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산업센터 투자, 기회일까? 후회일까?
투기성 공급을 넘어, 지속 가능한 산업공간으로 가는 길
배준형의 이슈 분석

불과 몇 해 전만 해도 지식산업센터는 부동산 시장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주목받았습니다.
아파트 규제 강화(다주택자 중과세, 대출 제한 등)로 유동 자금이 상업용 부동산으로 이동하면서, 상대적으로 규제가 적고 진입 장벽이 낮은 지식산업센터는 ‘제2의 오피스텔’로 불릴 만큼 투자자들의 관심을 한몸에 받았습니다.
특히 주택 수에 포함되지 않는 산업시설이라는 점은 투자 수요를 자극한 핵심 요인이었습니다. 정부 또한 창업 및 중소기업 지원이라는 정책적 목적 하에 개발을 장려했고, 이에 발맞춰 시행사들은 앞다투어 공급을 확대했습니다.
폭발적 공급, 그리고 찾아온 공실의 그림자
하지만 단기간에 급증한 공급은 결국 시장의 균형을 무너뜨렸습니다.
2025년 기준, 지식산업센터 내 상가 및 사무실의 공실률은 절반에 육박하며, 인근 상권까지 침체의 악순환에 빠지고 있습니다.
이쯤 되면 자연스러운 질문이 제기됩니다.
“왜 이렇게 비어 있는데도 계속 짓는가?”
지속되는 공급, 그 이면의 구조적 문제
지식산업센터의 공급 과잉에는 몇 가지 복합적인 배경이 존재합니다.
- 세제 혜택 및 금융 지원
지식산업센터는 취득세·재산세·법인세 감면, 정책자금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제공됩니다. 이는 투자 매력도를 높이고, 시행사에게도 유리한 환경을 조성합니다.
- 규제 회피 수단 및 대체 투자 상품
주택과 달리 상대적으로 규제에서 자유롭고, 분양 수익을 선반영할 수 있는 구조는 경기 둔화 속에서도 공급을 부추기는 요인이 됩니다.
- 선분양 중심의 자금 조달 방식
많은 시행사들이 초기 자금 확보를 위해 선분양에 의존하고 있습니다. 분양이 완료되면 이후 발생하는 공실 리스크는 입주자나 투자자에게 전가되는 구조입니다. 결국 공급 이후의 책임은 시장에 떠넘겨지는 셈입니다.
편법과 왜곡: 지식산업센터의 변질
이러한 구조는 편법을 조장하기도 합니다. 일부 지식산업센터는 ‘라이브 오피스’라는 이름으로 사실상 주거용으로 홍보되며, 산업시설이라는 본래 취지를 훼손하고 있습니다. 이는 기업 유입을 방해하고, 지식산업센터를 투기적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습니다.
공실의 늪, 탈출구는 있는가?
지식산업센터가 본래의 기능을 회복하고 지속가능한 산업공간으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근본적 대책이 필요합니다.
1️⃣ 공급 조절 및 전략적 입지 선정
무분별한 공급은 공실을 구조화합니다. 수요 기반 분석을 통해 실질적 산업 수요가 존재하는 지역에만 선별적으로 공급해야 하며, IT·바이오·스타트업 등 유망 산업과 연계된 클러스터형 입지 전략이 필수적입니다.
2️⃣ 용도 규제 완화의 신중한 접근
업종 제한 완화는 단기 처방에 불과합니다. 산업기반 기능을 훼손하지 않도록 정교한 기준과 사후 관리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3️⃣ 시행사 책임 강화 및 금융구조 개선
선분양 위주의 분양 방식에서 벗어나, 일정 비율의 ‘선임차 후분양’ 방식 도입 등 자산운용형 개발 모델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는 공실 리스크를 줄이고, 도시 슬럼화를 방지하는 방안이 될 수 있습니다.
4️⃣ 실수요자 중심의 정책 지원
지식산업센터는 창업기업, 제조 스타트업, 전문건설업체 등 실입주 기업을 위한 공간이어야 합니다. 실수요자를 대상으로 한 금융 지원과 제도적 안정장치 마련이 공급의 지속 가능성을 높이는 핵심입니다.
‘왜 짓는가’에 대한 근본적 질문이 필요하다
지식산업센터는 단순한 부동산 상품이 아닙니다.
기업의 터전이자 도시산업 생태계의 한 축으로 기능해야 합니다. 하지만 현재는 투기적 공급과 수요 불일치로 인해 도시 구조 왜곡이 심화되고 있습니다.
이제는 공급자 중심의 논리를 넘어, 수요자 중심의 정책 대전환이 요구됩니다.
그리고 그 출발점은 부동산 개발의 철학, 곧 “왜 짓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에 대한 진지한 성찰이어야 할 것입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landvalueu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