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례신사선·강북횡단선...서울 경전철, 이번엔 달릴 수 있을까
서울시는 교통 사각지대 해소를 위해 동북선과 위례신사선 등 8개 경전철 노선을 추진하고 있으며, 최근 재정 투입과 신속 예타 제도 도입을 통해 장기간 표류하던 사업들의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부동산 이슈]
서울에는 여러 종류의 도시철도가 있다. 흔히 ‘지하철’이라고 통칭하지만, 철도의 체급에 따라 크게 중(重)전철과 경(輕)전철로 나뉜다. 서울시민이 자주 이용하는 1~9호선은 수송 규모가 큰 중전철이다. 그러나 예산 등 문제로 중전철을 마냥 늘리긴 쉽지 않다. 최근에 건설되고 있는 도시철도는 대부분 2~4량 규모의 경전철이다. 서울에 지하철역 접근성이 떨어지는 ‘교통 사각지대’가 여전히 많다. 경전철은 이 외곽 지역들과 주요 거점을 연결하는 핵심 교통망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서울시는 여러 경전철 건설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2017년 개통한 우이신설선(북한산우이역~신설동역), 2022년 문을 연 신림선(관악산역~샛강역)이 대표적이다. 그러나 사업성 부족 등 이유로 10년 넘게 사업이 표류하고 있는 프로젝트가 적지 않다. 경전철 ‘희망고문’이란 얘기가 나온 배경이다. 최근 들어 “이번엔 진짜 우리 동네에 철길이 깔릴 수 있다”는 반응이 나오고 있다. 서울시와 정부가 재정 투입 등을 강조하며 경전철 건설 의지를 내비치고 있어서다. 경전철 호재를 안고 있는 위례신도시나 강북 권역 부동산 시장의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강북횡단선, 재추진 기반 마련
서울시와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현재 서울에서 추진 중인 경전철 프로젝트는 동북선, 위례신사선, 강북횡단선, 서부선, 목동선, 면목선, 난곡선, 우이신설선 연장선 등 8개다. 이 가운데 본궤도에 오른 사업은 동북선과 우이신설선 연장선 정도다. 현재 공사가 진행 중인 동북선은 내년 말 개통을 목표로 하고 있다. 노원구 상계역부터 성동구 왕십리역까지 16개 정거장을 짓는 프로젝트다. 상계역(4호선)과 하계역(7호선), 월계역(1호선), 미아사거리역(4호선), 고려대역(6호선), 제기동역(1호선), 왕십리역(2·5호선, 경의중앙선, 수인분당선) 등 7개 역이 환승역이라 ‘알짜 노선’으로 통한다.
성북구 장위뉴타운이 가장 큰 수혜지로 꼽힌다. 기존 6호선과 더불어 동북선이 장위동 일대 주요 교통망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동북선 라인을 타고 재건축·재개발사업이 활기를 띨 가능성도 거론된다. 장위 12·13구역이나 강북구 번동주공1단지 등은 역세권 입지를 갖추게 된다. 정비사업 동력이 확보될 공산이 크다. 노원구 중계동이나 성북구 종암동 등도 교통 편의성 개선을 기대할 수 있다. 동북선 다음으로 우이신설선 연장선 사업이 순항하고 있다. 현재 우이신설선 솔밭공원역과 1호선 방학역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우이신설선 연장 사업은 지난해 11월 기공식을 열고, 첫 삽을 떴다. 2032년 준공이 목표다. 현재 솔밭공원역에서 방학역까지 버스로 약 25분 걸리는데, 우이신설선이 뚫리면 이동 시간이 약 8분으로 단축된다. 서울 주요 거점인 왕십리역과 직결되는 동북선과 비교하면 우이신설선 연장선의 효용이 다소 작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도봉구 방학동과 쌍문동 일대 부동산이 재평가받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관측이 적지 않다. 방학청구, 방학신동아, 쌍문동현대1차 등 아파트가 역세권 단지 타이틀을 얻게 되기 때문이다.
강북권역에선 이외에도 강북횡단선이 관심을 끈다. 청량리역부터 목동역까지 강북을 동서로 가로지르는 노선을 건설하는 사업이다. 7개 자치구를 지나는 이 노선이 개통하면 하루 평균 약 21만 명이 이용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미 공사를 하고 있는 동북선, 우이신설선 연장선과 달리 강북횡단선은 사실상 좌초 위기를 겪은 프로젝트다. 2024년 예비타당성조사(예타)에서 탈락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오세훈 서울시장은 지난 2월 ‘강북 전성시대 2.0’ 계획을 발표하며 강북횡단선의 재추진 기반을 마련하겠다고 공언했다. 구체적인 방법론도 제시했다.
먼저 서초구 고속버스터미널 등 강남권의 대형 개발사업장에서 확보한 공공기여금 일부를 강북 발전을 위한 교통망 확충 사업에 사용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수도권 내 균형발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정부에 예타 제도 개편을 건의한다는 구상이다. 경제성이 부족하다는 이유로 강북권 등 취약 지역의 교통망 프로젝트가 예타에서 탈락하는 현실을 바꾸겠다는 취지다. 2024년 예타 문턱을 넘은 면목선은 그나마 사정이 나은 경우다. 청량리역과 신내역을 잇는 노선이다. 2028년 착공, 2033년 준공이 목표다. 중랑구와 동대문구 등 동북권 지역에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위례신도시 주민들의 숙원도 풀릴 전망이다. 위례신사선 사업에 대한 신속 예타가 지난 3월 기획예산처 재정사업평가위원회 심의를 통과했기 때문이다. 신속 예타가 제도 도입 이후 도시철도 사업에 처음 적용된 사례다. 위례신사선은 위례신도시와 신사역(3호선)을 연결하는 총연장 14.8㎞(정거장 11개소) 노선을 건설하는 프로젝트다. 수서역, 삼성역, 신사역 등 강남권 핵심 지하철역을 지난다. 무엇보다 전체 11개 정거장 중 7개 소가 환승역이다. 위례트램, 2·3·7·8·9호선,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A·C, 신분당선 등 다양한 노선과 연계돼 효용 가치가 매우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위례신사선은 2008년부터 신도시 광역교통대책의 일환으로 추진됐다. 당초 민자사업으로 추진됐지만, 18년째 표류했다. 당초 삼성물산 컨소시엄이 최초 사업자로 선정됐다. 그러나 2016년 수익성이 낮다는 이유로 손을 뗐다. 이후 GS건설 컨소시엄이 바톤을 이어받았다. 그러나 GS건설도 공사비 문제로 서울시와 줄다리기를 하다가 2024년 사업을 포기했다. 그 사이 위례 주민들의 불만은 누적됐다. 위례신도시 첫 입주는 2014년에 이뤄졌다. 그러나 10년이 넘도록 지하철역 인프라가 갖춰지지 않고 있어서다. 이들이 입주 당시 광역교통시설부담금을 냈다는 점에서 불만은 더욱 커지고 있다.
서울시가 위례신사선을 민자가 아닌 재정 사업으로 전환하기로 하면서 물꼬가 트였다. 이 같은 내용의 ‘제2차 서울시 도시철도망 구축계획 변경’안은 지난 2월 국토교통부 최종 승인을 받았다. 총사업비는 7조2600억 원에서 9조1913억 원으로 증액됐다. 지난 3월 신속 예타 문턱을 넘은 걸 기점으로, 속도감 있게 사업을 추진한다는 게 서울시 구상이다. 통상 예타 통과 후 기본계획 수립 용역 발주까지 4개월가량 소요된다. 예산 편성과 계약 관련 심의 등 절차를 거쳐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서울시는 이런 사전 절차를 예타 심사가 진행되는 동안에 이미 완료했다. 이를 통해 예타 통과 결정이 난 지난 3월 10일 당일에 기본계획 수립용역 공고를 바로 낼 수 있었다.
위례신도시의 교통 호재는 한 가지 더 있다. 위례트램이 이르면 올해 12월 개통을 앞두고 있어서다. 마천역(5호선)을 출발해 복정역(수인분당선·8호선)과 남위례역(8호선) 등을 잇는 총연장 5.4㎞ 길이(12개 정거장)의 노면 전차다. 역시 2008년 위례신도시 광역교통개선대책 일환으로 민자 사업으로 추진됐다. 그러나 우여곡절이 많았다. 경제성 부족으로 10년 넘게 좌초 상태였다. 2018년 서울시 공공재정사업으로 전환하고, 2021년 ‘턴키(일괄입찰)’ 방식을 도입하면서 사업이 굴러가기 시작했다. 위례신사선과 위례트램 두 프로젝트가 속도를 내면서 위례신도시가 ‘교통섬’이란 오명을 벗게 될 전망이다.
서부·목동·난곡선 등도 관심
서울 서부권역에선 서부선, 목동선, 난곡선 등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시는 지난 3월 ‘서남권 대개조 2.0’ 방안을 발표하며 세 프로젝트 추진 의지를 강조했다. 서부선은 새절역(6호선)과 서울대입구역(2호선)을 잇는 노선이다. 여의도와 신촌 등을 지난다. 관악구와 동작구 등 서남부 주민들의 숙원 사업이다. 민자 사업으로 추진 중이고, 2020년 두산건설 컨소시엄을 우선협상대상자로 정했다. 그러나 공사비 상승 등의 여파로 현대엔지니어링과 GS건설 등이 컨소시엄에서 이탈하며 착공이 불투명한 상황이다. 서울시는 서부선의 정상화 방안도 찾겠다는 입장이다.
서부선은 고양시청역과 새절역을 잇는 고양은평선과 직결되는 노선이다. 정부는 2024년 12월 고양은평선의 기본계획을 승인했다. 올해 착공을 준비하고 있다. 만약 서부선이 늦어지면 고양은평선의 효용도 반감될 수밖에 없다. 고양을 출발한 열차가 여의도 등 업무지구까지 바로 향하지 못하고, 은평구(새절역)까지만 이동하기 때문이다. 목동선과 난곡선 등도 예타 탈락이란 아픔을 갖고 있는 노선이다. 목동선은 양천구 신월동과 당산역(2·9호선)을 연결하는 사업이다. 신월동과 신정동 등 교통 소외지역이 수혜지로 거론된다.
목동과 신정동에 걸쳐 있는 목동신시가지 1~14단지 재건축 움직임이 빨라지면서 목동선 재추진 기대감도 커지는 상황이다. 목동 1~14단지가 재정비를 완료하면 일대에 4만7000여 가구가 생긴다. 거주 인구가 크게 늘어나는 만큼, 교통망을 새로 확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상황이다. 난곡선은 관악구 난향동을 출발해 보라매공원역에 이르는 노선이다. 교통 취약 지역인 관악구 난향동, 난곡동, 미성동 등을 관통한다. 관악구 일대에선 재개발사업이 활발하게 추진 중이다. 난곡선이 추진 동력을 얻으면 신림8구역 등 재개발도 탄력을 받을 수 있다. 목동선과 난곡선의 일평균 예상 이용인구는 각각 약 9만 명, 6만 명으로 추산된다.
다만 외부 환경이 녹록지 않다는 지적도 끊이지 않는다. 한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에 이어 미국과 이란의 중동 전쟁으로 원자재 가격 등 공사비는 더욱 상승할 전망”이라며 “민자로 추진되는 사업의 경우 건설사들의 수익성을 맞춰주기가 쉽지 않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재정 투입도 쉬운 과제가 아니라는 평가가 나온다.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재정을 활용하겠다는 목소리가 터져나올 수는 있지만, 실제로 관철될지 여부는 시간을 두고 지켜봐야 한다는 얘기다. 지방과 달리 수도권은 강북의 교통 취약 지역이라 하더라도 예타 과정에서 ‘지역균형’ 인센티브를 받지 못한다. 이 때문에 앞으로도 예타 문턱을 넘기 쉽지 않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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