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일하지 않고 ‘자산’이 일하게 만드는 법
동대문 초역세권 꼬마빌딩이 증명한 ‘입지’의 힘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제가 빌딩사업부 수석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직접 진행했던 꼬마빌딩 투자 사례를 소개해 드리겠습니다.
저금리 호황기에 필요한 ‘지속 가능한 부’의 조건
2018년 3월 21일, 한 외국계 기업 임원 출신의 투자자께서 제게 상담을 요청하셨습니다.
그분의 목표는 명확했습니다. “직접 일하지 않아도 꾸준히 수익이 발생하고, 시간이 지날수록 자산 가치가 상승하는 건물을 보유하고 싶다.”
그 시기 한국은행 기준금리는 1.5%, 대출금리는 3% 내외였습니다.
자금 조달 여건이 유리했던 만큼 시장은 활황이었지만, 완벽한 물건은 존재하지 않습니다. 투자자와 매도인의 이해는 늘 엇갈리고, 현실 속에서는 ‘이상적인 조건’보다 핵심 니즈를 충족할 수 있는 대안을 찾아내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 투자자의 가용 자금은 약 30억 원.
서울 내에서 ‘지가 상승’과 ‘안정적인 현금 흐름’을 동시에 기대할 수 있는 꼬마빌딩을 찾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단순히 가격이 맞는 매물이 아니라, 시간이 자산으로 전환되는 입지가 필요했습니다.
투자의 본질은 ‘입지’에서 결정된다
꼬마빌딩 투자의 핵심은 화려한 외관도, 순간적인 수익률도 아닙니다.
결국 공실을 방어할 수 있는 입지, 그리고 유동 인구가 지속적으로 유입되는 구조가 장기적인 성공을 결정합니다.
입지가 약한 건물은 단기적으로는 높은 수익률을 낼 수 있지만, 결국 공실 위험에 노출되고 지가 상승의 기회조차 잃게 됩니다.
‘일하지 않아도 자산이 일하게 만드는 부(富)’는 결국 이런 입지 위에서만 구축될 수 있습니다.
이 투자자 역시 “지속 가능한 수익”을 원했고, 그 결과 선택한 곳이 바로 서울 지하철 1호선 동대문역 출구 바로 앞에 위치한 건물이었습니다.
출구에서 불과 10초 거리, 30m 대로변 코너 입지, 넓은 전면을 갖춘 압도적인 시인성까지. 이 건물은 유동 인구와 가시성을 동시에 확보한 전형적인 ‘핵심 입지형 자산’이었습니다.
이 입지적 조건은 공실 리스크를 사실상 제거하고, 장기 보유 시 지가 상승의 프리미엄을 누적시키는 구조를 만들어냈습니다.
법규의 틈에서 발견한 ‘토지의 내재 가치’
이 건물의 또 다른 매력은 토지 효율성이었습니다.
대지면적은 약 32평으로 작았지만, 1980년대 후반 완공된 건물로 당시 느슨했던 건축법규의 혜택을 온전히 누렸습니다.
각 층은 약 26평 규모로 반듯하게 설계되어, 오늘날 법규 기준으로는 불가능한 ‘효율적 연면적 확보’가 가능했습니다.
즉, 현행 기준이라면 최소 50평 규모의 대지에서나 가능할 건축 효과를 32평에서 구현한 셈입니다.
이 차이는 결국 현행 법규 아래 신축할 때보다 훨씬 높은 건폐율과 임대 효율성으로 이어집니다.
또한, 상업용 빌딩의 가치를 결정짓는 1층 업종과 배후 상권도 완벽했습니다.
지상 1층에는 SK텔레콤이 입점해 있었고, 주변에는 의류 매장과 병·의원이 밀집해 안정적인 소비 수요를 형성했습니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의 유입이 꾸준한 동대문 상권 특성상, 공실 위험은 거의 ‘제로’에 가까웠습니다.
이렇듯 입지적 희소성과 상권 안정성, 그리고 법규 완화의 시대적 혜택까지 더해져, 이 빌딩은 현금 흐름과 자산 증식이라는 두 축을 동시에 만족시킨 투자 자산으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5년, 시간이 증명한 가치
그로부터 7년이 지난 2025년, 이 건물의 가치는 놀라운 속도로 성장했습니다.
매입 당시인 2018년의 거래가는 34억5000만원(대지 평당 약 1억800만원)이었지만, 현재 인근 거래 사례를 기준으로 평가한 토지 평당 가치는 1억7000만원 이상입니다.
이를 환산하면 현재 이 빌딩의 총 가치는 약 54억4000만원. 7년 만에 약 20억 원의 시세 차익이 실현된 셈입니다.
여기에 연 4% 이상의 안정적 운용 수익률까지 감안하면, 이 투자자는 ‘근로소득이 아닌, 자산소득이 자산을 증식시키는 구조’를 완성한 셈입니다.
‘좋은 건물’이 아니라 ‘좋은 입지’를 사라
이 사례는 단순히 오래된 건물을 산 것이 아니라, 입지의 본질과 법규의 이점, 그리고 시장 구조의 흐름을 정확히 읽어낸 결과입니다.
좋은 건물은 시간이 지나면 낡지만, 좋은 입지는 시간이 지날수록 희소성이 높아집니다.
지속 가능한 부의 출발점은 건물의 외형이 아니라, 그 건물이 서 있는 땅의 본질적 가치를 꿰뚫어 보는 눈에 달려 있습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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