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의만 바꿔달라"는 임차인 제안,
무심코 수락했다간 20년 점유 허용한다

건물주가 반드시 알아야 할 ‘10년 보호 기간’의 법리와 대응 전략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상가 건물주와 임차인 사이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는 단연 ‘계약갱신요구권’입니다. 특히 임대차 기간 중 임차인이 개인적인 사정이나 세무적 이유, 혹은 전략적인 의도를 가지고 ‘임차인 명의 변경’을 요청할 때 양측의 긴장감은 최고조에 달합니다.

 

임대인의 재산권과 임차인의 생존권이 정면으로 충돌하는 이 지점에서, 과연 명의가 바뀌면 보호 기간 10년은 처음부터 다시 시작되는 것일까요? 이번 시간에는 그 복잡한 속사정을 명쾌하게 짚어보겠습니다.

 

  1. 명의 변경, 단순한 ‘이름 바꾸기’가 아니다

 

실무 현장에서 접하는 임차인들의 명의 변경 요청은 대개 법인 전환 혹은 절세 전략이라는 ‘합법적 외피’를 두르고 나타납니다. 흔히 임차인들은 이렇게 제안하곤 합니다.

 

“대표님, 세금이 너무 많이 나와 이번에 절세 차원에서 개인사업자를 법인으로 전환하려고 합니다. 명의만 법인으로 바꾸는 것이고 대표인 저는 그대로이니 계약서만 새로 작성해 주시면 됩니다. 걱정하실 것은 전혀 없습니다.”

 

하지만 임대인에게 이는 단순한 서류상의 명의 변경을 넘어 자산 가치와 처분권에 직결되는 중대한 리스크 검토의 시작입니다.

 

“임대차 주체가 바뀌었으니 사실상 신규 계약 아닌가? 그렇다면 다시 10년의 기간을 보장해야 하는가?”라는 근원적인 질문에서부터 양측의 첨예한 법리적 대립이 시작되기 때문입니다.

 

임차인은 명의 변경을 통해 계약갱신요구권을 ‘리셋’하여 장기 점유의 발판을 마련하려 하고, 임대인은 계약의 동일성을 유지함으로써 재산권 행사의 제약을 최소화하려는 전략적 포석을 둡니다. 결국 명의 변경은 단순한 행정적 변동 사항이 아니라 향후 10년의 임대차 주도권을 결정짓는 고도의 전략적 공방이라 할 수 있습니다.

 

  1. 10년 보호 기간, ‘리셋’인가 ‘승계’인가?

 

법적으로 명의 변경의 성격은 크게 두 가지로 나뉩니다. 이 성격 규정에 따라 임차인을 보호하는 ‘10년의 시계’가 처음으로 되돌아갈지, 아니면 멈춘 지점에서 다시 흐를지가 결정됩니다.

 

(1) 신규 계약 — 10년의 시계가 ‘리셋’되는 경우

기존 계약을 완전히 종결(해지)하고 제3자와 새로운 조건(임대료, 기간 등)으로 계약서를 작성하는 형태입니다. 대법원 판례의 경향은 기존 임차인과 신규 임차인 사이에 ‘계약의 동일성’이 단절되었다고 판단할 경우 이를 새로운 임대차로 봅니다. 이때 별도의 특약이 없다면 신규 임차인은 그 시점부터 다시 10년의 계약갱신요구권을 부여받게 됩니다.

 

예를 들어 7년 차 카페 임차인 A가 친구 B에게 가게를 넘길 때, 임대인이 B와 임대료를 대폭 인상하며 새로운 양식의 계약서를 작성했다면 어떨까요? 특별한 합의가 없는 한 B는 그날부터 10년의 보호를 새로 받게 됩니다. 건물주 입장에서는 사실상 17년(7년+10년) 동안 재산권 행사가 묶이는 셈입니다.

(2) 권리·의무의 포괄적 승계 — 기존 기간이 ‘누적’되는 경우

기존 임차인의 지위와 계약 조건을 그대로 물려받는 방식으로, 주로 영업권 양수도 계약과 병행됩니다. 예를 들어 신규 임차인이 기존 임차인의 권리와 의무를 ‘포괄적으로 승계’하기로 합의한 경우입니다. 이 방식에서는 신규 임차인이 전 임차인의 남은 기간만 물려받게 됩니다. 즉, 10년의 시계는 리셋되지 않고 기존 임차인의 최초 계약일부터 기산됩니다.

개인사업자였던 임차인 C가 8년 차에 법인으로 전환하며 임대인의 동의를 얻어 승계 계약을 맺었다고 가정해 보겠습니다. 이때 임대인이 “기존 기간을 포함한다”는 조건을 명확히 했다면 법인 임차인에게 남은 갱신요구권은 새로운 10년이 아닌 ‘잔여 2년’뿐입니다.

  1. ‘합법과 편법 사이’ 임차인의 전략과 임대인의 대응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이 보장하는 10년의 기간이 만료될 즈음, 현장에서는 이른바 ‘명의 세탁’이라 불리는 고도의 전략이 등장합니다. 임차인이 가족이나 지인, 혹은 별도 법인의 명의를 빌려 사업자등록을 새로 내는 방식입니다. 겉으로는 정당한 권리 양도로 보이지만, 그 이면에는 임대차 기간을 인위적으로 늘리려는 권리 남용의 소지가 다분합니다.

 

(1) 임차인의 논리: “주체가 바뀌었으니 대항력도 신규 발생한다”

임차인은 사업자 명의가 변경되었으므로 기존 계약과는 별개의 ‘완전한 신규 임대차’임을 주장합니다. “전 임차인과 나는 별개의 인물이니 법이 정한 10년의 보호를 오늘부터 새로 받겠다”는 논리입니다. 이를 통해 임차인은 권리금 회수 기회를 넘어 사실상 무기한에 가까운 점유 권한을 확보하려 합니다.

 

(2) 임대인의 리스크: ‘재산권 동결’의 공포

이를 무심코 허용하거나 안일하게 대응할 경우, 임대인은 자신의 건물임에도 불구하고 20년, 30년 동안 임대료 현실화나 리모델링, 실점유 등의 재산권 행사가 사실상 불가능해지는 ‘잠금 효과(lock-in effect)’에 빠질 수 있습니다. 이는 단순히 기간의 문제를 넘어 건물의 매매 가치 하락으로 직결되는 치명적인 리스크입니다.

 

‘부동산 처방전’: 분쟁을 잠재우는 문구

 

임차인의 명의 변경 요청이 있을 때 임대인은 감정적인 거부보다 법리적으로 완결된 합의서를 통해 안전장치를 마련해야 합니다.

 

  1. 실질적 동일성 명시


명의가 변경되더라도 업종, 시설, 실질 운영 주체가 동일함을 계약서에 명시하여 ‘신규 계약’이 아닌 ‘지위 승계’임을 분명히 해야 합니다.

 

예시 조항:
“상가건물임대차보호법 제10조(계약갱신요구 등)의 적용에 있어 본 계약의 최초 임대차 개시일은 전 임차인 OOO의 최초 계약일인 0000년 00월 00일로 합산한다.”

 

  1. 제소 전 화해 조항 검토

대형 상가이거나 분쟁의 소지가 큰 경우, 명의 변경과 동시에 해당 내용을 포함한 제소 전 화해조서를 작성해 판결문과 동일한 집행력을 확보해 두는 것이 가장 확실한 처방입니다.

 

이처럼 상가 임대차 시장에서 ‘명의 변경’은 누군가에게는 새로운 기회일 수 있으나, 준비되지 않은 누군가에게는 치명적인 재산권 위기가 될 수 있습니다. 법은 ‘권리 위에 잠자고 있는 자’를 보호하지 않습니다.

 

단순한 ‘이름 바꾸기’라는 임차인의 말 뒤에 숨겨진 법적 무게를 직시하십시오. 명확한 법적 해석과 전문가의 정교한 조력을 통해 여러분의 소중한 자산 가치를 안전하게 수호하시기 바랍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landvalueup.hankyung.com)

문의 : landvalueup@hankyung.com / 02-3277-9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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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근지역, 유사지역 등의 현장 조사를 통해, 수익률 분석, 규모검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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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도면에 이상은 없는지, 시공에 대한 물리적 하자는 없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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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렵고 위험한 건축에 대한 비용 증감, 공사 기간 연기, 시공사의 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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