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 상가 늘자…서울시 ‘건축 족쇄’ 푼다
상업지 내 비주거비율 완화·용적률 상향…건축 경기 활성화 될까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얼어붙은 경기, 텅 빈 상가
공급 과잉, 내수 부진, 자영업자 폐업, 그리고 정치·경제적 불확실성까지.
2025년 1분기, 대한민국의 체감 경기는 그 어느 때보다도 냉각됐습니다.
특히 서울 도심의 변화는 극적입니다. 한때 ‘금싸라기 땅’이라 불리며 높은 수익을 자랑하던 주요 상권조차 이제는 공실률이 치솟고 있습니다. 이면도로 상가는 이미 오래전부터 활기를 잃었고, 그 안에서 살아남은 자영업자는 손에 꼽을 정도입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상가 매물은 나오기 무섭게 팔리던 시장이었습니다. 매수자가 매도자보다 많은 전형적인 ‘매도자 우위 시장’이었죠. 하지만 지금은 정반대입니다. 투자심리는 얼어붙고, 매물은 쌓이며, 상권은 침체의 늪에 빠졌습니다. ‘돈맥경화’라는 말이 실감 날 정도입니다.
서울시, 규제 완화로 돌파구 찾다
이런 상황 속에서 서울시가 내놓은 해법은 도시계획 규제의 완화입니다.
2025년 3월 31일, 김길영 서울시의원이 발의한 ‘서울특별시 도시계획 조례 일부개정조례안’은 막혀 있던 건축 흐름에 숨통을 틔울 것으로 기대됩니다. 이번 개정안은 두 가지 핵심 내용으로 구성됩니다.
- 상업지역 내 주거복합건물의 비주거 비율 완화
기존에는 상업지역에서 주거복합건물을 지을 때 전체 연면적의 최소 20% 이상을 상업이나 업무시설 등 비주거 용도로 사용해야 했습니다. 그러나 상업시설 수요가 한계에 다다르고 공실이 늘어나면서, 이 규정이 오히려 개발의 발목을 잡는 족쇄로 작용했습니다.
이에 서울시는 비주거 비율을 20%에서 10%로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즉, 상업지역 내에서도 오피스텔 같은 주거시설을 더 많이 지을 수 있게 된 것입니다.
- 일반주거지역의 용적률 한시적 상향
또 다른 변화는 제2종 및 제3종 일반주거지역을 대상으로 합니다. 최근 건설 경기 침체로 소규모 주거용 건축도 줄어들자, 서울시는 3년 동안 한시적으로 용적률을 완화하기로 했습니다.
해당 지역의 건축물은 앞으로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시행령」이 정한 최대 용적률 한도까지 적용받을 수 있게 됩니다.
이 조치는 단순한 규제 완화를 넘어, 변화하는 소비 구조에 맞춘 도시 생태계의 적응 전략이라 할 수 있습니다. 서울시는 주거와 상업의 경계를 재조정하고, 불필요한 비효율을 제거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한 것입니다.
핵심 키워드는 ‘시장 수요’와 ‘건축 경기 활성화’입니다.
남은 과제와 변수들
물론 모든 정책은 양면성을 가집니다. 서울시의 조례 개정 역시 다음과 같은 우려를 낳고 있습니다.
- 상업지역의 공공성 및 기능 다변화 약화 가능성
- 주거 밀집에 따른 인프라 과부하 우려
- 단기 이익을 노린 과잉 개발 가능성
이러한 우려는 향후 조례 시행 과정에서 면밀한 사후 관리와 보완이 필요한 대목입니다.
도시 재편의 시작점
서울시의 이번 결정은 단순한 경기 부양책이 아닙니다. 이는 장기적인 도시 구조 개편과 공간 전략 변화의 신호탄입니다.
건축 규제 완화는 시공사뿐 아니라 건물주, 투자자, 그리고 도시민 모두에게 영향을 미치는 중대한 조치입니다. 그리고 이 변화는 단지 ‘건물을 더 짓는 문제’가 아닌, 서울이라는 도시의 미래를 어떻게 설계할 것인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합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landvalueup.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