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경매 입찰가, ‘얼마에 낙찰될까’를 묻는 순간 이미 진다
아파트·상가 경매 입찰가 정하는 법…낙찰가율보다 먼저 봐야 할 기준
배준형의 밸류업 경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입찰 마감 시간이 지나고 집행관이 사건번호를 부르기 시작하면 법정 안은 조용해집니다. 최고가매수신고인의 이름과 입찰금액이 차례로 낭독되는 순간, 법정 곳곳에서는 짧은 탄식이 새어 나옵니다.
1등과 2등의 차이가 몇십만원에 불과한 경우도 있고, 1등이 2등보다 수천만원을 더 써낸 경우도 있습니다. 떨어진 사람은 아쉬워하고 낙찰받은 사람은 기뻐하지만, 현장에서 오래 지켜본 입장에서는 가장 기뻐하는 사람이 사실은 가장 크게 잃은 사람인 경우를 적지 않게 봅니다.
낙찰은 ‘이긴 것’이 아니라 ‘가장 높은 가격을 쓴 것’에 불과하기 때문입니다.
대부분의 입찰가는 ‘남’을 보고 정해집니다
경매를 처음 하시는 분들이 입찰가를 정하는 방식은 대개 비슷합니다.
인근 지역 유사 물건의 평균 낙찰가율을 찾아보고, “요즘 이 동네는 감정가의 85% 선에서 낙찰된다.”는 이야기를 들은 뒤 거기에 조금 더 얹어서 써내는 식입니다.
이 방식의 결정적인 문제는 기준이 ‘이 물건의 가치’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이 얼마를 썼는가’에 있다는 점입니다.
평균 낙찰가율은 과거에 다른 물건이 다른 조건에서 팔린 결과일 뿐, 지금 내가 보고 있는 물건의 가치를 그대로 말해주지는 않습니다.
그 숫자를 따라 쓰는 순간 내 입찰가는 내 계산이 아닌 시장의 분위기에 맡겨집니다. 시장이 과열된 시기라면 결국 그 분위기를 가장 크게 믿은 사람이 낙찰자가 되는 셈입니다.
입찰가는 ‘위에서 아래로’ 계산해야 합니다
입찰가를 정하는 방식은 단순합니다.
“얼마에 낙찰될까?”가 아니라 “나는 최대 얼마까지 쓸 수 있는가?”에서 출발합니다.
이해를 돕기 위해 아파트 한 채를 예로 들어 숫자를 따라가 보겠습니다.
1단계는 감정가가 아니라 ‘급매 시세’에서 출발하는 것입니다.
감정가는 매각기일보다 앞선 시점에 산정된 가격이기 때문에 현재 시장가격과 차이가 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같은 단지에서 비슷한 층과 향의 집이 최근 실제로 얼마에 거래됐는지, 지금 당장 매수할 수 있는 급매물은 얼마인지부터 확인해야 합니다.
여기서는 급매 시세를 10억원으로 가정하겠습니다.
2단계는 경매로 사는 이유, 즉 ‘안전마진’을 먼저 빼는 것입니다.
경매는 일반매매보다 시간이 오래 걸릴 수 있고, 내부 상태를 충분히 확인하지 못한 채 입찰해야 하는 경우도 있으며, 점유자 문제까지 해결해야 할 수 있습니다.
이러한 수고와 위험에 대한 대가가 없다면 차라리 급매를 사는 편이 합리적입니다.
여기서는 안전마진을 1억원으로 잡겠습니다.
3단계는 낙찰 후 들어갈 비용을 모두 빼는 것입니다.
여기서는 계산을 단순화하기 위해 전용면적 85㎡ 이하의 10억원 주택을 일반세율로 취득한다고 가정해 취득세와 지방교육세 등 취득 관련 세금을 약 3,300만원으로 잡겠습니다. 현행 지방세법상 9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의 일반 취득세율은 3%입니다. 실제 세금은 주택 수와 면적, 감면 여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여기에 명도 협의비용 300만원, 내부 상태를 알 수 없으니 예상 수리비 2,000만원, 잔금대출 이자와 법무비용 등 기타 비용 700만원을 더하면 약 6,300만원이 됩니다.
이를 모두 반영하면, 10억원 – 안전마진 1억원 – 부대비용 6,300만원 = 8억3,700만원이 최대 입찰가가 됩니다.
이 금액이 감정가의 몇 %인지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 선을 넘는 순간 낙찰을 받더라도 급매로 사는 것보다 나을 것이 없다는 점이 핵심입니다.

한 가지 더 유념하셔야 할 부분은 취득세입니다.
취득세는 보유 주택 수와 지역, 취득하는 주택의 가격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다주택자라면 같은 물건이라도 최대 입찰가가 크게 낮아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입찰가를 정하기 전에 내가 이 물건을 취득할 때 실제로 적용받는 취득세부터 계산하는 것이 순서입니다.
상가라면 출발점부터 달라집니다
아파트가 ‘시세’에서 출발한다면 상가는 ‘임대수익’을 먼저 봐야 합니다.
상가 매수인이 궁극적으로 따지는 것은 “이 상가에서 1년에 얼마가 나오는가?”이기 때문입니다.
예를 들어 주변 임대시세를 조사했더니 월세 30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상가라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연간 월세는 3,600만원입니다.
이를 목표수익률 5%로 단순히 역산하면 7억2,000만원이라는 숫자가 나옵니다.
하지만 이것이 곧바로 이 상가의 적정가치가 7억2,000만원이라는 뜻은 아닙니다.
실제로는 공실기간과 관리비, 수선비, 세금 등 임대 과정에서 발생하는 비용과 향후 임대 가능성을 함께 따져야 합니다. 그리고 여기에서 다시 경매에 따른 안전마진과 취득·명도·수리비용 등을 빼야 실제 입찰 가능한 금액에 가까워집니다.
상가는 취득비용도 주택과 다릅니다. 일반적인 비주거용 부동산의 유상취득에는 지방세법상 4%의 취득세 표준세율이 적용되고, 지방교육세와 농어촌특별세 등을 함께 고려하면 취득 관련 세금이 통상 약 4.6% 수준이 될 수 있습니다.
여기에 공실기간과 신규 임차인 유치비용까지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문제는 ‘주변 시세로 받을 수 있는 월세’가 어떤 서류에도 정확히 나와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현재 임차인이 내는 월세가 시세보다 높을 수도, 낮을 수도 있으며 지금의 업종이 그 입지에 맞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결국 상가 경매의 입찰가는 서류만 봐서는 정하기 어렵습니다.
직접 현장에 가서 주변 상가의 공실과 업종, 실제 임대료 수준을 확인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입찰 당일, 숫자를 지키는 사람이 이깁니다
계산을 모두 마쳤더라도 입찰 당일이 되면 마음이 흔들리기 마련입니다.
법정에 사람이 많으면 불안해지고, “조금만 더 쓰면 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게 됩니다.
그래서 입찰가는 법정에 가기 전에 확정하고, 그 숫자를 넘어서는 물건은 떨어지더라도 아쉬워하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떨어진 경매, 즉 패찰은 다음 기회를 남기지만 비싸게 받은 낙찰은 몇 년치 수익을 가져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입찰표 작성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입찰금액은 한 번 더 확인하셔야 합니다.
민사집행규칙 제62조는 한번 제출한 입찰표는 취소·변경 또는 교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입찰표를 작성하는 과정에서 금액을 잘못 적었다는 사실을 발견했다면 제출하기 전에 새 입찰표를 받아 처음부터 다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0’을 하나 더 적는 단순한 실수라도 제출한 뒤에는 “원래 이 금액을 쓰려고 한 것이 아니었다.”는 사정만으로 쉽게 되돌릴 수 없습니다.
따라서 입찰표를 제출하기 직전에는 숫자를 눈으로만 보지 말고, “8억3천7백만원”처럼 실제 금액을 입으로 다시 읽어보는 습관을 들이는 것이 좋습니다.
가장 중요한 숫자일수록 가장 차분한 상태에서 정해두셔야 합니다.

경매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패찰’이 아닙니다
경매에서 가장 비싼 실수는 떨어지는 것이 아니라 남의 숫자를 따라가다 비싸게 낙찰받는 것입니다.
“얼마에 낙찰될까?”를 묻는 사람은 시장을 따라가고, “나는 얼마까지 쓸 수 있는가?”를 묻는 사람은 자신의 기준으로 판단합니다.
아파트 한 채라면 급매 시세와 예상 부대비용을 중심으로 어느 정도 계산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상가나 건물로 넘어가면 임대시세, 공실 위험, 권리관계, 수리비와 향후 활용 가능성까지 함께 따져야 하기 때문에 입찰가는 단순히 낙찰가율에 숫자 하나를 더하는 방식으로 정할 수 없습니다.
같은 물건을 보고도 사람마다 최대 입찰가가 달라지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결국 입찰가에는 정답이 하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반드시 지켜야 할 원칙은 하나입니다.
낙찰받기 위해 가격을 정하지 말고, 그 가격에 낙찰받아도 괜찮기 때문에 입찰해야 합니다.
그 숫자를 넘어갔다면 다른 사람이 낙찰받도록 보내주는 것이 맞습니다.
경매에서는 사지 않은 물건 때문에 손해 보는 일은 없지만, 비싸게 산 물건은 오랫동안 내 자산을 묶어둘 수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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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글의 세율 및 법령 내용은 2026년 10월 기준입니다. 실제 취득세는 부동산 종류, 취득가액, 주택 수, 면적, 취득자의 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개별 입찰 전 확인이 필요합니다. 법령 참고: 지방세법 제11조(부동산 취득의 세율), 민사집행규칙 제62조(기일입찰의 방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