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분경매, 반값에 낙찰받고도 돈이 묶이는 이유
공유지분 경매에 들어가기 전 반드시 따져야 할 출구 전략
배준형의 밸류업 경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경매 시장에서 ‘반값 물건’으로 자주 눈에 띄는 지분경매에 대해 말씀드리겠습니다.
감정가 6억원짜리 아파트의 2분의 1 지분이 경매에 나왔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지분 감정가는 3억원이지만 몇 차례 유찰되면서 최저가는 1억원대 중반까지 내려옵니다. 같은 단지 아파트 시세를 떠올리면 누구라도 한 번쯤 계산기를 두드려보게 되는 가격입니다.
그런데 이런 물건이 왜 여러 번 유찰됐는지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지분경매는 싸게 사는 것보다, 산 뒤에 그 지분을 어떻게 돈으로 바꿀지가 훨씬 어려운 투자이기 때문입니다.
지분은 ‘집’이 아니라 ‘권리의 일부’입니다
지분을 낙찰받으면 그 부동산의 일부를 마음대로 쓸 수 있을 것 같지만 현실은 다릅니다.
민법상 공유 부동산을 임대하거나 관리하는 일은 원칙적으로 지분의 과반수로 결정해야 하고, 부동산 전체를 파는 일은 공유자 전원의 동의가 필요합니다.
2분의 1 지분은 과반수에 해당하지 않기 때문에 혼자 임대를 놓을 수도, 전체를 팔 수도 없습니다.
금융기관도 지분만을 담보로 한 대출에는 매우 보수적입니다. 일반 경매처럼 낙찰가의 상당 부분을 대출로 해결할 수 있다고 생각하고 들어갔다가 잔금 마련에 어려움을 겪는 경우도 있습니다.
결국 지분경매는 자기자금의 비중이 높아지고, 투자금이 상당 기간 묶일 수 있는 투자입니다.

첫 번째 함정, 1등을 해도 가져가지 못할 수 있습니다
지분경매에는 다른 공유자에게 우선매수권이 주어집니다.
민사집행법 제140조에 따라 다른 공유자는 매각기일까지 정해진 보증을 제공하고, 최고가로 써낸 사람의 가격과 같은 가격으로 그 지분을 먼저 사겠다고 신고할 수 있습니다.
이 경우 법원은 최고가매수신고인이 있더라도 우선매수를 신고한 공유자에게 매각을 허가합니다.
입찰을 위해 권리관계를 분석하고 현장을 확인하고 자금을 마련했더라도, 공유자가 적법하게 우선매수를 신고하면 그 노력은 고스란히 남의 입찰가를 정해준 일이 됩니다.
두 번째 함정, 출구인 ‘분할 소송’이 생각보다 멉니다
지분 낙찰자가 투자금을 회수하는 대표적인 방법은 공유물분할 청구소송입니다.
다른 공유자와 협의가 안 되면 법원에 분할을 청구하고, 아파트처럼 물리적으로 나누기 어려운 부동산은 전체를 경매로 팔아 대금을 지분대로 나누는 판결을 받는 방법입니다.
다만 법원은 현물분할을 원칙으로 하며, 경우에 따라 특정 공유자가 부동산을 단독으로 소유하고 다른 공유자에게 적정한 금액을 지급하도록 하는 방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문제는 시간과 비용입니다. 소송과 이후의 경매까지 진행된다면 1년 이상 걸릴 수도 있고, 그동안 투자금은 묶여 있습니다.
여기에 대법원은 공유물분할에서 경매를 선택하는 데 신중해야 한다는 판단을 내놓았습니다.
대법원 2023년 6월 29일 선고 2022다294107 판결은 공유자들 사이에 오랫동안 이어져 온 사용관계가 있는 토지에서, 경매로 새로 지분을 취득한 사람이 이를 무시하고 경매에 의한 분할만을 주장하는 경우를 다뤘습니다.
대법원은 이러한 경우 법원이 기존의 사용관계를 해치지 않는 분할 방법을 우선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판단했습니다.
현물로 나누거나 공유자들 사이에 금전으로 차이를 조정하는 방법 등을 살펴보고, 현물분할이 어렵거나 분할로 인해 가치가 현저히 떨어질 우려가 있을 때 경매분할을 선택해야 한다는 취지입니다.
이 판결은 여러 공유자가 가족관계 등으로 연결돼 있고 기존의 점유·사용관계가 형성된 토지에 관한 것이므로, 모든 지분경매 물건에 똑같이 적용된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다만 지분을 싸게 사서 소송으로 전체 경매를 이끌어내 차익을 남기는 전략이 언제나 통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보여줍니다.
세 번째 함정, 상대는 ‘가족’인 경우가 많습니다
지분경매로 나오는 물건 중에는 상속으로 생긴 공유관계에서 한 사람의 채무 때문에 지분이 경매에 나온 경우도 있습니다.
낙찰자가 마주하는 다른 공유자가 그 부동산에 살고 있는 가족이라면, 낯선 사람이 지분을 사들였다는 사실 자체에 강한 거부감을 보일 수 있습니다.
협의는 감정싸움으로 번지기 쉽고, 그만큼 정리 기간은 길어집니다.

“그렇다면 지분경매는 피해야 하는 물건입니까?”
여기까지 읽으시면 지분경매는 손대지 말아야 할 물건처럼 느껴지실 것입니다.
그러나 필자의 생각은 다릅니다.
지분경매가 위험한 이유는 물건 자체가 아니라, 출구를 그리지 않고 가격만 보고 들어가기 때문입니다.
다른 공유자가 지분을 되사들일 자금 여력이 있고 실제로 그 부동산을 지키고 싶어 하는 경우, 공유자들 스스로 부동산을 팔아 정리하기를 원하는 경우, 토지처럼 현물로 나누는 것이 가능한 경우라면 지분경매는 오히려 경쟁이 적은 좋은 투자처가 될 수 있습니다.
같은 지분경매라도 입찰 전에 이 구분을 할 수 있느냐에 따라 결과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입찰가보다 먼저, 출구를 설계하세요
필자가 지분경매 물건을 검토할 때는 입찰가보다 출구를 먼저 봅니다.
등기부로 공유자 구성과 지분 비율, 지분이 생긴 경위를 확인하고, 현장을 찾아 누가 어떻게 그 부동산을 쓰고 있는지 파악합니다.
그리고 다른 공유자에게 지분을 매각하는 경우, 공유자와 함께 전체를 매각하는 경우, 분할 소송까지 가는 경우를 나누어 각각의 예상 기간과 비용, 회수 가능 금액을 분석합니다.
입찰가는 그다음입니다.
가장 현실적인 출구에서 회수할 수 있는 금액에서 묶이는 기간의 금융비용과 예상 소송비용을 뺀 금액이 그 지분에 쓸 수 있는 최대 입찰가입니다.
소송 가능성이 있는 물건이라면 입찰 전에 법률 검토를 함께 받아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이처럼 지분경매의 가격표에 적힌 ‘반값’은 할인이 아니라, 그 지분을 돈으로 바꾸는 데 드는 시간과 수고의 값입니다.
그 값을 정확히 계산할 수 있는 사람에게만 지분경매는 기회가 됩니다.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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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공유지분 경매와 공유자 우선매수권, 공유물분할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경매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 우선매수 신고 가능 여부와 공유물분할 방법, 소요 기간과 비용은 개별 사안의 공유관계와 점유·사용관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사건에서는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