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로변 1층이 텅텅 비었다"…공실 수렁에 빠진 안양일번가 [현장+]
안양일번가 공실 코로나19 거치며 2.8%→13.97%로 급증
집합상가 공실률 25.48% 달해…경기 남부 1위
자율상권구역 추진에도…활성화 기대감 낮아
“안양일번가에 있는 가게를 이용한 지 수년은 된 것 같아요. 요즘 쇼핑은 대부분 온라인으로 하지 않나요.”
지난 4일 안양일번가에서 만난 박모씨는 “버스가 역까지 오지 않고 안양일번가에서 멈춰 정류장을 이용하기 위해 찾았다”며 이같이 말했다.안양 최대 상권이자 수도권 남부 대표 상권으로 꼽히던 안양일번가가 수년째 침체일로를 걷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기 빠진 공실의 수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하는 모양새다.
안양역 상권, 코로나19 기점으로 공실률 고공행진 지속
일부 건물에서는 1층이 모두 공실인 경우도 있었다. 오랜 기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하면서 장기간 햇볕에 노출돼 빛이 바랜 임대 안내문도 곳곳에서 눈에 띄었다. 임대 안내문이 없더라도 폐업 안내문이나 전기요금 미납 안내문이 걸린 가게도 상당수였다.
인근의 한 개업중개사는 “코로나19 이후로 공실이 계속 늘어나고 있다”며 “매출이 줄어 월세를 감당하지 못하니 폐업하는 가게가 늘고, 폐업한 가게가 많아 상권이 침체하니 새 임차인이 들어오지 않는 악순환이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다른 개업중개사도 “안양역 일대에는 코로나19 여파로 가게가 문을 닫은 뒤 3년 넘게 공실인 점포도 여럿”이라며 “예전에는 웃돈을 줘도 못 들어오는 곳이었는데, 이제는 대로변의 목 좋은 1층도 권리금을 받지 않는다. 그래도 임차인을 구하지 못한다”고 토로했다.
자율상권구역으로 출구 모색하지만…언 발에 오줌 누기"
일대 상권이 공실투성이의 ‘텅 빈 거리’로 전락하자 안양시는 안양일번가를 포함한 안양역 주변 상권을 하나로 묶어 내년 자율상권구역 지정을 신청할 계획이다. 자율상권구역으로 지정되면 중소벤처기업부의 상권 활성화 사업을 통해 5년간 100억원을 지원받을 수 있다. 이를 통해 상권에 활력을 불어넣는다는 방침이다.
다만 상권 쇠퇴가 장기간 지속되면서 활성화 기대감은 낮아진 상태다. 20년가량 안양일번가에서 자리를 지켜왔다는 한 상인은 “가게 크기를 줄이며 버텨왔지만, 이제 한계라 최근 폐업을 결정했다”며 “정부 지원을 받더라도 이미 죽어버린 상권을 되살리기에는 언 발에 오줌 누기 수준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오세성 한경닷컴 기자 ses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