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지를 본 자는 돈을 벌고, 타이밍을 놓친 자는 기회를 잃는다
서울대입구역 코너 건물 밸류업 사례로 본 투자 심리의 본질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제가 빌딩사업부 수석팀장으로 근무하던 시절, 직접 진행했던 흥미로운 꼬마빌딩 투자 사례를 공유해 드리겠습니다.
2019년 4월 2일, 상속인 간 분쟁으로 급하게 매물로 나온 건물이 있었습니다. 이 건물은 수익률, 준공연도, 매매금액 등 모든 면에서 평범했고, 겉으로 보기엔 매력이 크지 않았습니다. 그러나 이 물건은 시장에 공개된 지 일주일도 채 되지 않아 현금을 가진 자산가들 간의 ‘치열한 경쟁’ 끝에 거래가 성사된 특별한 케이스였습니다.
도대체 어떤 이유로, 이토록 빠른 시간에 고액 현금이 몰렸던 것일까요? 지금부터 그 비밀을 함께 살펴보겠습니다.
1. 투자의 시작 ― 입지를 ‘수익률’보다 우선시한 디벨로퍼형 투자자
이 프로젝트의 의뢰인은 필자와 세 차례 이상 프로젝트를 함께했던, 공격적이고 분석적인 투자자였습니다. 의뢰인은 단순한 운용수익보다 처분가치 중심의 ‘입지형 투자’를 선호했습니다. 부동산학과 건축학에 대한 이해가 높아, 물건을 검토할 때의 안목이 매우 까다롭고 명확한 편이었습니다.
(1) 압도적인 입지 ― ‘서울대 입구역’ 환승 거점의 코너
이 건물은 서울대입구역 출구 바로 앞, 대로변 코너에 위치한 상권 내 최상급 입지였습니다.
특히 이 지역은 서울대학교 학생들이 관악캠퍼스로 이동하기 위해 반드시 이 지점을 거쳐 버스로 환승해야 하는 필수 동선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즉, 단순한 역세권이 아니라 ‘강제 유동인구’를 확보한 앵커(Anchor) 입지였던 것입니다.
주변에는 의류 편집샵, 리테일 매장, 다양한 F&B 브랜드가 이미 포진해 있었고, 젊은 대학생층을 중심으로 관악산 등산객, 강남권 직장인 등 복합 소비층이 공존하는 안정적 상권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이 덕분에 건물의 노후도나 수익률의 한계를 상쇄할 만큼 토지의 미래 가치가 매우 높게 평가되었습니다.
(2) 잠재 가치 ― 지상 10층 이상 신축 가능한 ‘일반상업지역’
이 부지는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상 일반상업지역으로, 지상 10층 이상 건축이 가능했습니다. 이는 향후 신축을 통한 밸류업 잠재력이 매우 크다는 뜻입니다.
다만, 지구단위계획구역으로 지정되어 있어 개발 가능성에 대한 검토가 필요했습니다. 지자체 협의 결과, 단독 개발도 가능하다는 결론을 얻었고, 의뢰인은 혹시 인접 필지를 통합하지 못하더라도 단독으로 지상 10층 규모의 신축 프로젝트를 진행할 수 있는 준비를 마쳤습니다.
2. 치밀한 전략 ― 인접 필지 동시 매입으로 사업성 극대화
이 프로젝트의 핵심은 바로 인접 필지의 동시 매입 전략이었습니다. 기존 대상지인 봉천동 862-9번지(252.9㎡, 약 76.5평)와 바로 옆 862-7번지(221.5㎡, 약 67평)를 함께 확보해 총 474.4㎡(약 143.5평)의 부지로 통합 개발을 추진하려는 계획이었습니다.
통합 시, 건축 효율이 높아지고 사업성은 배로 상승하게 됩니다. 의뢰인은 이미 양쪽 필지를 모두 매입하여 지상 15층 규모의 신축 랜드마크 빌딩을 짓는 밸류업 시나리오를 완성해두었습니다.
그러나…
이 치밀한 계획은 단 6일의 차이로 완전히 뒤바뀌게 됩니다.
3. 단 6일의 차이 ― 현금 부자들의 피 튀기는 경쟁
이 물건의 가치를 알아본 것은 의뢰인만이 아니었습니다. 인근에서 이미 건물을 보유하고 있던 또 다른 자산가가 “웃돈 5억원을 줄 테니 그 필지를 나에게 넘겨달라”고 제안해 왔습니다.
의뢰인은 단호했습니다. “이건 반드시 신축할 자리입니다. 팔 생각 없습니다.”
그러나 불과 6일 후, 그 자산가는 의뢰인이 매입하려던 바로 옆 필지(봉천동 862-7번지)를 80.4억원에 전격 매입했습니다.
즉, 2019년 4월 2일과 4월 8일—단 6일의 차이로 하나의 프로젝트로 통합될 수 있었던 두 필지의 운명이 엇갈려 버린 것입니다.
4. 엇갈린 결말 ― 6년 후, 다른 길을 간 두 투자자
그 후 두 건물주는 6년 동안 팽팽한 줄다리기를 이어갔습니다.
“웃돈을 얹어줄 테니 넘기라”는 제안과 “직접 개발하겠다”는 고집이 맞부딪쳤습니다.
그러나 2025년이 된 지금, 결과는 극명하게 갈렸습니다.
- 첫 번째 투자자(862-9번지): 인접 필지 통합이 무산되자, 단독 개발로 방향 전환.
- 두 번째 투자자(862-7번지): 2023년 해당 건물을 122.5억원에 매각,
매입가 80.4억원 대비 42.1억원의 시세차익을 거두며 단기 엑시트(Exit) 성공.
두 투자자의 전략과 결과는 극명히 갈렸지만, 이 사례는 “기회의 문은 단 며칠 차이로 닫힐 수 있다”는 사실을 강렬히 보여줍니다.
5. 시사점 ― 최고의 입지는 결국 ‘시간’과의 싸움이다
이 사례의 교훈은 명확합니다.
- 입지가 확실하다면 일시적인 수익률 부족은 극복할 수 있다.
- 개발 가능성을 분석하되, 통합 리스크에 대비한 ‘단독 플랜’을 반드시 준비해야 한다.
- 시장의 타이밍은 예측이 아니라 ‘결단’의 문제다.
결국, 1주일의 차이가 수십억의 기회비용을 만들었습니다.
입지를 보는 안목과 타이밍을 읽는 결단이 부동산 투자의 성패를 좌우한다는 점을 다시 한 번 일깨워준 사례입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landvalueu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