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축비 절감한다고 자재 아꼈다가 나중에 더 큰 비용 치릅니다
무리한 건축비 절감이 부르는 하자·유지관리비, 생애주기비용(LCC)으로 다시 계산해야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건축주분들께서 착공 전 가장 먼저 궁금해하시는 것은 언제나 똑같습니다.
“평당 얼마까지 낮출 수 있나요?”
그런데 준공 후 3~4년이 지나면 질문의 방향이 완전히 바뀌는 경우가 많습니다.
“왜 이렇게 자꾸 돈이 들어가죠?”
착공 전 견적서에 찍힌 숫자와, 그 건물이 실제로 오랜 기간 요구하는 통장 속 숫자는 별개라는 사실을 이번 칼럼에서 짚어드리려 합니다.
순서를 단계별로 나열하기보다 건축주분들이 흔히 겪는 세 가지 착각을 중심으로 풀어보겠습니다.
첫 번째 착각: “공사만 빨리 끝나면 돈이 절약된다”
공사기간을 줄이면 인건비와 금융비용이 함께 줄어드니 얼핏 보면 절감처럼 느껴지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게 일정을 압축하다 보면 오히려 하자와 재시공으로 비용이 커질 수 있습니다.
콘크리트는 필요한 양생기간과 시공조건을 확보해야 하고, 방수·마감 등도 각 공정에 필요한 시공시간과 품질관리 절차를 지키지 않으면 준공 후 균열이나 누수, 마감 하자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공사가 지연되는 이유를 뜯어보면 결국 사람과 준비의 문제로 귀결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시방서와 상세도가 부실한 도면으로 착공하시면 현장에서 해석이 엇갈려 공정이 멈추고 재시공 비용과 시간이 동시에 새어 나갑니다.
수입 자재나 주문 제작 조명처럼 발주부터 입고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는 품목을 두고 건축주 본인이 결정을 미루시면 현장 전체가 그 결정 하나를 기다리며 멈춰 서게 됩니다.
그리고 지나치게 낮은 금액만을 기준으로 시공사를 선정하면 시공 과정에서 추가공사비를 둘러싼 분쟁이 발생하거나 공사 진행 자체가 불안정해지는 사례도 생길 수 있습니다.
그래서 착공 전 반드시 챙기셔야 할 세 가지가 있습니다.
상세도와 시방서를 갖춘 설계도서를 준비
마감재 리스트를 미리 확정
가격뿐 아니라 자금력과 신뢰도, 실제 시공실적을 함께 확인해 시공사를 선택
한마디로 공사는 빨리 끝내는 것이 목표가 아니라, 불필요하게 멈추거나 다시 하지 않고 끝까지 가는 것이 목표여야 합니다.

두 번째 착각: “완공되면 지출은 끝난다”
여기서 꼭 짚어야 할 개념이 생애주기비용, LCC(Life Cycle Cost)입니다.
건물에는 초기 공사비만 들어가는 것이 아닙니다.
준공 이후에도 에너지비용과 유지관리비, 수선비, 설비 교체비, 대수선비 등이 계속 발생합니다.
따라서 초기 공사비만 비교하기보다 건물이 사용되는 전체 기간 동안 얼마의 비용이 들어가는지를 함께 보는 것이 생애주기비용의 핵심입니다.
초기 건축비와 이후 유지관리비가 전체 비용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건물의 용도와 규모, 사용기간, 설비 수준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단순히 일정한 비율로 볼 수는 없습니다.
특히 외장재는 가격만 볼 것이 아니라 내구성과 오염·변색 가능성, 유지보수 방법까지 함께 확인해야 합니다.
창호와 단열 성능이 낮으면 당장의 공사비는 줄어들 수 있지만, 건물을 사용하는 동안 냉난방 에너지비용과 실내 쾌적성에 영향을 줄 수 있습니다.
가장 주의해야 할 부분 중 하나는 방수와 설비입니다.
벽체나 바닥 내부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초기에 발견하기 어렵고, 누수 부위를 찾거나 배관을 수리하기 위해 이미 완성된 마감재를 철거해야 하는 상황도 생길 수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이유로 자재를 선택할 때는 단순한 가격보다 내구성, 유지관리성, 교체 가능성을 함께 고려하시길 권해드립니다.
석재나 벽돌을 포함한 외장재 역시 건물의 입지와 구조, 시공방식에 따라 유지관리 특성이 달라지므로 특정 자재가 항상 경제적이라고 단정하기보다는 장기간의 관리비용을 함께 비교하는 것이 좋습니다.
AS 대응이 원활한 제품을 선택하시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리고 계약도면, 자재목록, 준공도면, 공사사진을 체계적으로 남겨두시면 훗날 하자가 생겼을 때 대응 속도가 완전히 달라집니다.
타일처럼 몇 년 뒤 같은 제품을 구하기 어려울 수 있는 마감재는 일정량의 여유분을 확보해두시고, 배관을 나중에 점검하거나 수리할 수 있도록 PD(파이프 덕트)와 점검구 등의 유지관리 동선을 설계단계부터 고려하는 것도 좋습니다.

세 번째 착각: “안 쓰면 그게 곧 이득이다”
건축비를 지출이 아니라 건물의 미래 가치를 결정하는 투자금으로 바라보셔야 합니다.
그런데 많은 분들이 엘리베이터나 주차공간처럼 향후 임대 경쟁력에 큰 영향을 줄 수 있는 항목까지 단순한 절감 대상으로 삼으시는 실수를 범하십니다.
엘리베이터를 설치하지 않으면 당장의 공사비는 줄어들 수 있지만, 건물의 층수와 용도, 주요 임차인에 따라 이용 편의성이 크게 떨어지고 임대 경쟁력이 약해질 수 있습니다.
또한 법정 최소기준에만 맞춘 주차계획 역시 실제 이용자의 차량 크기와 회전동선, 전기차 충전수요 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면 향후 건물 이용에 불편을 줄 수 있습니다.
반대로 돈을 들일수록 가치가 오르는 지점도 분명합니다.
주거용 건물이라면 방 개수를 억지로 늘리기보다 수납공간과 재택근무가 가능한 여유 공간을 확보하시는 편이 실거주 만족도를 높일 수 있습니다.
상가건물이라면 파사드의 가시성, 배달과 물류 동선, 그리고 임차인이 업종에 맞게 공간을 바꿀 수 있는 구조적 유연성이 임대 경쟁력에 영향을 줍니다.
결국 나중에 매각하기 좋은 건물의 조건은 단순합니다.
관리하기 쉬운지, 수익이 안정적인지, 그리고 다음 매수자도 지금과 같은 방식으로 무리 없이 운영할 수 있는지, 이 세 가지에 ‘그렇다’고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계약서 안에서 미래의 리스크를 막으셔야 합니다
최근 몇 년간 원자재 가격과 유가, 환율이 크게 움직이면서 착공 이후 공사비가 예상보다 증가해 분쟁으로 이어지는 사례가 적지 않았습니다.
이런 위험을 줄이려면 공사도급계약 단계에서부터 계약금액 조정의 기준과 절차를 명확하게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2023년 개정된 민간건설공사 표준도급계약서에서도 물가변동에 따른 계약금액 조정방법과 절차가 보다 구체화됐습니다. 품목조정률이나 지수조정률 등 객관적인 기준을 활용해 공사비 조정 여부를 판단할 수 있도록 한 것입니다.
따라서 첫째, 도급계약을 체결할 때 어떤 물가지표를 적용할 것인지, 어느 정도의 변동이 발생했을 때 계약금액을 조정할 것인지, 조정 절차는 어떻게 할 것인지를 가능한 한 구체적으로 정해두시면 분쟁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됩니다.
둘째, 착공 전에 마감재 품번부터 배관 위치, 전기 배선까지 가능한 범위에서 도면과 사양을 충분히 확정해두시면 현장에서의 즉흥적인 설계변경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셋째, 예상하지 못한 설계변경이나 현장조건, 자재가격 변동 등에 대응할 수 있도록 프로젝트 특성에 맞는 예비비를 별도로 확보해두는 것도 필요합니다.
다만 예비비를 반드시 공사비의 10~20%로 정해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신축인지 리모델링인지, 설계 완성도가 어느 정도인지, 지반이나 기존 구조물에 대한 불확실성이 얼마나 큰지에 따라 필요한 예비비 수준은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리고 공사비가 늘어나는 또 다른 원인은 설계단계에서 미처 확인하지 못했던 오류나 공종 간 간섭, 물량 누락 등에서 비롯될 수 있습니다.
평면적인 2D 도면만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부분이 많다면 BIM(Building Information Modeling) 등 3차원 모델을 활용해 설계 오류와 공종 간 간섭을 사전에 검토하는 방법도 고려할 수 있습니다.
국토교통부의 건설산업 BIM 시행지침에서도 BIM을 활용해 모델 오류와 간섭을 검토하고, 물량과 견적을 확인함으로써 설계 오류에 따른 설계변경을 줄일 수 있도록 하고 있습니다.
BIM을 활용하면 자재 수량과 공사비를 보다 체계적으로 산출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3D 모델을 사용한다고 물량오차가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모델의 상세수준과 입력정보, 설계 완성도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에 2D 도면과 BIM 물량을 비교하고 오차가 발생한 부분을 확인하는 과정도 필요합니다. 국토교통부 지침 역시 BIM 물량산출 결과에 대해 물량오차가 발생한 부분의 근거를 검토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이처럼 설계도서와 공내역서를 가능한 한 정밀하게 준비한 뒤 동일한 기준으로 입찰을 진행하면 시공사별 견적을 비교하기가 훨씬 쉬워지고, 착공 이후 “이 항목은 견적에 포함되지 않았다”는 식의 추가공사비 분쟁도 줄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시공사를 선정하실 때는 반드시 신용도와 실제 시공실적을 확인하셔서 재정적으로 공사를 끝까지 수행할 수 있는 업체인지 확인하시기 바랍니다.
지금까지 살펴본 세 가지 착각, 그리고 계약서와 도면 관리까지 전부 관통하는 하나의 원리가 있습니다.
건축비는 아끼는 것이 아니라 잘 배분하는 것이라는 사실입니다.
공사기간, 유지관리비, 자산가치, 계약 리스크는 서로 연결돼 있기 때문에 어느 한쪽의 비용만 무리하게 줄이면 다른 부분에서 더 큰 비용이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필자가 착공 전이신 예비 건축주분들께 마지막으로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것입니다.
견적서의 총액만 보지 마시고, 그 건물이 앞으로 30년, 40년 동안 무엇을 요구할지를 함께 그려보시라는 것입니다.
처음에 조금 덜 쓰는 것과, 건물을 오랫동안 싸게 운영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입니다.
그 차이를 알고 건축비를 배분하는 것이 결국 가장 큰 절감으로 돌아온다는 점, 꼭 기억해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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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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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건축공사비와 유지관리, 도급계약 및 건물의 생애주기비용에 관한 일반적인 부동산·건축 실무를 설명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실제 적정 공사비와 자재·설비 선택, 공사기간 및 계약조건은 건물의 규모·용도·구조·설계와 현장조건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건축계획은 건축사·시공사 및 관련 전문가와 검토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