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사옥을 다시 평가한다…건물주도 따져봐야 할 5가지 선택

보유·임대구성 변경·CapEx·개발·매각, 지금도 최선인지 다시 계산해야

천우석의 밸류업 인사이트

기업들이 사옥을 다시 평가한다…건물주도 따져봐야 할 5가지 선택

최근 기업들이 보유 부동산을 다시 들여다보고 있습니다.

한국경제신문은 지난 8월 26일 「잠실·역삼·필동…기업, 부동산 전략 새로 짠다」는 기사에서 대한제당이 서울 잠실·역삼·필동에 보유한 부동산 3곳의 개발전략과 사업성을 다시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습니다.

기사에 따르면 대한제당은 젠스타메이트에 각 자산의 시장성과 개발 가능성을 따져 활용 방안을 새로 짜는 작업을 맡겼습니다. 최근 현대자동차가 전국 11개 사업거점을 약 5800억원 규모의 리츠에 넘긴 뒤 장기 임차하고, 넷마블이 구로 지타워를 약 6977억원에 매각하는 등 기업들의 부동산 유동화도 이어지고 있습니다.

과거 기업 부동산 매각이 자금난에 따른 자구책이나 비핵심 자산 정리로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많았다면 최근에는 조금 다른 흐름도 나타납니다. 본업과 성장사업에 자본을 재배치하고, 개발 여력이 있는 부동산은 활용방식을 다시 검토하는 것입니다.

건물은 그대로 있어도 기업의 사업구조와 자금조달 비용, 주변 임대시장과 개발여건은 계속 달라집니다. 몇 년 전 최선이었던 보유방식이 지금도 최선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그래서 투자자의 질문은 단순합니다.

지금 이 건물을 이렇게 쓰는 것이 여전히 가장 좋은 선택인가?

사옥에도 ‘묶인 자본’의 비용이 있다

기업이 오랫동안 사용한 사옥이나 사업장은 현재의 사용방식을 당연하게 받아들이기 쉽습니다.

하지만 1000억원 가치의 건물을 직접 사용하고 있다면 1000억원의 자본이 부동산에 묶여 있다는 의미이기도 합니다.

이 건물을 매각해 확보한 자금을 본업에 투입했을 때 더 높은 수익을 낼 수 있다면 그 차이는 기회비용이 됩니다.

물론 매각도 공짜는 아닙니다.

사옥을 팔고 다시 임차하는 Sale & Leaseback 방식은 당장 큰 현금을 확보할 수 있지만 장기간 임차료와 리스 의무를 새로 부담합니다. 자산가격 상승 가능성도 포기하게 됩니다. 확보한 자본의 재투자수익률이 장기 임차비용과 포기한 자산가치를 충분히 웃도는지까지 계산해야 합니다.

실제로 넷마블은 지난 6월 구로 지타워를 약 6977억원에 매각한 뒤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Sale & Leaseback 구조를 택했습니다. 업무공간은 유지하면서 부동산에 묶인 대규모 자본을 현금화한 사례입니다.

부동산 매각은 자금조달이면서 동시에 자본배분의 문제입니다.

보유와 매각 사이에도 선택지가 있다

선택지는 ‘계속 보유할 것인가, 팔 것인가’ 두 가지뿐이 아닙니다.

현재 사옥으로 사용하는 건물의 일부를 외부에 임대할 수도 있습니다. 저층부 MD를 바꿔 새로운 임대수익을 만들거나, 잔여 용적률을 활용해 증축할 수도 있습니다. 건물 경쟁력이 충분하지 않다면 리모델링이나 재개발을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여기에서 중요한 것은 투자금액 자체보다 추가로 투입한 자본이 얼마나 많은 현금흐름을 만들어내는가입니다.

가령 50억원의 CapEx를 투입해 연간 NOI가 2억원 증가한다면 투입비용 대비 수익률, 즉 Yield on Cost는 4%입니다. 반면 10억원을 투자해 NOI가 1억5000만원 늘어난다면 15%입니다.

규모가 큰 투자가 더 좋은 밸류업이라는 보장은 없습니다.

투입한 자본이 얼마의 추가 NOI를 만들고, 그 현금흐름이 자산가치로 얼마나 전환되는지를 봐야 합니다.

개발도 같은 방식으로 접근할 수 있습니다. 더 큰 건물을 짓는 효과에서 공사비와 금융비용, 공사기간 동안 잃는 임대수익, 준공 후 예상 임차수요까지 함께 계산해야 합니다.

기업들이 사옥을 다시 평가한다…건물주도 따져봐야 할 5가지 선택

꼬마빌딩의 변화에는 ‘전환비용’이 따른다

이런 고민은 대기업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오랫동안 한 업종이 사용한 꼬마빌딩이나 소유주가 직접 사용하는 건물도 일정한 주기로 활용방식을 다시 검토할 필요가 있습니다.

주변 상권이 바뀌었을 수 있습니다. 과거 사무실 수요가 강했던 지역에 병·의원이나 교육, 콘텐츠 기업이 들어오기 시작했을 수도 있고 주거 인구가 늘면서 저층부의 소비수요가 달라졌을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임차인을 바꾸거나 건물을 고치는 선택이 항상 쉬운 것은 아닙니다.

매각에는 세금과 거래비용이 발생합니다. 리모델링이나 재개발에는 기존 임대차관계와 명도 문제, 공사기간 중 임대수익 손실이 따라붙을 수 있습니다.

새로운 용도가 현재보다 높은 임대료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만으로 결정하기 어려운 이유입니다.

변경 후 얻을 수 있는 가치에서 세금과 명도비용, 공사비, 공실기간 등 전환비용을 차감한 뒤에도 실익이 남는지를 봐야 합니다.

밸류업은 좋은 아이디어를 찾는 작업이면서 동시에 그 아이디어를 실행하는 비용을 계산하는 작업입니다.

보유 자산도 다시 언더라이팅해야 한다

건물을 처음 살 때는 많은 숫자를 확인합니다.

매입가격과 임대료, 공실률, 금융비용, 예상 CapEx, 향후 매각가까지 계산합니다.

하지만 일단 자산을 보유하고 나면 이런 검토가 느슨해지기 쉽습니다. 임대료가 들어오고 공실이 크지 않다면 현재 상태를 그대로 유지하는 것이 자연스러운 선택이 됩니다.

장기 보유 자체가 잘못된 전략은 아닙니다.

안정적인 임차인이 있고 추가 투자보다 현재 현금흐름을 유지하는 것이 더 유리하다면 그대로 보유하는 것이 가장 좋은 운용일 수 있습니다.

다만 그 판단도 시간이 지나면 다시 확인해야 합니다.

보유할 것인지, 임대구성을 바꿀 것인지, CapEx를 투입할 것인지, 개발할 것인지, 매각할 것인지. 각각의 선택이 만들어낼 현금흐름과 자산가치를 다시 비교하는 것입니다.

기업들이 보유 부동산을 다시 평가하는 움직임에서 건물주가 읽어야 할 메시지도 여기에 있습니다.

장기 보유도 한 번 결정하고 끝나는 전략이 아니라, 주기적으로 다시 선택된 결과여야 합니다.

같은 건물도 시장과 수요, 자본비용이 달라지면 최선의 활용법이 달라집니다.

보유 부동산의 밸류업은 새로운 건물을 찾는 데서만 시작되지 않습니다. 이미 가지고 있는 건물을 지금도 가장 잘 쓰고 있는지 다시 계산하는 데서 시작됩니다.

관련기사

한국경제, 민경진 기자, 「잠실·역삼·필동…기업, 부동산 전략 새로 짠다」, 2026.8.26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82646331

한국경제, 민경진 기자, 「넷마블, 구로 지타워 6977억원 매각 완료…지베스코가 인수」, 2026.6.18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6183796r

한국경제, 민경진 기자, 「코람코, 현대차 영업거점 담은 5800억 리츠 인가 획득」, 2026.4.23

https://www.hankyung.com/article/202604231131r


천우석 한경닷컴 부장(CCI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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