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개월 깔세 계약이 10년 갱신이 된다고?
단기 임대차의 위험과 대응법
단기 임대차 분쟁 방지를 위한 법적 장치 5가지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안녕하세요. 부동산 투자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최근 저를 찾아온 한 건물주분의 이야기로 운을 떼고자 합니다.
“사람이 없으니, 돈도 없습니다.” 2019년 부동산 시장이 뜨거웠던 시기에 서울 강남의 한 중개법인을 통해 인천 부평동의 소형 근린시설 건물을 약 37억원에 매입하셨던 분입니다. 위치도 좋고 수익률도 매력적이어서 망설임 없이 ‘건물주’가 되셨다고 합니다.
하지만 문제는 예상보다 빨리 찾아왔습니다. “임대료가 끊기기 시작했습니다”. 임차인들이 월세를 연체하기 시작했고, 몇 달이 지나자 보증금은 모두 소진되었습니다. 심지어 한 층의 임차인은 무단으로 사라지는 상황까지 발생했습니다. 매달 들어오던 월세는 끊기고, 남은 것은 텅 빈 공간과 쌓여가는 유지비뿐이었습니다. 처음 거래를 도와주었던 부동산 중개인에게 연락했지만, 이미 퇴사했다는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공실은 길어졌고, 건물은 서서히 현금이 빠져나가는 구조로 변해갔습니다.
안녕하세요. 부동산 투자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단기 임대차’라는 명확한 조건 하에 체결된 계약에서, 계약 종료 후 돌연 상가임대차보호법상의 계약갱신 요구를 주장하는 임차인으로 태도를 바꾸었을 때, 과연 법은 누구의 손을 들어줄지, 그리고 임대인은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를 깊이 있게 살펴보겠습니다.
이 내용은 최근 실제 상담 사례를 바탕으로 한 것으로, 유사한 상황에 처한 임대인이라면 반드시 숙지해야 할 중요한 사례입니다.
“3개월만 쓸게요” → “10년 계약갱신 하겠습니다”
상황을 한번 살펴보겠습니다. 서울 강남의 상가건물 1층에서 벌어진 일입니다. 장기 공실 상태에 부담을 느끼던 건물주 A씨는 보세의류를 취급하는 임차인 B씨의 요청을 받고 ‘3개월 단기 사용’ 조건으로 임대차계약을 체결했습니다. B씨는 “깔세 개념의 단기 매장으로만 사용할 것이고, 사업자등록도 하지 않겠다”고 명확히 밝혔으며, A씨는 본인이 원하는 신규 임차인을 유치할 때까지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한 전략적 판단으로 이 계약을 받아들였습니다. 그러나 문제는 계약 종료 직후 발생했습니다. B씨는 계약이 끝나자마자 돌연 “상가임대차보호법 제10조에 따라 갱신요구권을 행사하겠다”며, 향후 10년간 임대차 연장을 주장했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 모든 임차인을 보호하지는 않는다
많은 임대인들이 이러한 상황에 직면했을 때 당황하곤 합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임차인의 갱신요구권을 보장하고 있고, 임대인이 정당한 사유 없이 이를 거절할 수 없다는 조항이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여기에는 중요한 전제가 있습니다. 상가임대차보호법이 적용되기 위해서는 임차인이 해당 공간에 대해 ① 실제 점유하고 있으면서, ② 사업자등록이 완료된 상태여야 합니다. 이 두 가지 요건을 동시에 충족하지 못하면, 임차인은 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없습니다. 즉, 깔세처럼 단기적·이벤트성·임시용 임차인이 해당 공간을 본인의 정식 사업장 주소로 등록하지도 않고, 점유 목적도 일시적인 경우, 법적으로는 ‘보호 대상’이 될 수 없는 것입니다.
‘일시사용 목적’의 계약은 원천적으로 법 적용 대상 아님
더 중요한 포인트는 바로 상가임대차보호법 제2조 단서조항입니다.
“일시사용을 목적으로 하는 임대차는 본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니다.”
즉, 계약서상 명확히 ‘일시사용’으로 정의되어 있고, 실질적인 임대차 목적도 단기적·한시적인 경우라면, 해당 계약은 아예 상가임대차보호법의 적용 범위 밖에 있는 것입니다. 보세의류 깔세 임차인의 경우, (1) 3개월 단기 계약, (2) 사업자등록 미실시, (3) 통상 시세보다 낮은 임대료, (4) 행사 목적의 한시적 점유 등 이 모든 조건을 충족한다면, 명백한 ‘일시사용 목적 임대차’로 간주될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법원은 ‘형식’이 아닌 ‘실질’을 본다
계약서에 ‘일시사용’이라고 명시했다고 해서 무조건 임대인의 손을 들어주는 것은 아닙니다. 법원은 다음과 같은 요소들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판단합니다.
- 계약 기간이 극히 단기인지 (보통 6개월 이하)
- 사업자등록이 되어 있는지 여부
- 통상 시세 대비 낮은 임대료 및 보증금
- 계약 외 문자, 메일 등에서 임시사용 목적이 확인되는지
- 계약 만료 시 임차인의 자연스러운 퇴거 흐름이 있었는지
즉, 임대인의 전략적 판단과 법적 설계가 명확히 드러나야 분쟁에서 승기를 잡을 수 있습니다.
체크리스트
이 같은 사태를 예방하기 위해 임대인은 계약 단계부터 철저히 준비해야 합니다. 다음 체크리스트를 반드시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 계약서 조항: “본 계약은 상가임대차보호법 제2조 단서에 따라 일시사용을 목적으로 하며, 갱신요구권의 적용을 받지 않음에 당사자 쌍방이 동의한다” 라는 문구를 삽입하십시오.
- 사업자등록 여부 확인: 임차인이 해당 공간에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문자 또는 이메일로 남겨두십시오.
- 계약 조건 차별화: 낮은 보증금, 단기 임대료, 행사·이벤트 목적 등의 특이조건을 명시하십시오.
- 퇴거 사전 안내: 계약 종료일 이전, 퇴거 예정 확인서 또는 재계약 불가 통보문을 정식 발송하십시오.
이처럼 많은 임대인들이 단기계약을 ‘선의’로 받아들이지만, 그 선의가 법적 분쟁의 출발점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단기 임대는 공실 리스크를 줄이고 유동성을 확보하는 유용한 전략일 수 있습니다. 그러나 이를 실행할 때는 반드시 법적 장치와 구조 설계가 뒷받침되어야 합니다. 법은 마음이 아니라 문서와 증거에 반응합니다. 임대인의 의도와 현실을 반영한 전략적 계약 설계만이 미래의 리스크를 원천 차단할 수 있습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landvalueu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