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학생 30만 시대, 대학가 건물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원룸만 보면 절반…거주·소비·노동이 바꾸는 대학가 부동산의 셈법

천우석의 밸류업 인사이트

유학생 30만 시대, 대학가 건물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최근 서울이 새로운 글로벌 학생도시로 주목받고 있습니다.

한국경제는 파이낸셜타임스(FT) 보도를 인용해 서울이 해외 대학생들에게 런던·파리·뉴욕 같은 전통적인 유학도시를 대신할 새로운 선택지로 떠오르고 있다고 전했습니다. K컬처와 음식, 24시간 이어지는 도시생활뿐 아니라 다른 글로벌 대도시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생활비와 주거비도 이유로 꼽혔습니다.

서울에 대한 관심과 별개로 국내 외국인 유학생 시장 자체도 빠르게 커지고 있습니다. 교육부와 한국교육개발원의 ‘2026년 교육기본통계’에 따르면 올해 4월 1일 기준 국내 고등교육기관의 외국 학생은 30만7464명입니다. 2023년 18만1842명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3년 사이 약 69% 증가했습니다. 올해 외국 학생 가운데 학위과정생은 22만3191명, 비학위과정생은 8만4273명입니다.

여기서 한 가지는 구분해야 합니다. 30만7464명은 서울 소재 대학의 유학생 숫자가 아니라 전국 고등교육기관의 외국 학생을 합한 수치입니다.

또 하나 주의할 점이 있습니다.

외국인 유학생 30만 명을 대학가에 새로 생긴 30만 명의 수요로 받아들여서는 안 됩니다. 전체 고등교육기관 재적학생은 학령인구 감소 등의 영향으로 오랜 기간 줄어왔습니다. 2019년 332만6733명이던 재적학생은 2025년 301만6724명까지 감소했습니다.

다만 2026년에는 307만2261명으로 다시 늘었습니다. 같은 해 외국 학생도 전년보다 5만4030명 증가했습니다. 장기간 감소하던 전체 대학생 수가 최근 반등하는 과정에서 외국 학생 증가가 상당한 역할을 하고 있는 셈입니다.

이 변화는 대학가 부동산을 볼 때 중요한 의미를 갖습니다.

유학생 증가는 단순히 새로운 수요를 더하는 데 그치지 않습니다. 오랜 기간 줄어온 학생수요의 구성을 바꾸고, 어떤 지역에서는 빠져나간 수요의 빈자리를 메우는 역할도 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부동산을 보는 입장에서는 ‘유학생 30만 명’이라는 숫자 자체보다 그 사람들이 어디에서 살고, 얼마나 오래 머물며, 어디에서 돈을 쓰는지가 더 중요합니다. 내 건물이 있는 대학가에서 실제 수요가 늘고 있는지는 내·외국인 학생의 증감을 함께 봐야 합니다.

우선 이번에는 빠르게 늘고 있는 외국인 학생이 대학가 부동산의 수요 구조를 어떻게 바꾸고 있는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유학생이 늘면 원룸 가치도 올라갈까?

가장 먼저 떠오르는 변화는 주거입니다.

대학 기숙사가 증가하는 학생을 모두 수용하지 못한다면 학교 주변 원룸과 고시원, 셰어하우스 등에 추가적인 임차수요가 생길 수 있습니다. 특히 국내 연고가 없는 유학생에게는 학교와의 거리뿐 아니라 가구와 인터넷 설치 여부, 보증금 규모, 계약기간과 계약 절차 등이 주거 선택에서 중요한 조건이 될 수 있습니다.

서울 주요 대학가의 주거비는 이미 상당히 높아진 상태입니다. 한국경제가 부동산 플랫폼 다방의 분석을 인용해 보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7월 서울 주요 10개 대학 인근 전용면적 33㎡ 이하 원룸의 평균 월세는 보증금 1000만원 기준 62만5000원이었습니다. 1년 전보다 7.7% 올랐고 평균 관리비도 8만4000원까지 상승했습니다.

그렇다고 최근 대학가 월세 상승을 외국인 유학생 증가로 설명하는 것은 무리입니다.

1인 가구 증가와 전세의 월세화, 소형주택의 공급 상황 등 여러 변수가 함께 움직이고 있기 때문입니다. 유학생 증가는 그 시장에 새롭게 더해지고 있는 수요 가운데 하나로 보는 것이 맞습니다.

건물주나 투자자에게 전국 유학생 30만 명이라는 숫자보다 중요한 것은 따로 있습니다. 내 건물 주변 대학의 유학생은 얼마나 늘고 있는지, 그 가운데 몇 명이 학교 밖에서 집을 구하는지, 그리고 얼마나 오래 머무는지를 봐야 합니다.

학위과정생과 어학연수·교환학생처럼 비교적 짧게 체류하는 학생은 주거를 선택하는 방식도 다를 수 있습니다. 임차인이 자주 바뀌는 건물은 공실기간뿐 아니라 중개비와 청소·수선비 같은 교체 비용도 늘어납니다. 같은 대학가라도 장기체류 수요가 많은 지역과 단기체류 수요가 많은 지역의 임대 안정성이 같다고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유학생 30만 시대, 대학가 건물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유학생은 집만 빌리는 사람이 아니다

유학생을 원룸 임차인으로만 보면 대학가에 미치는 변화를 절반밖에 보지 못할 수 있습니다.

학생은 학교 주변에서 밥을 먹고 커피를 마십니다. 편의점과 마트를 이용하고 배달음식을 주문합니다. 미용·세탁·통신 같은 생활서비스도 이용합니다.

관광객과도 다릅니다. 며칠 머물다 떠나는 사람이 아니라 한 학기 또는 수년에 걸쳐 같은 생활권 안에서 반복적으로 소비합니다.

여기에 노동시장과의 접점도 있습니다.

2025년 이민자체류실태및고용조사를 보면 취업한 유학생 가운데 83.4%가 도소매·숙박·음식점업에서 일하고 있습니다. 유학생 취업자가 학생들이 생활 속에서 자주 접하는 서비스업에 집중돼 있다는 의미입니다.

다만 이 숫자를 확대 해석해서는 안 됩니다.

유학생은 체류자격과 한국어 능력, 학교 확인 등의 요건에 따라 시간제취업 허가를 받아야 하고 근로시간에도 제한이 있습니다. 취업한 유학생이 자신이 다니는 대학 주변 상권에서 일한다는 의미도 아닙니다.

따라서 ‘유학생이 늘면 대학가 음식점의 구인난이 해결된다’고 단순하게 연결할 수는 없습니다.

그럼에도 유학생이 주거 수요자이자 소비자이며, 일부는 서비스업 노동시장에도 참여하는 집단이라는 점은 대학가를 분석할 때 생각해볼 만한 변화입니다.

이 세 가지가 실제 한 상권 안에서 겹친다면 점포의 매출과 영업 지속성, 임차 안정성을 판단하는 데 새로운 변수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런 변화가 충분히 지속될 때 건물의 순영업소득(NOI)에도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같은 학생 수라도 결과는 다르다

학생 수 자체가 부동산 수요를 결정하지 않는다는 점은 인천 송도국제도시를 보면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인천글로벌캠퍼스(IGC)는 한국뉴욕주립대, 한국조지메이슨대, 겐트대 글로벌캠퍼스, 유타대 아시아캠퍼스 등 해외 대학들이 모여 있는 공동캠퍼스입니다. 한국경제에 따르면 IGC 재학생은 2012년 개교 당시 45명에서 2025년 봄 4519명까지 늘어 정원 충원율이 99.8%에 이르렀습니다. 당시 미국과 유럽 본교에서 6개월에서 1년간 송도에 머물며 수업을 듣는 단기 방문학생도 178명이었습니다.

유학생 30만 시대, 대학가 건물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인천 송도국제도시에 있는 인천글로벌캠퍼스 전경 /IGC 제공)

해외 본교 학생들이 송도를 찾는 배경에는 한국에 대한 관심도 있습니다. IGC 측은 K팝을 비롯한 한국문화의 인기가 해외 학생 유입 요인의 하나라고 설명해왔습니다. 본교 학생이 일정 기간 송도에서 공부할 수 있는 구조도 이런 흐름을 뒷받침합니다.

학생이 늘면서 기숙사 문제도 달라지고 있습니다.

IGC는 기존 약 2000명 규모의 생활관에 더해 현재 202실, 약 400명을 추가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를 건립하고 있습니다. 인천경제자유구역청도 이 사업의 목적을 학생 증가에 따른 정주 여건 확충으로 설명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추가 기숙사가 완성되기 전까지 수용능력에는 한계가 있습니다. 현장에서는 내국인 재학생 가운데 2학년 이후 생활관 입사가 어려워져 학교 밖 주거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옵니다.

송도를 ‘기숙사가 있으니 주변 원룸 수요가 적은 곳’이라고 단순하게 볼 수 없는 이유입니다. 캠퍼스 안에서 해결되는 수요와 밖으로 나오는 수요의 비중은 학생 구성과 기숙사 공급에 따라 계속 달라질 수 있습니다.

또 IGC 바로 앞에는 트리플스트리트 같은 대형 복합상업시설이 있습니다. 인근 연세대학교 국제캠퍼스 학생들까지 더해지면서 외식·쇼핑·여가수요의 주요 수용처 역할을 합니다.

서울의 전통적인 대학가에서는 학생 증가가 원룸과 골목상권 수요로 비교적 넓게 퍼질 수 있습니다. 송도에서는 캠퍼스 생활관과 대형 복합상업시설이 상당한 수요를 먼저 가져갈 수 있습니다. 여기에 기숙사 공급이 부족해지면 일부 주거수요가 다시 주변으로 흘러나옵니다.

같은 학생 5000명이라도 주변 부동산에 전달되는 방식은 다른 셈입니다.

대학 앞이라고 손님이 들어오는 것은 아니다

저는 이를 편의상 ‘수요의 포획률’이라고 생각해봅니다. 주변에 존재하는 학생수요 가운데 특정 건물이나 상권이 실제로 얼마나 흡수하느냐는 의미입니다.

대학 정문 바로 앞에 건물이 있다고 해서 학생들의 지갑이 그 건물에서 자동으로 열리지는 않습니다.

기숙사에서 생활하는 학생이 대부분 학교 안에서 식사를 해결한다면 인근 음식점에 미치는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습니다. 반대로 학교 안에 부족한 기능을 주변 상권이 제공하고 학생들의 이동 동선까지 맞아떨어진다면 조금 떨어진 건물도 더 많은 수요를 가져갈 수 있습니다.

주거도 마찬가지입니다.

유학생이 1000명 늘었다고 해서 주변 원룸 수요가 1000실 늘어나는 것이 아닙니다. 기숙사에서 몇 명을 수용하는지, 통학 가능한 다른 지역에 사는 학생은 몇 명인지, 단기 교환학생인지 장기간 학위를 취득하는 학생인지에 따라 실제 시장에 나오는 주거수요는 크게 달라집니다.

결국 투자자가 알아야 할 것은 단순한 학생 숫자가 아니라 그 수요가 어디로 이동하고 어디에 머무르는가입니다.

유학생 30만 시대, 대학가 건물의 가치는 어떻게 달라질까?

대학가 건물의 쓰임도 다시 봐야 한다

이런 변화는 대학가 건물의 최유효이용(HBU)을 다시 검토하게 만드는 변수이기도 합니다.

과거 대학가의 오래된 꼬마빌딩이라면 1층에는 음식점이나 카페를 넣고 위층은 원룸으로 사용하는 익숙한 구성을 떠올렸습니다.

하지만 이용하는 학생들의 성격이 달라지면 공간의 경쟁력도 달라질 수 있습니다.

학교 밖 거주수요가 충분한 지역에서는 가구와 인터넷, 공용 세탁시설 등을 갖춘 소형 주거상품이나 셰어형 주거가 대안이 될 수 있습니다. 단기체류자가 많다면 긴 보증금 계약만 고집하는 것보다 계약방식 자체를 달리해야 할 수도 있습니다.

1층 상가도 주변에 음식점이 많다는 이유만으로 같은 업종을 하나 더 넣는 것이 최선이라고 볼 수 없습니다. 실제 학생들의 소비 동선과 기존 상권이 채우지 못하고 있는 서비스를 찾아야 합니다.

반대로 기숙사가 충분하고 학생들의 소비를 흡수하는 강력한 상업시설이 이미 자리 잡은 곳이라면 대학과 가깝다는 이유만으로 원룸이나 음식점을 추가하는 것은 기대했던 수익으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최유효이용은 주변에 대학이 있다는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가능하고 물리적으로 만들 수 있는 공간 가운데 현재와 미래의 수요가 실제로 지불할 수 있는 상품이 무엇인지를 찾아가는 과정입니다.

유학생 30만 명 시대라는 숫자도 같은 방식으로 봐야 합니다.

전국에서 30만 명이 넘는 외국 학생이 공부한다는 사실은 대학가 수요의 구성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신호입니다. 하지만 그 숫자를 그대로 건물 가치에 더해서는 안 됩니다.

내 건물 주변 대학에는 어떤 학생이 늘고 있는지, 그들은 기숙사에 사는지 학교 밖에서 집을 구하는지, 얼마나 오래 체류하는지, 어디에서 소비하는지, 주변 상권은 그 수요를 얼마나 가져가는지까지 내려가 봐야 합니다.

여기에 한 가지 질문이 더 남습니다.

최근 외국인 학생 증가로 전국 대학생 총량은 다시 늘었습니다. 하지만 모든 대학가에서 같은 일이 벌어지고 있을까요? 어떤 대학가는 외국인 학생이 기존 수요 감소를 넘어 새로운 수요를 만들고, 다른 대학가는 줄어든 학생의 빈자리를 채우는 데 그칠 수도 있습니다.

이 차이는 대학가 건물의 미래 가치를 판단할 때 매우 중요합니다.

부동산 가치는 결국 사람이 만들어내는 지속 가능한 현금흐름에서 결정됩니다.

이제 대학가 건물을 볼 때 “학생이 몇 명인가”라는 질문만으로는 부족합니다.

그 학생들은 이 동네에서 어떻게 살고 있는가?

유학생 30만 시대, 대학가 부동산을 볼 때 먼저 던져야 할 질문입니다.

[관련 기사·자료]

「FT “서울이 새로운 파리”…외국인 유학생 3년새 69% 늘었다」 한국경제신문, 2026.9.20, 손주형 기자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92063601

「2026년 교육기본통계 조사 결과 발표」 교육부·한국교육개발원, 2026.8.26

https://www.kedi.re.kr/khome/main/announce/selectBroadAnnounceForm.do?article_sq_no=36467&board_sq_no=3&selectTp=0

「유학생 30만 시대, 외국인 유학생 정책 ‘질적 전환’ 본격화」 교육부, 2026.9.8

https://www.moe.go.kr/boardCnts/viewRenew.do?boardID=294&boardSeq=107151&lev=0&m=020402&opType=N&page=1&s=moe&searchType=null&statusYN=W

「서울 대학가 원룸 월세 평균 62.5만원…가장 비싼 곳은?」 한국경제, 2026.8.11, 정의진 기자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116258i

한국유학종합시스템 「외국인 유학생 시간제 취업(아르바이트)」 안내 교육부·국립국제교육원 Study in Korea, 현행 안내

https://cdn.studyinkorea.go.kr/ko/life/residenceAndStayInfo.do?tab=job-seeker-visa

「인천글로벌캠퍼스 학생 충원율 99.8%」 한국경제, 2025.3.4, 강준완 기자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503040564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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