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증금 돌려받지 못하고 이사 가야 한다면?
‘임차권등기명령’으로 내 돈 지키는 법
배준형의 이슈 체크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집주인에게 보증금을 못 받은 상태에서 회사 발령 때문에, 혹은 아이 교육 문제나 편찮으신 부모님을 모셔야 하는 사정 때문에 당장 이사를 가야 한다면 그대로 짐을 빼도 되는지에 대해 공유드리려고 합니다.
실제로 서울 마포구에서 전세로 거주하던 직장인 김모 씨는 지방 발령을 통보받았습니다. 계약 만료일이 다가와 집주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요청했지만, 집주인은 다음 세입자가 구해지면 그때 주겠다는 말만 반복했습니다.
이사는 정해진 날짜에 가야 하는데, 전입신고를 새 주소로 옮기거나 기존 주택의 점유를 잃는 순간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에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김 씨는 당황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바로 이런 상황을 위해 존재하는 제도가 임차권등기명령입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이란 임대차계약이 끝났음에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한 임차인이 관할 법원에 신청해 해당 부동산 등기부에 자신의 임차권을 공식적으로 기재하는 제도입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에 근거를 두고 있으며, 상가건물의 경우에도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6조가 같은 취지의 제도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제도의 핵심은 세입자가 이미 확보해둔 권리를, 그 집을 떠난 뒤에도 등기를 통해 유지할 수 있도록 해주는 데 있습니다.
여기서 말하는 권리란 제3자에게 임차권을 주장할 수 있는 힘인 대항력, 그리고 경매나 공매가 진행될 때 후순위 권리자나 일반채권자보다 먼저 보증금을 변제받을 수 있는 우선변제권입니다.
다만 한 가지 더 알아두셔야 합니다.
임차권등기 전에 이미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갖추고 있었다면 그 순위가 그대로 유지됩니다. 반대로 그 전에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갖추지 못했던 임차인이라도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그때부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새로 취득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미 잃어버린 과거의 순위가 소급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임차권등기명령은 다음 두 가지 조건이 충족돼야 신청할 수 있습니다.
첫째는 임대차계약의 종료입니다.
계약기간 만료나 적법한 해지 등으로 임대차관계가 끝난 상태여야 합니다.
둘째는 보증금 미반환입니다.
보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실제로 돌려받지 못한 상태여야 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3조의3 제1항도 “임대차가 끝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아니한 경우”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어떤 법적 효력을 갖는지는 판례를 통해 살펴보겠습니다.
대법원 2005년 9월 15일 선고 2005다33039 판결은 임차권등기명령에 따라 임차권등기를 마친 임차인은 우선변제권을 가지며, 이 임차권등기는 기존의 대항력이나 우선변제권을 유지시켜주는 담보적 기능을 주된 목적으로 한다고 판시했습니다.
즉 이미 확보한 권리를 잃지 않도록 붙잡아두는 역할을 하는 것입니다.
한편 우선변제권이 언제 발생하는지도 실무에서 매우 중요합니다.
대법원 1999년 3월 23일 선고 98다46938 판결은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친 당일 또는 그 이전에 확정일자를 이미 갖춘 경우, 우선변제권은 주택의 인도와 주민등록을 마친 다음 날부터 발생한다고 판시했습니다.
따라서 우선변제권의 순위를 확인하려면 주택 인도 시점, 전입신고일, 확정일자를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많은 분들이 법원에 신청서를 냈으니 이제 이사 가도 되겠지라고 오해합니다.
하지만 절대 그렇지 않습니다.
법원의 임차권등기명령 결정이 내려지는 것과 실제로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완료되는 것은 별개의 단계입니다.
최근 대법원 판결인 대법원 2025. 4. 15. 선고 2024다326398 판결은 이 부분을 명확하게 정리했습니다.
임차인이 주택을 인도받고 주민등록을 마쳐 대항력을 취득했다가, 임차권등기가 완료되기 전에 먼저 주택의 점유를 상실하면 기존 대항력은 소멸합니다.
그리고 나중에 임차권등기가 완료되더라도 이미 소멸한 대항력이 과거 시점으로 소급해 되살아나는 것은 아닙니다.
다만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시점부터는 그 등기에 따른 새로운 대항력이 발생합니다.
이 구분이 매우 중요합니다.
따라서 법원에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한 것, 법원이 결정한 것, 실제 등기부에 임차권등기가 완료된 것은 서로 다른 단계라는 점을 반드시 기억하셔야 합니다.
보증금의 기존 순위를 지키고 싶다면 등기부를 직접 열람해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완료된 것을 확인한 뒤 이사하거나 전입신고를 옮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한편 임차권등기가 등기부에 올라가면 이후 새로운 임차인이나 매수인, 금융기관도 그 사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임차인을 구하거나 매매·담보대출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영향을 받을 수 있고, 결과적으로 임대인에게 보증금 반환을 서두르게 만드는 현실적인 압박요인이 되기도 합니다.
다만 임차권등기명령의 법적 목적 자체는 어디까지나 임차인의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보호하기 위한 것이라는 점은 구분해서 보셔야 합니다.
이 제도는 주거용 주택에만 적용되는 것도 아닙니다.
상가건물 임대차보호법 제6조도 임대차가 종료된 후 보증금이 반환되지 않은 경우 임차인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상가 역시 임차권등기를 마치면 기존에 취득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유지할 수 있고, 기존에 이를 갖추지 못했다면 등기를 마친 때부터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을 취득할 수 있습니다.
부득이하게 영업장을 이전하거나 폐업해야 하는 자영업자라면 보증금 회수를 위해 기억해둘 필요가 있는 제도입니다.
실전 절차는 다음과 같습니다.
임대차기간이 끝났는데도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했다면 임차권등기명령을 신청할 수 있습니다.
임대차계약서와 등기사항증명서 등 필요한 자료를 갖춰 임차주택 소재지를 관할하는 지방법원·지방법원지원 또는 시·군법원에 신청합니다.
법원이 신청을 받아들이면 임차권등기명령을 내리고, 그 결정에 따라 등기 절차가 진행됩니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다시 한번 말씀드리지만,
신청했다고 이사하면 안 되고, 결정이 나왔다고 바로 이사해서도 안 된다는 점입니다.
등기사항증명서를 직접 발급하거나 열람해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완료된 사실을 확인한 다음 이사하고 전입신고를 옮기는 것이 안전합니다.
다만 임차권등기명령은 내 권리를 안전하게 유지하기 위한 보전수단일 뿐, 법원이 보증금을 대신 받아주는 절차는 아닙니다.
등기가 완료된 뒤에도 집주인이 돈을 돌려주지 않는다면 보증금반환청구소송이나 지급명령 등 별도의 회수절차가 필요할 수 있고, 판결 등 집행권원을 확보한 뒤에는 강제경매 등 강제집행으로 이어질 수도 있습니다.
따라서 “임차권등기명령을 하면 반드시 보증금반환소송을 거쳐 강제경매까지 해야 한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임대인이 뒤늦게 보증금을 반환하면 거기서 문제가 해결될 수도 있고, 반환하지 않는 경우에 추가적인 법적 절차를 검토하는 것입니다.
가장 좋은 것은 처음부터 권리관계와 보증금 반환 가능성을 꼼꼼히 확인해 계약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최악의 상황에 놓였다면, “보증금을 못 받은 채 이사해야 한다면, 임차권등기가 실제로 완료된 것을 확인하기 전에는 함부로 집을 비우거나 주소를 옮기지 않는다.”는 원칙 하나만은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순서 하나를 지키느냐 그렇지 않느냐에 따라 내 보증금을 지키는 권리의 순위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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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주택·상가 임차권등기명령에 관한 일반적인 법률·부동산 정보를 제공하기 위한 것입니다. 실제 대항력과 우선변제권의 순위는 주택 또는 상가의 인도 시점, 주민등록 또는 사업자등록, 확정일자, 임차권등기 시점과 다른 권리의 설정시기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분쟁에서는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