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찰 일주일 뒤 걸려온 전화…”취하 동의서에 도장 좀 찍어 주세요”
경매 취하, 낙찰자가 거절해도 경매가 취소되는 이유
배준형의 밸류업 경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낙찰을 받고 기뻐할 틈도 없이 찾아오는 낯선 요청, 경매 취하 동의 문제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몇 달을 공들여 고른 물건을 낙찰받고 잔금을 준비하던 중, 모르는 번호로 전화가 옵니다. 집주인이라고 밝힌 상대방은 빚을 모두 갚을 테니 경매 취하에 동의해 달라고 합니다.
인감증명서와 함께 동의서에 도장을 찍어 달라는 것입니다. 한편으로는 미안한 마음이 들고, 다른 한편으로는 공들인 시간이 아깝습니다.
이때 많은 낙찰자가 두 가지를 궁금해합니다.
거절해도 되는가? 그리고 거절하면 어떻게 되는가?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이 경매가 어떤 종류인지에 따라 낙찰자의 동의가 갖는 의미가 크게 달라집니다.
법원경매 낙찰 이후의 취하에는 낙찰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경매를 신청한 채권자는 원칙적으로 경매신청을 취하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누군가 입찰해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정해진 뒤에는 사정이 달라집니다.
민사집행법은 매수신고가 있은 뒤 경매신청을 취하하려면 최고가매수신고인 또는 매수인, 그리고 차순위매수신고인이 있다면 그의 동의까지 받도록 정하고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93조 제2항). 매수인이 매각대금을 모두 납부한 뒤에는 경매신청을 취하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낙찰 후 잔금 납부 전까지의 기간에 소유자나 채무자가 낙찰자를 찾아오는 일이 생기는 것입니다. 채권자가 경매신청을 취하하는 방식으로 집을 지키려면 낙찰자의 동의가 필요하기 때문입니다.

임의경매라면 동의하지 않아도 경매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그런데 여기에는 중요한 예외가 있습니다.
근저당권 같은 담보를 근거로 진행되는 임의경매의 경우, 채무자가 빚을 갚아 담보권이 소멸하면 매각대금이 완납되기 전까지 경매개시결정에 이의를 신청할 수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265조).
근저당권 말소 등기가 기재된 등기사항증명서 등을 법원에 제출해 경매절차를 취소하는 방법도 있습니다(민사집행법 제266조). 이러한 취소에는 낙찰자의 동의가 필요하지 않습니다.
따라서 낙찰자가 경매신청의 취하에 동의하지 않더라도, 채무자나 소유자가 법에서 정한 요건을 갖추면 경매절차가 취소될 수 있습니다.
반면 판결문 등을 근거로 진행되는 강제경매는 다릅니다.
채무를 갚았다고 해서 임의경매처럼 근저당권 말소만으로 절차를 끝낼 수는 없습니다. 채권자의 협조를 받지 못한다면 집행권원의 종류에 따라 청구이의의 소나 집행정지 등 별도의 법적 절차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강제경매에서도 낙찰자의 동의 없이 집행이 정지되거나 취소될 수 있는 경우가 있지만, 그 절차와 요건은 임의경매와 다릅니다.
같은 취하 요청이라도 어떤 경매인지, 채무자가 어떤 서류를 확보했는지에 따라 낙찰자의 협상 여지는 달라집니다.

“그럼 동의해 주는 대가를 요구해도 됩니까?”
현장에서 많이 받는 질문입니다.
실무에서는 낙찰자가 그동안 들인 조사 비용과 시간, 보증금이 묶여 있던 기간 등을 감안해 일정한 비용을 보전받는 조건으로 동의해 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다만 이는 당사자 사이의 합의 문제이지, 낙찰자에게 당연히 보장되는 보상금은 아닙니다.
사건의 성격을 모른 채 무리한 금액을 고집하는 것도 주의해야 합니다. 임의경매에서는 채무자가 근저당권을 말소하고 법에서 정한 취소 절차를 밟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 경우 낙찰자는 별도의 보상 없이 경매가 끝나는 상황을 맞을 수도 있습니다.
동의서에 인감증명서까지 함께 넘기는 일인 만큼, 상대방이 실제 소유자나 적법한 대리인인지, 채권자가 취하서를 준비했는지, 변제와 합의 조건은 어떻게 이행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취하에 동의하기로 했다면 보상금 지급 조건과 동의서 교부 시점도 명확히 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경매가 취하되거나 취소되면 입찰보증금은 반환받을 수 있지만, 그 절차와 시점도 함께 확인해야 뒤탈이 없습니다.
집을 지키려는 소유자에게는 ‘시간표’가 전부입니다.
이 이야기를 반대편에서 보면, 경매에 넘어간 집이나 건물을 지키려는 소유자에게 매각대금이 완납되기 전까지의 시간은 매우 중요합니다.
매수인이 대금을 모두 납부해 소유권을 취득하면 단순히 채무를 갚았다는 이유만으로 경매 결과를 되돌리기는 어렵습니다.
임의경매라면 빚을 갚고 근저당권을 말소하는 절차를 서둘러야 합니다. 강제경매라면 집행권원의 종류와 채무 변제 상황에 따라 필요한 법적 조치가 달라지므로 더 일찍 움직일 필요가 있습니다.
낙찰자와 원만하게 합의할 수 있다면 그것이 빠른 해결책이 될 수 있습니다. 합의가 어렵다면 법에서 정한 다른 절차를 검토해야 합니다.
다만 다른 채권자의 경매신청이 함께 진행 중인 경우에는 한 채권자의 신청이 취하되거나 그 담보권이 말소되더라도 경매가 계속될 수 있습니다. 소유자라면 해당 사건의 전체 채권관계까지 확인해야 합니다.
많은 소유자가 “아직 시간이 있다”고 생각하다가 대응 시기를 놓칩니다.

밸류업 처방전
경매 취하를 둘러싼 문제는 낙찰자와 소유자, 채권자의 이해가 짧은 기간에 한꺼번에 부딪히는 순간입니다.
낙찰자라면 취하 동의 요청을 받았을 때 먼저 사건이 임의경매인지 강제경매인지 확인해야 합니다. 소유자라면 매각대금이 언제 납부될 수 있는지, 채무를 갚은 뒤 어떤 절차를 밟아야 하는지부터 살펴봐야 합니다.
취하 동의서에 도장을 찍을지 결정하기 전에 법원 경매사건의 진행 상태와 채권관계를 확인해 보시기 바랍니다.
그 확인 한 번이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문의 : landvalueup@hankyung.com · 02-3277-9856
※ 본 칼럼은 법원경매에서 매수신고 이후의 경매신청 취하와 낙찰자 동의, 임의경매·강제경매의 취소 절차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경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 경매절차의 취하·취소 가능 여부와 입찰보증금 반환 시점, 합의 조건의 효력은 개별 사건의 채권관계와 진행 상태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