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세권 대형 상가보다 생활권 소형 건물 투자가 안전”

신도시가 서울로의 인구 및 소비 유출을 막고 진정한 자산 가치를 창출하려면 단순히 상권을 공급하는 ‘유통채널’을 넘어 로컬 브랜드와 문화가 자생하는 ‘콘텐츠 생산지’로서의 경쟁력을 확보해야 한다. 모종린 교수는 역세권 대형 상가보다는 생활권 중심의 소형 부동산과 독립 브랜드의 성장에 주목하는 투자 전략이 필요하다고 조언한다.

[커버스토리]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와 3기 신도시는 수도권 부동산 시장의 지형을 바꾸는 가장 큰 변수다. 이동 시간은 줄어들고 생활 반경은 넓어졌지만, 많은 신도시의 현실은 아이러니다. 집값은 올랐는데 상권은 비어 있고, 상업시설은 지어졌지만 사람은 머물지 않는다. 소비는 다시 서울로 빨려 들어간다.

이에 대해 모종린 연세대 국제학대학원 교수는 “신도시는 유통채널은 만들었지만, 콘텐츠 생산지는 만들지 못했다”고 진단한다. 그리고 바로 이 차이가 시간이 갈수록 도시 간, 지역 간 자산 가치 격차로 확대되고 있다며, 신도시가 ‘머물고 싶은 동네’가 되기 위한 구조적 해법이 필요하다고 강조한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실제로 어떻게 부동산 가격 프리미엄으로 바뀌는지 구체적인 사례가 궁금합니다.
“‘머물고 싶은 동네’가 부동산 프리미엄으로 전환되는 메커니즘은 명확합니다. 그 동네가 ‘콘텐츠 생산지’로 기능할 때입니다. 성수동을 보십시오. 2010년대 초반만 해도 낡은 공장지대였지만, 독립 카페, 편집숍, 로컬 브랜드가 하나둘 자리 잡으면서 ‘가고 싶은 동네’로 변모했고, 주거 수요 증가와 함께 부동산 가격이 급상승했습니다. 결정적 포인트는 전국 어디서나 볼 수 있는 프랜차이즈가 아니라, 그 동네만의 고유한 콘텐츠를 만드는 독립 브랜드들이 모였다는 점입니다. 3기 신도시에서 이런 흐름이 가능하려면 한 가지 조건이 필수적입니다. 저층 마을 구조입니다. 일산의 밤가시마을이나 성저마을처럼 저층 주거와 소규모 상가가 자연스럽게 섞인 골목 구조가 있어야 합니다. 아파트 위주의 고층 개발은 프랜차이즈 중심 유통채널은 만들 수 있어도, 로컬 브랜드가 실험하고 성장하는 토양은 되지 못합니다. 그런데 문제는 3기 신도시가 이미 설계를 마치고 분양에 들어갔다는 사실입니다. 저층 구조를 새로 조성할 여지가 거의 없습니다. 이는 아쉽지만, 미래 신도시를 위한 중요한 교훈으로 삼아야 합니다.”

 

3기 신도시 가운데 장기적으로 ‘로컬 브랜드’가 성장할 가능성이 있는 곳은 어디라고 보십니까.
“신도시를 세 단계로 구분해야 합니다. 기존 신도시의 저층 지역은 대부분 고층 재개발을 원하고 있고, 상가 지역은 공실 위기 속에서 용도 전환과 재생이 과제입니다. 3기 신도시는 이미 설계를 마쳤기 때문에 저층 지역을 새로 조성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투자자가 현실적으로 확인해야 할 초기 신호는 두 가지입니다. 첫째, 역세권 통합 개발의 완성도입니다. 일본 후타코타마가와처럼 역사와 상가가 보행 데크로 완전히 연결되고 2~4층 저층 건물들이 거리를 형성하는 구조인지 살펴보세요. 둘째, 정부의 상업용지 공급 기준 적용 여부입니다. 3기 신도시는 2019년에 마련된 공공주택지구 상업용지 계획 기준을 적용받는 것으로 알려져 있는데, 해당 신도시가 그 기준을 어떻게 반영했는지, 미매각 상업용지를 주거로 전환할 계획이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상가 과잉 공급만 피해도 투자 리스크는 크게 줄어듭니다. 그럼에도 3기 신도시 중에서 가능성을 찾는다면 하남 교산입니다. 역사와 문화 자원을 보전하고 덕풍천 수변을 활용하는 계획이 있고, 무엇보다 중부고속도로 위에 조성하는 ‘도시 고원’이라는 실험적 시도가 흥미롭습니다. 만약 이 공간에 문화기획 역량을 갖춘 기업이 들어가 ‘거리형 재생’을 추진한다면, 대형 쇼핑몰이나 랜드마크 건물만으로는 만들 수 없는 독특한 문화 생태계가 형성될 수 있습니다. 세종시가 어반아트리엄을 ‘애비뉴세종’으로 브랜딩하려는 시도처럼, 교산도 특정 구역에 강력한 브랜딩과 로컬 콘텐츠 투자를 집중한다면 20년 후 ‘교산에서 자란 세대’가 자기 동네에 대한 애착과 정체성을 가질 수 있습니다.”

과거 신도시 역사를 보면, 집값은 올랐지만 상권은 못 키운 경우가 많았습니다. 이런 실패를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개발과 투자 논리에서 뭐가 제일 먼저 바뀌어야 할까요.
“현재 신도시 상가 공실률은 위험 수준을 훨씬 넘었습니다. 2025년 1분기 기준으로 의정부 민락지구 14.6%, 김포 한강신도시 14.4%, 남양주 다산신도시 15.9%로, 업계에서는 공실률이 10%를 넘으면 구조적 위축이 시작됐다고 봅니다. 정부도 이 문제를 인식하고 상업용지를 주거로 전환하는 방향을 검토·추진 중이지만, 용도 기준 개편과 특별법은 아직 세부 기준과 일정이 확정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습니다. 세종시 역시 금강수변상가 공실이 한때 57%를 웃돌 정도로 심각해, 민간 부동산 펀드에 빈 상가를 매각하고 전문 운영사가 리모델링하는 방식 등 다양한 해법을 모색해 왔습니다. 투자 논리도 바뀌어야 합니다. 상가 면적이 넓으면 무조건 좋다는 생각에서 벗어나, 적정 공급을 유지하고 남는 공간은 주거나 문화시설로 전환하는 유연성이 필요합니다. 지금의 위기는 상권을 문화지구가 아닌 단순 편의시설로 취급해 온 데서 비롯됐습니다. 주거단지나 전철역과의 연결성이 약해도 사람들이 찾아올 것이라는 가정, 단지 내 상가는 다른 대안이 없어서라도 이용할 것이라는 믿음은 온라인 쇼핑과 광역 교통망 확충으로 무너졌습니다. ‘평소엔 온라인으로 주문하고, 기분 낼 때만 서울 간다’는 소비 패턴이 고착화되면서 평범한 신도시 상권은 설 자리를 잃었고, 가장 근본적으로는 상가 과잉 공급 구조부터 바뀌어야 합니다.”

서울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오히려 소비는 다 서울로 빨려 들어가는, 이른바 ‘빨대 효과’ 걱정도 큽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는 이 리스크를 어떻게 봐야 할까요.
“결국 ‘역빨대 능력’이 관건입니다. 일자리와 문화를 창출할 수 있는 신도시는 서울로의 유출이 적고, 오히려 서울이나 다른 신도시 사람들을 끌어들이는 역빨대 효과를 기대할 수 있습니다.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는 일자리와 문화 창출 능력으로 빨대 효과 리스크를 평가해야 합니다. GTX-B 같은 광역 교통망이 확충되면 왕숙이나 계양 등에서 서울 주요 거점까지 이동 시간이 크게 단축될 수 있고, 그만큼 소비가 서울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도 커집니다. 실제로 분당과 일산도 서울 접근성이 좋아질수록 자족률이 떨어졌습니다. 이 리스크를 관리하려면 두 가지 상권 전략이 필요합니다. 첫째, 유통채널 기능은 역세권에 집중해 통근 전후 유동인구를 흡수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습니다. 둘째, 콘텐츠 생산지는 역세권이 아닌 생활권 중심에 만들어야 합니다. 성수동이나 연남동처럼 ‘굳이 찾아가고 싶은’ 로컬 브랜드가 모인 동네를 신도시 안에 조성해야 합니다. 이를 위해서는 저층 마을 구조가 필수적입니다. 상업용 부동산 투자 관점에서 보면, 역세권 대형 상가보다 생활권 중심의 2~3층 소형 건물이 장기적으로 더 안전합니다. 역세권은 단기 유동인구로 수익을 내지만 서울과의 경쟁에 취약한 반면, 생활권 중심의 콘텐츠 생산지는 주민들이 매일 찾는 ‘일상의 장소’이기 때문에 서울의 빨대 효과를 덜 받습니다. 투자는 역이 아니라 ‘동네’에 해야 합니다.”

이번 3기 신도시는 자족용지를 대폭 늘렸다고 합니다. 하지만 사무실만 늘린다고 일자리와 임대 수요, 소비가 함께 도는 도시가 될까요.
“자족용지를 ‘업무단지’처럼 설계하면 판교 테크노밸리처럼 저녁 7시면 텅 비는 유령도시가 됩니다. 세종시는 교훈적인 사례입니다. 대규모 자족용지를 확보했지만, 보람동 금강수변상가 공실 문제가 심각하다는 지적이 이어져 왔습니다. 이유는 세 가지입니다. 첫째, 상권을 유통채널과 콘텐츠 생산지로 구분하지 않고 획일적으로 공급했습니다. 둘째, 대중교통 접근성과 보행 연결성, 상가 간 통합성이 부족했습니다. 셋째, 저층 마을 구조 없이 고층 건물 위주로 지어 독립 브랜드가 자랄 공간이 없었습니다. 동탄 역시 상가주택단지를 공급했지만 대중교통 동선과 연결하지 못해 고립되면서, 신도시 안에서도 자동차를 타고 가야 하는 곳이 됐습니다. 진정한 자족성은 일·주·상, 즉 일하고 살고 즐기는 기능이 한 블록 안에 섞여 있는 구조에서 나옵니다. 3기 신도시는 세종시의 실수를 반복하지 말아야 합니다. 설계 조정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 세 가지가 필요합니다. 첫째, 상가 총량을 줄이고, 필요하다면 미매각 상업용지를 주거로 전환하는 등 추가적인 유연성을 가져야 합니다. 둘째, 자족용지 안에 1층은 카페와 식당, 2~5층은 사무실, 6~10층은 주거가 들어가는 혼합용도 개발이 필요합니다. 셋째, 고층 오피스타워보다 2~4층 저층 건물이 보행 가능한 거리를 따라 늘어선 구조가 콘텐츠 생산지를 만듭니다. 세종시도 이제 어반아트리엄을 ‘애비뉴세종’으로 브랜딩하며 일부 구역을 콘텐츠 생산형 상권으로 전환하는 중입니다.”

공원과 녹지를 많이 만드는 건 좋지만, 한편으로는 동네가 너무 성기게 퍼져서 상권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걱정도 나옵니다. ‘쾌적함’과 ‘상업적 밀도’의 적정선은 어디쯤일까요.
“쾌적함과 상업성을 대립하는 것으로 보는 것 자체가 문제입니다. 동탄 중앙공원 주변에 조성된 레이크 코모처럼, 호수공원 바로 옆에 상가를 배치하면 쾌적함과 상업성은 동시에 달성할 수 있습니다. 이 논의의 핵심은 ‘중밀도 개발’과 ‘보행 거리’입니다. 저밀도 단독주택지구는 쾌적하지만 상권이 형성되지 않고, 초고층 아파트는 밀도는 높아도 1층이 담장과 주차장으로 막혀 거리가 죽습니다. 파리의 6~8층 건물, 베를린의 중정형 건물, 일본 후타코타마가와의 2~4층 상가건물처럼 상업 활동이 활발한 지역을 보면, 중층 건물이 거리를 따라 이어지고 1층은 상업, 위층은 주거나 업무, 사이사이에 작은 공원이 들어가는 구조라는 공통점이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건물 높이 4~8층, 건폐율 40~60%가 적정선입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중요한 것은 ‘5분 보행 거리’입니다. 집에서 걸어서 5분 안에 카페나 식당을 만날 수 있어야 사람들이 차를 타지 않고 걸어다닙니다. 일산 밤가시마을이 활력 있는 이유도 저층 건물들이 좁은 골목을 따라 밀집해 있어 보행 거리가 짧기 때문입니다. 공원은 동네 곳곳에 작은 포켓파크로 분산하고, 상가는 보행 가능한 거리를 따라 집중시켜야 합니다.”

1기 신도시 재건축의 경우 단지 안 상가 중심 구조에서, 밖으로 열린 ‘스트리트형 상권’으로 바뀐다면 투자 관점에서는 게임의 룰이 어떻게 달라질까요.
“1기 신도시 재건축은 현실을 직시해야 합니다. 정발산마을, 밤가시마을, 성저마을 같은 저층 지역 주민 대부분이 고층 재개발을 원합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충분히 이해할 수 있는 선택입니다. 그러나 만약 일부 조합이라도 ‘스트리트형 상권’ 전환을 선택한다면 게임의 룰이 완전히 바뀝니다. 고층 주상복합이 아니라 2~4층 저층 상가건물 여러 채가 보행 가능한 거리를 따라 늘어선 구조로 재건축한다면, 그곳은 20년 후 성수동이나 연남동처럼 콘텐츠 생산지가 될 수 있습니다. 투자 관점에서 이것은 ‘단지 내 편의시설’이 아니라 ‘지역 문화 거점’에 투자하는 것입니다. 프랜차이즈가 아닌 독립 브랜드가 모이는 저층 거리형 상권은 단지 내 상가보다 임대료가 3~5배 높아질 수 있습니다. 핵심은 재건축 계획 단계에서 ‘프랜차이즈 점유율 상한제’를 도입하고, 소형 상가 구획을 충분히 확보하며, 저층 건물 비율을 최소 30% 유지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대부분의 조합은 고층 재개발을 선택할 것입니다. 따라서 투자자는 극소수 조합이 선택할 ‘저층 거리형 재건축’을 찾아내는 안목이 필요합니다. 이것이 향후 20년의 초과 수익을 결정할 것입니다.”

고액자산가들 입장에서, 강남 아파트 대신 신도시 안에서 ‘동네를 만드는 자산’, 예를 들면 로컬 브랜딩이 가능한 빌딩이나 상업시설에 투자할 이유는 뭐라고 보십니까.
“강남 아파트는 이미 완성된 시장이라 초과 수익을 내기 어렵지만, 신도시의 ‘동네 만들기 자산’은 아직 미개척 영역입니다. 신도시에서도 초기 단계부터 ‘동네 앵커 자산’에 투자할 기회가 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역세권이 아닌 생활권 중심의 2~4층 저층 건물을 매입하거나 신축하는 것입니다. 1층에는 독립 로스터리 카페나 편집숍을 직접 운영하거나 큐레이션해서 유치하고, 2~3층은 코워킹 스페이스나 스타트업 사무실로 임대합니다. 그 건물이 동네의 ‘문화 거점’이 되면, 주변에 다른 독립 브랜드들이 하나둘 모여들고, 전체 블록이 콘텐츠 생산지로 진화하면서 부동산 가치가 상승합니다. 포틀랜드 펄 디스트릭트의 초기 투자자들이 그랬습니다. 낡은 창고 건물을 싸게 매입해 갤러리와 양조장으로 리모델링하면서 전체 지역 가치가 크게 올랐습니다. 고액자산가들에게 이것은 단순 임대료 수익이 아니라, 동네 브랜드를 직접 창조하고 그 가치 상승 전체를 누리는 ‘도시개발자’ 역할입니다. 중요한 것은 ‘프랜차이즈를 배제하고 독립 브랜드를 큐레이션하는 안목’입니다.”

글 김수정 기자
사진 서범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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