 믿음이 거래를 끌고 갔다. 하지만 공사비가 오르고 금리가 높아진 시장에서는 그런 방식의 투자가 점점 설 자리를 잃고 있다. 이제는 매입 단계부터 용도 전환 가능성, 인허가 논리, 임대수익 구조, 출구 전략까지 함께 계산해야 한다.
특히 서울 도심에서는 정책 해석 능력이 곧 수익률이 되는 시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도시가 원하는 기능을 읽지 못하면 용적률은 숫자에 그칠 수 있다. 반대로 그 기능을 정확히 읽어낸 투자자는 같은 대지에서도 전혀 다른 사업성을 만들어낼 수 있다.
용적률 인센티브는 공짜가 아니다. 도시가 필요로 하는 기능을 민간이 대신 공급할 때 열리는 협상 카드에 가깝다. 앞으로 꼬마빌딩 밸류업은 건축사가 도면을 그리는 순간 시작되는 것이 아니다. 그보다 앞서 이 자산이 도시 안에서 어떤 역할을 맡을 수 있는지 정의하는 단계에서 시작된다.
테헤란로의 이번 개발 사례는 그래서 단순한 강남 개발 뉴스가 아니다. 서울 도심 꼬마빌딩 시장이 더 쉬워지는 것이 아니라, 더 전문화되고 있다는 신호에 가깝다. 앞으로의 승자는 단순히 입지와 용적률만 따지는 투자자가 아니라, 도시가 요구하는 기능과 자산의 수익 구조를 함께 읽어내는 사람일 것이다.
한경닷컴 천우석 부장(CCIM) /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landvalueu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