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 보여주던 세입자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면…

“갱신권 번복” 분쟁, 매도인은 정말 속수무책일까?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집 보여주던 세입자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면…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최근 갈아타기 수요가 살아나면서 기존 집을 팔고 새로운 집으로 옮기려는 1주택자들이 늘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세입자와의 ‘퇴거 신뢰’가 깨지는 사고가 심심찮게 발생하고 있습니다. 세입자가 이사 나가겠다며 몇 달을 협조하다가, 정작 매매계약서에 도장을 찍자마자 갱신권을 쓰겠다고 태도를 바꾸는 경우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실제 실무에서 발생하는 사례를 토대로, 대법원이 이 문제를 어떻게 판단해왔는지 살펴보고, 매도인이 취할 수 있는 현실적인 대응 방법을 알려드리겠습니다.

실제 사례로 보는 문제의 본질

서울 목동에 거주하던 A씨는 노후 대비를 위해 보유 중이던 아파트를 매도하고 지방 소도시로 이주할 계획을 세웠습니다. 세입자 B씨에게는 6개월 전부터 매도 계획을 알렸고, B씨는 집 보러 오는 사람들에게 문을 열어주며 적극 협조했습니다. 그렇게 매수인 C씨와는 “세입자가 잔금일에 맞춰 퇴거하기로 구두 합의했다”는 전제 하에 실거주 목적의 매매계약이 체결되었습니다.

문제는 계약서에 도장을 찍은 다음 주에 터졌습니다. B씨가 돌연 “이사 갈 곳을 못 구했다”며 계약갱신요구권(전세나 월세 계약기간이 끝나갈 때, 세입자가 한 번 더 2년을 살겠다고 요구할 수 있는 법적 권리를 말합니다)을 행사하겠다고 통보한 것입니다. A씨는 매수인 C씨와의 계약이 무산될 위기에 놓였고, 결국 B씨에게 이사비 명목의 금전을 지급하기로 하는 각서를 쓰고 일부를 먼저 송금했습니다.

이런 구조의 분쟁이 반복되는 이유는 간단합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갱신요구권이 법이 보장한 강력한 권리이고, 매도인 입장에서는 이미 제3자와의 계약이 걸려 있어 협상력이 현저히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이 비대칭이 분쟁을 키우는 구조라고 보시면 됩니다.

집 보여주던 세입자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면…

대법원은 이 문제를 어떻게 봤을까요?

가장 먼저 확인해야 할 질문은 이것입니다.

“세입자가 갱신을 요구한 뒤에 집을 산 매수인도, 자신이 들어가 살겠다는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는가?”

이 질문에 답을 내놓은 것이 대법원 2022. 12. 1. 선고 2021다266631 판결입니다.

이 사건에서 대법원은 임차인이 이미 갱신을 요구한 뒤라 하더라도, 새로 소유권을 넘겨받아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한 매수인 역시 법이 정한 기간 안이라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여기서 ‘법이 정한 기간’이란 임대차계약이 끝나기 6개월 전부터 2개월 전까지를 말합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이 기간 안에 단순히 매매계약이 체결됐는지가 아니라, 매수인이 소유권을 취득해 임대인의 지위를 승계하고 그 기간 안에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거절 의사를 표시할 수 있는지 여부입니다.

다만 여기서 실무상 공백이 하나 생깁니다.

소유권이전등기를 마치기 전, 즉 아직 법적으로 ‘새 집주인’이 되지 않은 시점에는 매수인이 자신의 실거주를 이유로 직접 갱신거절권을 행사하기 어렵습니다.

따라서 실거주 매수인에게 집을 매도할 경우에는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기간뿐 아니라 잔금일과 소유권이전등기 시점을 함께 따져봐야 합니다. 대법원도 임차인의 갱신요구가 먼저 있었다는 사실만으로, 이후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매수인의 실거주 갱신거절이 당연히 배제되는 것은 아니라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기만 하면 다 인정될까요? 그렇지는 않습니다.

대법원 2023. 12. 7. 선고 2022다279795 판결은 여기에 중요한 제동을 걸었습니다.

이 판결의 핵심은 “실제 거주하려는 의사는 집주인이 말로만 주장한다고 곧바로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즉 실거주 의사를 증명할 책임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하는 임대인에게 있다는 취지입니다.

대법원은 갱신거절 전후로 집주인이 실거주 의사와 모순되는 말이나 행동을 하지는 않았는지, 현재의 주거 상황이나 가족의 직장·학교 등 생활환경은 어떤지, 실제 이사를 준비한 흔적이 있는지 등을 종합적으로 살펴야 한다고 밝혔습니다.

이 두 판결을 함께 놓고 보면 결론은 명확해집니다.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은 법적으로 가능하지만, 말뿐인 주장만으로는 부족하고 구체적인 정황과 증거가 뒷받침되어야 법원에서 인정받을 수 있다는 것입니다.

집 보여주던 세입자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면…

신의성실의 원칙, 세입자의 번복을 막는 방패가 될 수 있을까요?

A씨 사례처럼 세입자가 수개월간 매도 절차에 적극 협조하다가, 매매계약 체결 직후 갑자기 말을 바꾸는 경우는 어떨까요?

이럴 때 매도인은 민법 제2조가 정한 신의성실의 원칙, 흔히 ‘신의칙’이라 부르는 개념과 그 하위 원칙인 금반언을 떠올릴 수 있습니다.

하지만 세입자가 이전에 이사하겠다고 말했다거나 매매를 위해 집을 보여줬다는 사정만으로 갱신요구권 행사가 곧바로 신의칙에 위반돼 무효가 된다고 보기는 어렵습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 제10조는 법에 위반된 약정으로서 임차인에게 불리한 것은 효력이 없다고 정하고 있습니다. 정부의 주택임대차보호법 해설에서도 임차인이 계약 만료에 맞춰 나가기로 사전에 합의했더라도 이후 법정기간 안에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세입자가 장기간 매도 절차에 협조했고 퇴거 의사를 표시했다는 사정은 당사자 사이에 어떤 이야기가 오갔는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는 있지만, 그 사실만으로 계약갱신요구권이 소멸한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앞서 살펴본 2022다279795 판결에서 대법원이 갱신거절 전후의 사정이나 언동의 모순 여부, 상대방에게 형성된 정당한 신뢰 등을 살펴야 한다고 밝힌 것도 임대인이 주장하는 실거주 의사의 진정성을 판단하기 위한 기준입니다. 이를 세입자가 이전에 퇴거 의사를 밝혔다가 갱신권을 행사한 경우에 그대로 적용되는 신의칙 법리라고 볼 수는 없습니다.

그렇다고 정황 증거가 중요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

문자 메시지, 통화 녹취, 공인중개사가 확인한 내용, 집을 보여주기 위해 오간 연락 기록 등은 퇴거일이나 이사비 등 별도의 명도합의가 실제로 성립했는지, 당사자들이 어떤 조건을 합의했는지를 판단하는 자료가 될 수 있습니다.

관건은 단순히 “나가겠다”고 말했다는 정도인지, 아니면 퇴거일과 조건까지 구체적으로 정해 별도의 합의가 성립했다고 볼 수 있는지입니다.

집 보여주던 세입자가 갑자기 말을 바꿨다면…

이미 지급한 이사비, 되돌려 받을 수 있을까요?

A씨 사례처럼 궁박한 상황에서 각서를 쓰고 돈까지 보낸 경우, 그 합의를 없던 일로 할 수 있는지가 두 번째 쟁점입니다.

분쟁을 끝내기 위해 서로 양보하며 작성한 합의서는 민법 제731조가 정한 화해계약(다툼을 끝내기 위해 당사자들이 서로 한 발씩 양보하며 맺는 계약을 말합니다)의 성격을 띨 수 있습니다.

그리고 민법 제733조에 따르면 화해계약은 원칙적으로 나중에 “내가 오해해서 합의해줬다”는 착오를 이유로는 취소할 수 없습니다.

대법원도 오래전부터 이 원칙을 적용해 왔는데, 대표적으로 대법원 1997. 4. 11. 선고 95다48414 판결은 당사자가 다투던 대상 그 자체에 관한 착오라면 화해계약을 취소할 수 없다는 법리를 밝혔습니다.

다만 이 판결은 동시에, 당사자들이 애초에 다툼의 대상으로 삼지 않고 ‘당연한 전제’로 여겼던 사항에 착오가 있었다면 예외적으로 취소가 가능하다는 점도 함께 밝혔습니다.

이를 이사비 합의 사례에 적용해보면, “세입자가 갱신권을 행사할 수 있는지 여부” 자체가 당사자 간 다툼의 핵심 대상이었다면 이 부분에 관한 착오만으로는 합의를 뒤집기 어렵습니다.

다만 매도인이 처했던 상황이 단순한 ‘아쉬운 협상’을 넘어 경제적으로 궁박한 처지였고, 세입자가 이를 이용해 현저하게 불공정한 조건의 합의를 이끌어낸 사정이 인정된다면, 민법 제104조의 불공정한 법률행위가 문제될 여지가 있습니다.

또 협박 등으로 자유로운 의사결정이 제약됐다면 민법 제110조의 강박에 의한 의사표시 문제를 검토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이 길은 입증 부담이 상당히 크고 소송기간도 길어지는 만큼, 현실적으로는 마지막 카드로 남겨두시길 권해드립니다.

그래서 필자가 실무적으로 추천드리는 방향은 ‘반환 청구’보다 ‘명도 이행 담보’입니다.

명도란 세입자가 실제로 짐을 빼고 집을 비워주는 것을 뜻하는데, 이미 지급한 금액을 되찾으려 애쓰기보다 남은 잔여금을 이 명도 시점과 명확히 연동시켜 놓는 편이 훨씬 효율적입니다.

예컨대

“퇴거 및 열쇠 인도, 관리비 정산이 완료된 것을 확인한 즉시 잔여금을 지급한다.”

는 조건을 두고, 합의된 날짜까지 퇴거하지 않을 경우 기지급금 반환 여부와 잔여금 지급 의무, 지연에 따른 손해배상 등을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방식을 권해드립니다.

다음 거래를 위한 세 가지 준비

이런 분쟁을 겪은 매도인들이 공통적으로 하시는 말씀이 있습니다.

“그때는 이렇게까지 될 줄 몰랐다”는 것입니다.

다음 거래에서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으시려면 아래 세 가지를 계약 체결 이전 단계에서 반드시 챙기시기 바랍니다.

첫째, 세입자의 퇴거 의사는 가능한 한 서면으로 확인받으셔야 합니다.

언제 이사할 예정인지, 현재 갱신 의사가 있는지, 집을 보여주는 데 협조하기로 했는지 등은 구두로만 두기보다 문자나 서면으로 남기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하지 않겠다”는 사전 포기 확인서에 서명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갱신요구권이 없어졌다고 생각해서는 안 됩니다.

주택임대차보호법은 임차인에게 불리한 약정의 효력을 제한하고 있고, 정부 해설 역시 계약만료에 맞춰 나가기로 사전 합의했더라도 임차인이 이후 계약갱신요구권을 행사할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습니다.

따라서 서면 기록의 목적은 갱신권을 미리 없애는 것보다는 현재의 퇴거 계획과 당사자 사이의 협의내용을 명확하게 남기는 데 두는 것이 안전합니다.

둘째, 매매계약서 특약사항에 명도 관련 위험 분담 조항을 넣으셔야 합니다.

세입자의 예기치 못한 갱신요구로 명도가 지연되거나 불가능해질 경우 잔금일을 어떻게 처리할지, 매매계약을 계속 이행할지 또는 해제할 수 있는지, 손해와 비용은 누가 부담할지를 미리 문구화해두는 것이 좋습니다.

여기서 흔히 말하는 ‘계약금 배액배상’도 정확히 구분할 필요가 있습니다.

민법상 계약금이 해약금의 성격을 가지는 경우, 당사자 일방이 이행에 착수하기 전까지 계약금을 준 사람은 이를 포기하고 계약을 해제할 수 있고, 계약금을 받은 사람은 그 배액을 상환하고 해제할 수 있습니다.

따라서 계약을 어긴 사람이 언제나 계약금의 두 배를 물어주는 제도라고 단순하게 이해해서는 안 됩니다.

실제 계약위반으로 인한 손해배상과 계약금에 의한 해제는 별개의 문제이므로, 임차인 명도 불발 시 매도인과 매수인의 책임을 계약서 특약에서 구체적으로 정해두는 것이 중요합니다.

셋째, 일정 조율 과정의 기록은 남기는 습관을 들이시기 바랍니다.

당사자끼리만 오간 대화는 나중에 “그런 말 한 적 없다”는 다툼으로 번지기 쉽습니다. 공인중개사가 중간에서 확인한 내용이나 문자·통화 기록은 퇴거 일정과 협의내용을 입증하는 데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이런 기록이 있다는 이유만으로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가 자동으로 무효가 되는 것은 아닙니다.

기록의 의미는 당사자 사이에서 어떤 협의와 약속이 있었는지를 객관적으로 확인하는 데 있다고 이해하는 것이 정확합니다.

이처럼 세입자의 계약갱신요구권은 주거 안정을 위해 법이 부여한 정당한 권리입니다.

앞서 살펴본 2021다266631 판결은 임차인이 먼저 갱신요구권을 행사했더라도 이후 임대인 지위를 승계한 매수인이 법정기간 안에 실제 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수 있다는 점을 밝혔습니다.

2022다279795 판결은 실거주를 이유로 갱신을 거절할 때 그 의사가 진정한 것인지를 임대인이 입증해야 한다는 기준을 제시했습니다.

반면 세입자가 앞서 “나가겠다”고 말했다거나 집을 보여주는 데 협조했다는 사실만으로 갱신요구권이 사라지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매도인 입장에서는 감정적으로 대응하기보다 임차인의 갱신요구권 행사 가능 시기, 매수인의 소유권 취득 시기, 실거주 갱신거절 가능 여부, 명도가 되지 않을 경우의 매매계약 처리방법을 계약 전에 함께 확인하는 것이 가장 현실적인 대응입니다.

부동산 거래는 결국 신뢰를 기반으로 한 약속의 연속입니다.

그 약속이 흔들릴 조짐이 보인다면 구두 약속만 믿기보다 서면으로 협의내용을 남기고, 임차인의 법적 권리가 남아 있는지를 함께 확인하는 습관이 가장 큰 자산 방어 수단이 된다는 점, 꼭 기억해두시기 바랍니다.


배준형 수석전문위원
밸류업이노베이션 대표이사
공인중개사 · 디벨로퍼 · 법원경매 매수신청대리인
한경부동산밸류업센터
문의 : landvalueup@hankyung.com · 02-3277-98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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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주택 임차인의 계약갱신요구권, 실거주를 이유로 한 갱신거절, 임차주택 매매 및 명도합의와 관련한 일반적인 법률·부동산 실무를 설명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구체적인 갱신요구권 행사 여부와 갱신거절 가능 여부, 퇴거·명도합의의 효력 및 손해배상책임은 계약내용과 통지 시점, 소유권 이전 시기 등 개별 사실관계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실제 분쟁에서는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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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축도면에 이상은 없는지, 시공에 대한 물리적 하자는 없는지
건축의 모든 공정 단계에서 전문가가 결과물의 품질을 검토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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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률위험 분석

재산중에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부동산투자에서 발생할수있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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