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국인 투숙객 93%인 호텔…객실 수보다 먼저 따질 것
명동 호텔의 국적·숙박기간이 보여주는 객실 구성과 운영수익의 차이
천우석의 밸류업 인사이트

명동이나 을지로 일대를 지나다 보면 양손에 쇼핑백을 들고 호텔 로비로 들어가는 외국인들을 쉽게 봅니다. 비슷한 모습의 관광객이지만 여행 일정은 제각각일 겁니다. 이틀 동안 쇼핑을 즐기고 돌아가는 사람도 있을 테고, 일주일씩 머물며 서울 곳곳을 둘러보는 사람도 있겠지요.
호텔에서 이들은 모두 객실을 구매하는 손님입니다. 그러나 필요한 객실과 서비스는 같지 않습니다.
한국경제는 지난 1일 서울 중구 세운지구에 있는 ‘호텔 더 보타닉 세운 명동’의 운영 실적을 소개했습니다. 2024년 12월 개장한 756실 규모 호텔로, 외국인 투숙객 비중이 93%에 달하고 객실점유율(OCC)은 최고 89.7%까지 올라갔다고 합니다.
두 수치는 호텔 운영사 측이 공개한 자료입니다. 특히 89.7%는 최고 점유율이지 연평균 실적은 아닙니다.
제 눈길을 끈 것은 89.7%보다 외국인 비중 93%였습니다. 외국인 손님이 대부분인 호텔이라면 어떤 고객을 중심에 두고 객실을 만들었을까요. 투숙객의 국적이나 여행 목적, 숙박기간을 알면 호텔을 보는 시각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서울을 찾는 외국인 관광객은 계속 늘고 있습니다.
서울시에 따르면 올해 1~8월 서울 방문 외국인은 1156만 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21.6% 증가했습니다. 이들의 카드소비액은 7조7813억원으로 59.9% 늘었습니다. 명동 일대의 외국인 카드소비액도 지난해보다 74.7% 증가했습니다.
관광객 증가와 함께 소비가 빠르게 늘고 있다는 사실은 호텔시장에도 반가운 소식입니다. 다만 도심의 모든 호텔이 똑같은 고객을 맞이하는 것은 아닙니다.
르메르디앙과 목시 서울 명동이 공개한 국경절 연휴 관련 예약 현황을 보면 두 호텔의 전체 투숙객 중 중국인 비중은 약 15%였습니다. 중국인 예약은 단체보다 개별 자유여행객(FIT) 중심이었고, 호텔 측이 설명한 평균 숙박일수는 약 2.5박이었습니다. 예약 시점도 전년보다 약 5일 빨라졌다고 합니다.
평균 2.5박이 전체 투숙객 기준인지 중국인 고객만의 평균인지는 공개된 설명만으로 명확하지 않습니다. 국경절 연휴와 관련된 수치여서 연간 평균으로 보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서울관광재단이 지난 7일 발표한 외국인 관광객 실태조사에서는 다른 숫자가 나옵니다. 올해 조사 결과를 종합한 잠정 평균 체류기간은 5.6일, 8월 조사에서는 6.6일이었습니다.
호텔의 평균 숙박박수와 관광객의 서울 체류기간은 서로 다른 지표입니다. 조사대상과 시점도 다릅니다. 두 수치를 빼서 관광객이 호텔을 옮겨 다니는 기간을 계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호텔 투자자에게는 생각해볼 대목이 있습니다.
서울에 일주일 머무는 관광객이 같은 호텔에 계속 묵을 수도 있고, 여행 일정에 따라 숙소를 옮길 수도 있습니다. 명동에 숙소를 정한 뒤 성수나 홍대, 강남으로 이동하는 여행객도 있을 겁니다.
중요한 것은 개별 호텔의 실제 예약자료입니다. 어느 나라에서 온 손님이 어떤 객실을 선택하고, 몇 박을 머물며, 얼마를 지불하는지 확인해야 객실 구성과 예상 매출을 제대로 계산할 수 있습니다.

호텔 더 보타닉은 이런 관점에서 눈여겨볼 만한 사례입니다.
이 호텔의 일부 객실에는 세탁기와 건조기, 전기오븐, 의류관리기 등이 갖춰져 있습니다. 코워킹 스튜디오와 피트니스 시설을 비롯한 공용공간도 마련했습니다. 일반적인 단기 숙박 외에 비교적 오래 머무는 손님까지 고려한 구성으로 볼 수 있습니다.
물론 이러한 시설이 외국인 투숙객 비중 93%를 만들어냈다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국적별 숙박기간과 객실 유형별 예약실적을 확인해야 시설투자의 효과를 판단할 수 있을 겁니다.
고객의 숙박기간은 비용에도 영향을 줍니다.
한 객실에 손님 한 팀이 4박을 하는 경우와 서로 다른 네 팀이 하루씩 묵는 경우를 생각해보겠습니다. 객실료가 같다면 총 객실매출은 같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네 차례 퇴실과 입실을 처리하는 데 드는 업무량은 다릅니다. 퇴실 청소와 린넨 교체 비용도 차이가 납니다.
장기 투숙객이라고 반드시 비용이 적게 드는 것도 아닙니다. 투숙 중 청소나 세탁서비스를 얼마나 제공하는지, 객실 내 시설의 유지관리 비용이 얼마나 드는지에 따라 달라집니다.
예약 경로도 빼놓을 수 없습니다. 홈페이지에서 직접 예약한 고객과 온라인 여행사(OTA)를 통해 예약한 고객은 판매수수료 부담이 다릅니다. 객실이 잘 팔린다고 운영이익까지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한국경제 보도에 따르면 호텔 더 보타닉의 올해 4~8월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약 43% 증가했습니다. 매출 대비 총영업이익(GOP) 비율도 약 70%로 소개됐습니다.
운영사 측이 제시한 수치인 만큼 비용의 산정 범위와 실제 수익 배분 구조를 살펴야 합니다. 특히 객실 소유주에게 운영성과를 배분하는 이 호텔의 사업구조에서 GOP 비율이 곧 소유주의 투자수익률을 뜻하지는 않습니다. 소유주가 부담할 비용과 계약조건이 별도로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문제는 오래된 도심 건물을 호텔로 바꾸려는 투자자에게 더 중요해집니다.
외국인 관광객이 늘고 객실료가 오른다고 해서 노후 오피스나 상가를 호텔로 전환하는 사업이 모두 성공할 수는 없습니다. 객실 수를 얼마나 확보할 수 있는지부터 불확실한 경우가 많습니다.
오래된 오피스는 객실마다 욕실을 넣는 일부터 만만치 않습니다. 배관과 피난동선, 승강기 위치를 검토하는 과정에서 당초 계획한 객실 수가 줄어들 수도 있습니다. 건축물 용도와 숙박업 관련 요건, 소방·주차 기준을 맞추려면 추가 공사비가 필요할 수 있습니다.
그렇게 어렵게 확보한 공간을 어떤 객실로 채울지도 고민해야 합니다.
쇼핑이나 관광을 위해 짧게 머무는 고객이 많은 곳에서는 작은 객실을 효율적으로 배치하는 방식이 유리할 수 있습니다. 반면 가족 단위 관광객이나 장기 체류 수요가 충분하다면 일부 객실을 넓히고 세탁·취사 등 편의시설을 갖추는 방안도 검토할 만합니다.

어느 쪽이 더 유리한지는 입지와 고객 구성에 따라 달라집니다. 객실 수를 늘리면서 얻는 매출과 객실 면적을 넓혀 받을 수 있는 추가 요금을 비교해야 합니다. 편의시설을 설치하는 데 들어가는 공사비와 유지관리비도 계산에 넣어야 합니다.
객실 설계를 마친 뒤 고객층을 바꾸기는 쉽지 않습니다. 욕실과 배관, 피난동선은 일반 가구처럼 필요할 때마다 옮길 수 있는 시설이 아닙니다.
지난 칼럼에서는 호텔의 객실당 매매가격보다 그 객실이 얼마나 벌어주는지를 살펴봤습니다. 이번에는 그 수익이 어떤 고객에게서 나오는지까지 생각하게 됩니다.
서울 호텔시장은 호황을 누리고 있습니다.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 호텔의 평균 객실점유율은 79.2%, 판매 가능한 객실당 매출(RevPAR)은 약 20만7300원으로 추산됐습니다. 다만 개별 호텔의 사업성을 시장 평균으로 계산하기에는 입지와 고객 구성, 운영방식의 차이가 큽니다.
낡은 건물을 호텔로 바꿀 때 도면 위에서 객실 수부터 세기 쉽습니다. 몇 실을 확보해야 투자금이 회수될지 계산해야 하기 때문입니다.
저는 그에 앞서 실제 예약자료를 먼저 보고 싶습니다. 어떤 고객이 몇 박을 하고, 어느 객실에 얼마를 지불하는지. 그 숫자가 없다면 예상 매출은 아직 가정일 뿐입니다.
[관련 기사·자료]
한국경제신문 / 2026년 10월 1일 / 강영연 기자, 「방한 외래객 역대 최대…’명동 호텔 귀해졌다’」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017947i
한국경제신문 / 2026년 10월 6일 / 신용현 기자, 「서울 외국인 관광객 소비 ‘쑥’…방문객 증가율의 2.8배」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10064217g
뉴스1 / 2026년 10월 2일 / 윤슬빈 관광전문기자, 「깃발부대 지나간 자리…’中 20대 개별 여행객’이 채웠다」 https://www.news1.kr/industry/hotel-tourism/6307944
서울관광재단 / 2026년 10월 7일, 「2026 서울관광 실태조사(외국인) 잠정치(4차/8월)」 https://sto.or.kr/survey/16731_/16731
호텔 더 보타닉 세운 명동 / 공식 홈페이지, 「프리미어 스위트 더블 등 객실 안내」 https://www.hotelthebotanik.com/html/main.asp
쿠시먼앤드웨이크필드 / 2026년 7월 7일, 「2026 Seoul Hospitality Market Report」 https://www.cushmanwakefield.com/en/south-korea/insights/seoul-hospitality-market-report
※ 본 칼럼은 작성자의 의견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