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촌·서촌 한옥 생태면적률 제외가 의미하는 것
서울시 도시정책, ‘규제 완화’가 아니라 ‘규제 충돌 조정’ 단계로
꼬마빌딩·리모델링 시장이 먼저 반응한다
이슈 체크
최근 서울시는 건축자산 진흥구역 내 한옥 건축 시 생태면적률 의무 적용을 제외하도록 지침을 개정했다. 대상지는 북촌·서촌을 포함한 약 10개 건축자산 진흥구역이다.
표면적으로는 전통건축 보존을 위한 개별 규제 개선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번 조치는 단순한 한옥 정책을 넘어, 서울 도심 도시정책이 어떤 단계로 이동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라는 점에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정책 방향 전환이 아니라 ‘공식화’
먼저 분명히 해야 할 부분이 있다.
이번 조치는 정책 기조의 변화라기보다 이미 진행되고 있던 흐름의 제도화에 가깝다.
과거 서울 도시계획은 비교적 명확한 방향을 갖고 있었다.
- 환경 규제 강화
- 녹지 확보 확대
- 일률적 기준 적용
문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나타났다.
좋은 정책들이 서로 충돌하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어,
- 한옥 보존 정책 → 건폐율 완화 필요
- 생태면적률 제도 → 녹지 확보 의무 강화
두 규정을 동시에 충족하기 어려운 상황이 현장에서 반복됐다. 허용은 돼 있지만 실제로는 실행이 어려운 구조가 만들어진 셈이다.
서울시는 규제를 단순히 줄이기보다 규제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방식으로 정책을 재정렬하기 시작했다.
이번 생태면적률 제외 조치는 바로 그 흐름이 행정 지침으로 명문화된 사례다.
왜 지금 ‘규제 충돌 조정’인가
서울 도심은 더 이상 대규모 신규 개발지가 아니다.
앞으로의 개발은 다음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 기존 건축물 리모델링
- 소규모 필지 개발
- 역사자산 활용 사업
- 꼬마빌딩 재생 프로젝트
이 시장에서 가장 큰 리스크는 규제의 강도가 아니라 규제 간 모순이었다.
허용된 사업인데 실제로는 진행할 수 없는 상태. 서울시는 이제 이 구조 자체를 손보기 시작했다.
이는 도시정책이 규제 확대 단계 → 규제 완화 단계 → 실행 가능성 중심 단계로 이동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꼬마빌딩·리모델링 시장에 주는 5가지 신호
이번 개정의 핵심은 ‘한옥’ 자체가 아니다. 도심 중소형 자산 시장에 보내는 정책 메시지다.
① 일률 규제 시대의 사실상 종료
앞으로 서울시는 동일 기준을 모든 건축물에 적용하기보다 건축 유형·지역·역할별 차등 적용을 확대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대형 개발보다 개별 자산 해석 능력이 중요한 시장으로의 이동을 의미한다.
② 리모델링 가치 재평가
정책 무게 중심이 신축 중심에서 기존 자산 활용으로 이동하고 있다.
특히 다음 자산군의 재평가 가능성이 높다.
- 한옥 및 역사건축
- 근대 건축물
- 저층 상업시설
- 노후 꼬마빌딩
보존 대상이 아니라 활용 가능한 개발 자산으로 인식이 바뀌고 있다.
③ 도심 핵심지 소규모 개발 리스크 완화
북촌·서촌처럼 규제가 중첩된 지역은 그동안 사업성 예측 자체가 어려웠다.
이번 조치는 하나의 메시지를 남긴다.
행정이 ‘사업 불가능 상태’를 장기간 방치하지 않겠다는 신호다.
향후 역사문화지구, 상업가로, 구도심 핵심지에서도 유사한 조정이 이어질 가능성을 시사한다.
④ ‘환경 vs 개발’ 프레임의 변화
이번 조치는 환경정책의 후퇴가 아니다.
서울시는 환경 목표를 유지하되, 건축 현실과 충돌하는 규정은 조정하는 방향을 선택했다.
앞으로의 시장에서는 환경 규제의 존재 여부보다 적용 방식의 정교함이 더 중요해진다.
투자자는 이제 규제 강도보다 “어떤 자산이 예외 적용 대상이 될 수 있는가”를 살펴야 한다.
⑤ 정책 해석 능력이 자산 가치가 되는 시장
과거 부동산 가치는 주로 입지와 임대료가 결정했다.
앞으로는 여기에 한 가지가 추가된다.
👉 정책 해석 능력
같은 지역, 같은 건물이라도
- 규제 충돌 구조를 이해하고
- 조정 가능성을 읽는 투자자
가 초과 수익을 가져갈 가능성이 커진다.
서울 도심 부동산의 다음 단계
이번 한옥 생태면적률 제외는 작은 제도 변경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도시정책 흐름으로 보면 의미는 분명하다.
서울시는 이제
- 규제를 계속 늘리는 단계도
- 단순히 완화하는 단계도 아닌
‘실행 가능한 도시계획’ 단계로 이동하고 있다.
이 변화는 대규모 재개발보다 오히려 꼬마빌딩·리모델링 시장에서 먼저 체감될 가능성이 높다.
결국 앞으로의 도심 부동산 시장은 규제가 많은 시장이 아니라 규제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지는 시장으로 변하고 있다.
한경닷컴 천우석 부장(CCIM) /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landvalueup.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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