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경매 입찰가 ‘0’ 하나 잘못 쓰면 보증금 몰수?

대법원 판례로 본 입찰가격 오기와 매각불허가의 함정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법원경매 입찰가 ‘0’ 하나 잘못 쓰면 보증금 몰수?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법원경매에 참여해보신 분이라면 누구나 한 번쯤 등골이 서늘해졌을 주제, 입찰가격 오기재와 매각불허가 사유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면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다”는 이유만으로는 낙찰을 무를 수 없습니다.

왜 그런지, 그리고 어떻게 대비해야 하는지 실제 사례와 판례를 통해 짚어보겠습니다.

최저매각가격 4억8,640만원 아파트가 53억2,000만원에 낙찰된 사연

대법원에서 2010년 2월 16일 결정된 실제 사례입니다.

한 입찰자는 최저매각가격이 4억8,640만원인 아파트를 5억3,200만원에 낙찰받으려고 했습니다.

그런데 입찰표 금액란에 실수로 ‘0’을 하나 더 적어 넣으면서 입찰가격이 무려 53억2,000만원이 되어버렸습니다.

이 입찰자는 압도적인 차이로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되었습니다.

당연히 입찰자는 “기재상의 실수로 0을 하나 더 붙였다”며 법원에 매각불허가를 구했습니다.

1심 법원은 입찰가격 기재에 중대한 오기가 있었다고 보아 매각불허가 결정을 했고, 항고심도 그 판단을 유지했습니다.

여기까지만 보면 실수로 낙찰받은 사람이 구제받는 것처럼 보입니다.

그런데 대법원의 판단은 달랐습니다.

법원경매 입찰가 ‘0’ 하나 잘못 쓰면 보증금 몰수?

대법원, 원심 판단을 뒤집다

대법원은 원심 결정을 파기했습니다.

대법원 2010. 2. 16.자 2009마2252 결정입니다.

대법원의 핵심 논리는 이렇습니다.

민사집행법 제121조는 매각허가에 대해 이의를 제기할 수 있는 사유를 열거하고 있고, 제123조는 이러한 사유가 있는 경우 법원이 매각을 허가하지 않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여기에는

강제집행을 허가할 수 없거나 계속 진행할 수 없는 경우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매수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경우

최저매각가격 결정이나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경우

천재지변 등으로 부동산이 현저하게 훼손되거나 중대한 권리관계 변동이 발생한 경우

그 밖에 경매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경우

등이 포함됩니다.

그런데 “입찰자가 착오로 본래 쓰려고 했던 금액보다 높은 금액을 기재했다”는 사정 자체는 민사집행법 제121조가 정한 매각불허가 사유에 해당하지 않는다는 것이 대법원의 판단이었습니다.

다시 말해 아무리 오기의 정도가 중대하더라도, 입찰자 자신의 착오라는 이유만으로는 매각을 불허할 법적 근거가 없다는 것입니다.

결국 매각허가가 이뤄진 뒤 입찰자가 대금을 지급하지 않으면 매수신청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상황에 놓이게 됩니다.

실제 이 사례에서도 매수신청보증금은 4,864만원이었습니다.

왜 법원은 이렇게 엄격할까?

언뜻 보면 가혹하다고 느껴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유가 있습니다.

만약 “실수였다”는 주장만으로 매번 매각을 무를 수 있다면, 낙찰 후 마음이 바뀐 사람이 누구든 “착오로 잘못 썼다”고 주장하면서 경매절차에서 빠져나가려 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되면 경매절차 전체의 안정성과 신뢰성이 흔들릴 수 있습니다.

민법 제109조는 일정한 요건 아래 착오에 의한 의사표시를 취소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부동산 경매의 매수신고는 일반적인 사인 간 계약과 동일하게 민법상 착오 취소 법리가 그대로 적용되는 절차가 아닙니다.

대법원은 경매절차에서는 민사집행법이 정한 매각불허가 사유를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고,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자신의 착오로 높은 가격을 기재했다는 사정만으로는 매각을 불허할 수 없다고 보고 있습니다.

개인 간 매매계약과 달리 경매에는 채권자와 채무자, 다른 입찰자 등 여러 이해관계인이 참여하고 있어 절차의 안정성이 특히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법원경매 입찰가 ‘0’ 하나 잘못 쓰면 보증금 몰수?

입찰가 오기, 결국 선택지는 두 가지입니다

실무적으로 보면 최고가매수신고인이 된 뒤 단순한 입찰가 오기만을 이유로 매각허가를 막을 수 없다면 선택지는 사실상 제한됩니다.

첫째, 그 가격에 그대로 진행하는 것.

애초 예상보다 비싸게 사는 것을 감수하고 매각대금을 지급하는 방법입니다.

둘째, 매각대금을 지급하지 않는 것.

이 경우 제공했던 매수신청보증금은 반환받지 못하게 됩니다.

일반적인 법원경매에서는 매수신청보증금이 최저매각가격의 10%입니다. 다만 재매각의 경우 법원이 보증금액을 달리 정할 수 있으므로 해당 사건의 매각공고를 반드시 확인해야 합니다.

따라서 재매각 사건의 보증금이 반드시 20~30%라고 단정해서는 안 됩니다.

법원이 정한 보증금액이 얼마인지 사건별 매각공고에서 확인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법원경매 입찰가 ‘0’ 하나 잘못 쓰면 보증금 몰수?

그렇다면 정말 구제받을 방법은 없을까?

단순한 입찰가격 오기재 자체만으로는 매각불허가를 받기 어렵다는 것이 대법원 판례입니다.

다만 입찰가격 착오와 별개로 민사집행법 제121조가 정한 실제 매각불허가 사유가 존재하는지는 다시 확인해볼 수 있습니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최저매각가격 결정이나 매각물건명세서 작성에 중대한 흠이 있는 경우

경매절차에 중대한 잘못이 있는 경우

경매절차 진행 중 천재지변이나 그 밖에 매수인의 책임 없는 사유로 부동산이 현저하게 훼손되거나 중대한 권리관계 변동이 발생한 경우

최고가매수신고인에게 법률상 매수 능력이나 자격이 없는 경우

등입니다.

다만 송달이 누락됐다는 사실만으로 언제나 매각불허가 사유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누구에 대한 어떤 송달이 누락됐는지, 그 누락이 경매절차의 중대한 잘못에 해당하는지를 구체적으로 판단해야 합니다.

또 매각허가에 관한 이의는 원칙적으로 매각허가가 있기 전까지 제기해야 합니다. 민사집행법 제120조 제2항도 매각허가에 관한 이의는 매각허가가 있을 때까지 신청하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매각허가결정 이후에는 즉시항고 등 별도의 불복절차와 요건을 검토해야 하고, 결정이 확정되면 다툴 수 있는 범위가 더욱 좁아집니다.

따라서 골든타임을 놓치지 않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합니다.

제출 직전에 실수를 발견했다면, 언제까지 수정할 수 있을까?

앞서 살펴본 매각불허가 이야기는 이미 입찰표를 제출한 이후의 문제입니다.

그런데 아직 입찰표를 제출하기 전, 즉 손에 들고 있는 상태에서 실수를 발견했다면 이야기는 달라집니다.

민사집행규칙 제62조 제6항은 한번 제출한 입찰표는 취소·변경 또는 교환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핵심 기준은 입찰표를 제출했는지 여부입니다.

아직 제출하지 않았다면 입찰 마감 전까지 새 입찰표를 작성해 제출할 수 있지만, 일단 집행관에게 제출된 입찰표는 다시 꺼내 고치거나 다른 입찰표로 바꿀 수 없습니다.

법원경매 입찰가 ‘0’ 하나 잘못 쓰면 보증금 몰수?

잘못 썼다면 고치기보다 새 입찰표를 작성하세요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점이 하나 있습니다.

입찰표를 작성하다 금액이나 다른 기재사항을 잘못 적었다면, 아직 제출하기 전이라면 가급적 새 입찰표를 받아 처음부터 다시 작성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기일입찰표는 집행과 사무실이나 경매법정 등에 비치돼 있습니다.

특히 입찰가격처럼 낙찰 여부를 결정하는 핵심 항목은 수정 흔적을 남기는 것보다 새 용지에 다시 작성하는 것이 불필요한 분쟁을 막을 수 있습니다.

다만 “잘못 쓴 부분에 줄을 긋고 정정인을 찍으면 반드시 유효하다”거나, 반대로 “금액을 정정하면 반드시 무효다”라고 일률적으로 단정할 필요는 없습니다.

입찰표의 기재 상태가 불명확하면 개찰에서 제외될 수 있기 때문에, 실무적으로 가장 안전한 방법이 제출하기 전에 새 입찰표로 다시 작성하는 것이라는 의미입니다.

이름이나 주소 같은 부분 역시 굳이 정정 방식에 의존할 필요가 없습니다.

시간이 허용된다면 금액이든 인적사항이든 오류를 발견했을 때 새 입찰표를 작성하는 것이 가장 안전합니다.

실전 팁: 입찰표 작성 시 반드시 지켜야 할 것

입찰가 오기는 제출한 뒤 되돌리기 어려운 실수이기 때문에 예방이 최선입니다.

첫째, 입찰가격을 작성한 뒤 원·만·억 단위를 손가락으로 하나씩 짚어가며 다시 읽어보세요.

예를 들어

‘532,000,000원’

이라고 작성했다면 머릿속으로만 확인하지 말고

“5억3천2백만원”

이라고 실제 금액으로 다시 읽어보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미리 정한 입찰가격과 입찰표에 적힌 숫자를 두 번 이상 대조하세요.

가능하다면 동행인이나 대리인과 함께 금액을 교차 확인하는 것도 좋은 방법입니다.

셋째, 작성 중 오류가 생겼다면 지우거나 덧쓰기보다는 새 입찰표에 처음부터 다시 작성하세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입찰표를 제출하기 직전에

사건번호 → 물건번호 → 입찰가격 → 보증금 → 입찰자 인적사항

순서로 최종 확인하는 습관을 들이시는 것이 좋습니다.

이처럼 법원경매는 단 한 장의 입찰표로 수억원, 수십억원의 거래가 결정되는 절차입니다.

“설마 내가 실수하겠어”라는 방심이 가장 큰 위험 요소입니다.

입찰가격을 잘못 적은 뒤 법원에 사정을 호소하는 것보다, 입찰표를 제출하기 전에 30초를 더 들여 숫자를 확인하는 것이 훨씬 확실한 안전장치입니다.

대법원 2009마2252 결정이 주는 교훈도 결국 여기에 있습니다.

명백한 실수라고 해서 반드시 법이 구제해주는 것은 아닙니다.

경매에서는 권리분석뿐 아니라 입찰표 한 장을 정확하게 작성하는 것까지가 투자자의 책임이라는 점,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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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칼럼은 법원경매 실무와 관련 판례를 바탕으로 한 일반적인 정보 제공을 목적으로 하며, 개별 사건에 대한 법률 자문을 대체하지 않습니다. 구체적인 사안은 반드시 변호사·법무사 등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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