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동부 최대 상권’ 건대입구역…소비 지형이 바뀐다
건대입구역 상권은 지금 변곡점에 서있다. 주 소비층이 전 연령대로 확장되고 외국인 수요까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전통적인 대학가 상권에서 벗어나는 흐름이 확인되고 있다.
[상권 분석]
서울 광진구 건대입구역 사거리는 밤이 가까워질수록 지하철 개찰구를 빠져나온 인파로 붐비기 시작한다. 회포를 풀고 싶어 하는 대학생과 직장인들은 건대앞 먹자골목, 로데오거리의 식당과 주점으로 발걸음을 옮기고, 중국음식골목에선 양꼬치 연기와 마라탕 향이 거리의 조명과 뒤섞이며 운치를 더한다.
건국대학교병원 맞은편에 위치한 백화점과 대형마트가 들어선 스타시티몰 안은 쇼핑백과 장바구니를 든 중장년 부부와 가족 단위 고객들이 천천히 이동하며 쇼핑을 즐긴다. 이렇게 100m 남짓한 간격을 두고 블록마다 완전히 다른 소비 생태계가 펼쳐지는 것이 건대입구역 상권의 독특한 풍경이다.
살아나던 상권 다시 하락세 전환
그런데 서울 동부권 최대 상권으로도 꼽히는 건대입구역 상권이 격변의 시기를 맞이하고 있다. 대표 대학가 상권이라는 명성에 금이 가기 시작하면서 소비 지형이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가 속한 핀테크 기업 핀다의 인공지능(AI) 상권 분석 플랫폼 ‘오픈업’ 데이터로 건대입구역 상권의 변화를 톺아보자.
2025년 상반기 건대입구역 상권의 총매출은 5206억 원으로, 전년 대비 3.6% 감소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과 비교해도 3.7% 낮은 수준이다. 엔데믹 전환 후 상권이 살아나는 추세였지만 고물가로 인한 내수 침체의 영향으로 올해 다시 감소세로 전환됐다.
건대입구역 상권의 주 소비층은 45.9% 비중을 차지하는 2030세대다. 그중에서도 20대 여성(14.4%)이 가장 큰손이라 할 수 있다. 대표적인 대학가 상권이라는 점은 너무나 당연하게 느껴지지만 1년 사이 결제 규모 변화를 보면 이상기류가 감지된다.20대 결제 두 자릿수 감소
특히 2030 젊은 층의 결제 규모가 급감한 것이 눈에 띈다. 대학가 상권의 핵심인 20대 소비자들의 결제 규모 감소 폭이 두 자릿수를 기록한 것은 심상치 않게 느껴진다. 이와 달리 60대 이상 소비자들의 결제 규모는 두 자릿수 증가율을 기록하며 완벽하게 상반된 양상을 보였다. 젊은 층 중심의 소비에서 중장년과 노년층까지 포괄하는 다층 구조로 상권 지형이 재편되고 있는 것이다.
앞서 살펴본 의료·서비스 업종의 매출이 늘어난 것도 고령층들의 비중이 높아졌고, 이들의 관심이 높은 건강·웰니스 소비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반면, 2030 관여도가 높은 외식·오락 업종은 물가 상승과 경기불확실성의 영향을 더 크게 받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여기서 건대입구역 상권을 크게 골목상권(건대앞 먹자골목·로데오거리·자양동 중국음식골목)과 스타시티몰 상권으로 나눠 살펴보면 그 차이가 더욱 명확하게 드러난다. 먼저 각종 먹자골목이 위치한 골목상권의 상반기 매출은 올해 2461억 원으로 전년 대비 7.4% 감소했다. 업종 구성은 외식업이 절반 이상(51.8%)을 차지하고 소매(20.4%), 의료(17.1%), 오락(4.3%) 순으로 높은 것이 특징이다.골목상권을 이끄는 것은 단연 2030이다. 소비자 3명 중 2명(64%) 꼴로 2030일 정도로 젊은층의 비중이 높다. 문제는 골목상권을 이끄는 20대(-15.7%)와 30대(-3.4%) 결제액이 크게 감소하며 상권이 침체됐다는 점이다. 이들의 발걸음을 다시 돌리지 못한다면 건대입구역 상권의 회복세는 요원할 것이다. 반면 60대 이상 남성의 결제액이 25.2% 급증하는 등 5060의 강세는 골목상권에서도 확인된다.
골목상권은 50세대 강세
또 다른 건대입구역 상권의 한 축을 차지하는 스타시티몰 상권은 상반기 매출 1770억 원을 기록하며 역시 5.5% 감소했지만 그 양상은 조금 다르다. 이 상권의 업종 구성은 소매 비중(83.9%)이 압도적으로 높으며, 연령대 비중도 40대(23.6%), 50대(22.9%), 60대 이상(22.2%)을 합한 비율이 70%에 달하며, 중장년 중심의 안정적인 소비 수요를 보여준다.
하지만 스타시티몰을 찾는 젊은 층의 발걸음은 골목상권보다 더욱 빠르게 줄어들고 있다. 20대(-22.8%)와 30대(-13.5%) 결제액 감소율은 골목상권의 2030 추이를 훨씬 더 밑돈다. 여기에 스타시티몰의 핵심인 4050마저 결제 규모가 줄어든 것이 상권 매출 감소세로 이어졌다.
외국인 수요 급증…상권 재편 변곡점건대입구역 상권은 지금 변곡점에 서 있다. 주 소비층이 전 연령대로 확장되고 외국인 수요까지 본격적으로 유입되면서 전통적인 대학가 상권에서 벗어나는 흐름이 데이터로 확인됐다. 이 모든 변화는 상권의 외연을 넓히는 기회인 동시에, 기존 주력 업종의 경쟁 심화를 의미하기도 한다. 여기에 건대입구역 상권에서 창업을 고려하는 예비 사장님이라면 외국인 결제 규모가 점점 높아지는 것에 대비해 언어, 결제 등 외국인 편의성에 대한 점도 놓쳐서는 안 될 부분이다.
위기와 기회가 공존하는 건대입구역 상권의 흐름을 객관적인 데이터를 통해 읽어내고 정확한 의사결정을 하는 것만이 창업의 성패를 좌우할 것이다.
황창희 핀다 오픈업 사업개발 총괄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landvalueup.hankyung.com)
*문의 : landvalueup@hankyung.com / 02-3277-985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