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차인 가게에서 난 불, 건물 전체가 탔다면 누가 물어줄까?
“보험 들어 있으니 괜찮다”는 건물주가 가장 위험한 이유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꼬마빌딩 건물주가 가장 늦게 점검하고 가장 크게 후회하는 ‘화재 책임과 보험’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새벽에 건물에서 불이 났다는 전화를 받습니다. 1층 음식점 주방에서 시작된 불이 계단을 타고 올라가 2층 사무실과 3층 학원까지 번졌습니다. 다행히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건물은 수개월간 쓸 수 없는 상태가 됩니다.
이때 대부분의 건물주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불은 1층 가게에서 났으니, 그 임차인이 다 물어줘야 하는 것 아닌가.”
그러나 법원의 판단은 건물주의 생각과 다를 수 있습니다.

불이 난 곳과 번진 곳, 책임이 다릅니다
대법원은 2017년 5월 18일 선고한 전원합의체 판결(2012다86895, 86901)에서 이 문제에 대한 기존 판례를 바꿨습니다.
임차인이 빌린 공간, 즉 1층 음식점 부분의 손해는 임차인이 화재에 대해 자신에게 책임이 없는 사유로 발생했다는 사실을 증명하지 못하면 원칙적으로 배상책임을 집니다. 다만 임대인이 관리하는 영역의 하자로 화재가 발생한 것으로 인정되는 경우 등에는 책임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러나 불이 번진 2층과 3층처럼 임차인이 빌리지 않은 건물 부분의 손해는 다릅니다.
건물주가 임차인의 관리의무 위반으로 화재가 발생했고, 그 의무 위반으로 인해 다른 층에도 손해가 발생했다는 점을 직접 증명해야 배상을 받을 수 있습니다.
화재 원인이 명확히 밝혀지지 않는 경우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이 경우 불이 번진 나머지 층의 피해에 대해서는 임차인에게 배상책임을 묻기 어려울 수 있습니다. 보험 등으로 보상받지 못하는 손해는 결국 건물주가 부담하게 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건물 전체의 화재 위험에 대비하려면 건물주 스스로 보험을 점검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리 건물은 화재보험에 들어 있으니 괜찮지 않습니까?”
필자가 상담에서 가장 자주 듣는 말입니다.
그런데 막상 보험증권을 펼쳐보면, 보험에 들어 있다는 사실과 실제로 충분히 보상받을 수 있다는 사실 사이에 큰 간격이 있는 경우가 적지 않습니다.
먼저 가입금액입니다.
오래전 가입한 보험을 갱신만 해온 경우, 건물을 다시 짓는 데 드는 비용보다 가입금액이 크게 낮아 실제 복구비의 일부만 보상받게 될 수 있습니다. 실제 지급되는 보험금은 보험가액과 가입금액, 약관에 따라 달라집니다.
다음은 보상범위입니다.
일반적인 건물 화재보험은 건물 자체의 피해를 중심으로 보상합니다.
불이 이웃 건물로 번지거나 이용객이 다쳤을 때 건물주가 져야 할 배상책임, 복구기간 동안 받지 못하는 임대료 손실은 관련 특약에 가입하지 않았다면 보상 대상이 아닐 수 있습니다.
꼬마빌딩 건물주에게 가장 큰 타격은 공사비보다 몇 달씩 끊기는 임대수입인 경우가 많습니다.

임차인의 보험도 건물주에게 중요합니다
건물주의 보험만큼 중요한 것이 임차인의 보험입니다.
음식점, 노래연습장, 학원 등 법에서 정한 업종과 규모의 다중이용업소는 화재배상책임보험에 의무적으로 가입해야 합니다.
또한 1층에 있는 영업장 면적 100㎡ 이상의 일반음식점이나 휴게음식점 등 일정한 시설은 재난배상책임보험 가입 대상입니다.
그러나 이러한 의무보험은 화재 등으로 다른 사람에게 발생한 인명 및 재산 피해를 보상하기 위한 것이므로, 임차인이 건물주에게 물어줘야 할 건물 피해까지 모두 보상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임차인이 임차자배상책임 특약 등에 가입했는지, 가입금액은 충분한지, 임차한 부분과 다른 층의 피해가 각각 어디까지 보상되는지 확인해야 합니다.
이를 확인하지 않으면 막상 사고가 났을 때 임차인에게 배상받을 재원이 부족한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건물주가 자신의 화재보험으로 먼저 보상을 받으면, 보험사가 법적 요건과 보험계약에 따라 화재에 책임이 있는 임차인에게 그 금액을 청구하는 구상 문제가 남을 수도 있습니다.
다만 보험사의 구상권 행사가 언제나 가능한 것은 아닙니다. 건물주와 임차인의 보험계약 내용, 보험사가 같은지 여부, 임차인의 배상책임을 보장하는 특약이 있는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습니다.
오랜 우량 임차인과의 관계가 이 과정에서 무너지기도 합니다.
그래서 건물주와 임차인의 보험은 따로가 아니라 한 세트로 점검해야 합니다.
점검은 사고 전에만 의미가 있습니다
필자가 가장 먼저 확인하는 서류 중 하나가 보험증권입니다.
건물의 재건축 비용과 보험 가입금액을 비교하고, 배상책임과 임대료 손실 특약이 들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그리고 층별 임차인의 업종을 따져 의무보험 대상인지 점검하고, 임차인이 가입한 보험의 종류와 금액을 확인해 빈틈이 있으면 보완을 요청합니다.
신규 임대차계약 때는 임차인의 보험 가입과 증권 제출을 계약조건으로 반영하시는 것을 권해드립니다. 이미 계약 중인 임차인이라면 갱신 시점이 가장 좋은 기회입니다.

배준형의 밸류업 처방전
화재는 발생 가능성이 낮더라도 한 번 일어나면 건물의 수익과 가치를 동시에 무너뜨리는 사고입니다.
그리고 그 피해를 누가 얼마나 떠안을지는 불이 나는 순간의 책임관계뿐 아니라, 보험증권과 임대차계약서를 정리하는 평범한 날에 얼마나 철저히 대비했느냐에 따라서도 크게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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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임차 건물의 화재 발생 시 손해배상책임과 화재보험에 관한 일반적인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 배상책임의 범위와 보험금 지급 여부는 개별 사안의 사실관계, 임대차계약과 보험약관의 내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