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대차 종료 후 “원상회복비용, 모두 내가 물어줘야 하나요?”
전차인·임차인이라면 반드시 알아야 할 것
배준형의 밸류업 클래스

안녕하세요. 여러분의 부동산 주치의 배준형 수석전문위원입니다.
이번 시간에는 임대인과 임차인, 그리고 실무에서 종종 등장하는 전차인(임차인에게서 다시 임차한 사람) 사이에서 가장 빈번하게 다툼이 벌어지는 주제, ‘원상회복의무’를 다뤄보려 합니다.
전세든 월세든 계약이 끝나고 이사를 나갈 때, “벽지가 낡았으니 새로 해놓고 가라”, “장판이 헤졌으니 교체비를 내라”는 요구를 받아본 분들이라면 이 글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것입니다.
원상회복의무란 무엇인가?
원상회복의무는 쉽게 말해 “빌린 목적물을 계약이 끝난 뒤 원래의 상태에 맞게 돌려주어야 하는 의무”입니다.
우리 민법은 이를 명문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민법 제615조(차주의 원상회복의무와 철거권)
차주가 차용물을 반환하는 때에는 이를 원상에 회복하여야 한다. 이에 부속시킨 물건은 철거할 수 있다.
민법 제654조(준용규정)
제610조제1항, 제615조 내지 제617조의 규정은 임대차에 이를 준용한다.
즉 사용대차에 적용되는 원상회복 규정이 제654조를 통해 임대차에도 준용되는 구조입니다.
다만 여기서 말하는 ‘원상’이 무조건 입주 당시 모든 것을 새것과 같은 상태로 돌려놓으라는 뜻은 아닙니다.
대법원도 임차인이 임차목적물을 수리하거나 변경한 경우에는 원칙적으로 그 부분을 철거해 임대 당시 상태로 사용할 수 있도록 해야 하지만, 구체적인 원상회복의무의 내용과 범위는 임대차계약의 체결 경위와 내용, 임대 당시 목적물의 상태, 임차인이 수리하거나 변경한 내용 등을 고려해 개별적으로 판단해야 한다고 보고 있습니다.
실무에서 분쟁이 끊이지 않는 이유가 바로 이 지점에 있습니다.

판례가 말하는 ‘통상손모’와 임차인의 책임
판례에서는 임차인이 계약기간 동안 사회통념상 통상적인 방법으로 목적물을 사용·수익하면서 자연스럽게 발생한 손모와, 임차인의 고의·과실이나 비정상적인 사용으로 발생한 훼손을 구별해 판단합니다.
임차인이 계약기간 동안 사회통념상 통상적인 방법으로 집을 사용·수익했다면,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생긴 벽지의 색바램, 장판의 눌림 자국, 바닥재의 일반적인 마모 등은 이른바 ‘통상손모’로 볼 수 있습니다.
쉽게 말해 ‘정상적으로 살다 보면 자연스럽게 생기는 낡음’입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에서는 이러한 통상손모에 대해 특약이 없는 한 임차인이 그 원상회복비용을 부담한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임대차라는 계약 자체가 목적물을 사용하고 그 대가로 임료를 지급하는 관계이고, 정상적인 사용에 따른 목적물의 손모 역시 임대차에서 예정돼 있다는 이유입니다.
반면 임차인의 부주의나 고의로 발생한 파손, 예를 들어 무거운 물건을 떨어뜨려 바닥이 깨졌다거나 반려동물이 벽지나 문을 심하게 훼손한 경우 등은 단순한 통상손모와는 달리 임차인의 원상회복 또는 손해배상 책임이 문제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벽지나 장판이 손상됐다는 사실만으로 임차인이 무조건 교체비를 부담하는 것도 아니고, 반대로 장기간 거주하면서 발생한 손상이라고 해서 모두 통상손모로 처리되는 것도 아닙니다.
손상의 원인과 정도, 사용기간, 임대 당시 상태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특약이 없으면 통상손모까지 부담시키기는 어렵다”
여기서 실무적으로 중요한 포인트가 나옵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판결은 건물 임대차에서 발생하는 통상의 손모에 관한 원상회복비용까지 임차인에게 부담시키려면, 임차인이 어떤 손모에 대해 어느 정도의 비용을 부담하는지 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명시돼 있거나 임대인이 그 내용을 명확히 설명하고 임차인이 이를 인식해 합의한 것으로 인정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실제 해당 사건에서는 계약서에 “퇴실 시 원래의 도면 상태로 원상회복한다”는 특약이 있었지만, 법원은 이 문구만으로는 통상적인 사용으로 발생한 손모까지 임차인이 보수하기로 구체적으로 합의했다고 보기 어렵다고 판단했습니다.
다시 말해 계약서에 단순히 “임차인은 퇴거 시 원상회복한다”는 식의 포괄적인 문구만 있다면, 그 문구만으로 통상손모에 해당하는 모든 도배·장판 교체비용까지 곧바로 임차인에게 청구할 수 있다고 단정하기는 어렵습니다.
다만 계약서에 “퇴거 시 도배와 장판을 임차인 비용으로 교체한다”는 식으로 부담 대상과 범위가 구체적으로 정해져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특약의 존재 여부뿐 아니라 그 특약에 무엇이 어느 정도까지 구체적으로 기재돼 있는지를 확인해야 합니다.

임차인이 설치하지 않은 시설도 원상회복해야 할 수 있다
한 가지 더 알아둘 부분이 있습니다.
“내가 설치한 시설이 아니니 내가 철거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반드시 그런 것은 아닙니다.
대법원은 2019년 한 상가 임대차 사건에서 현재 임차인이 이전 임차인이 설치했던 커피전문점 인테리어시설을 인수해 사용한 경우, 임대차계약의 내용 등을 고려하면 자신이 직접 설치하지 않은 시설이라도 현재 임차인이 철거하고 원상회복할 의무를 부담할 수 있다고 판단했습니다.
따라서 기존 시설이 설치된 상가를 권리금 거래 등을 통해 인수할 때는 임대차 종료 시 그 시설을 누가 철거할 것인지도 계약 단계에서 확인해야 합니다.
“전 임차인이 설치한 것이니 나는 책임이 없다”고 생각했다가 퇴거할 때 상당한 철거비를 부담하는 상황이 생길 수 있습니다.

전대차 상황에서는 더 복잡해진다
최근 부동산 분쟁 현장에서는 임차인이 다시 제3자에게 목적물을 빌려준 전대차 관계에서 원상회복 문제가 발생하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 경우 임대인-임차인-전차인 3자 간 법률관계가 얽히면서 실제 사용한 전차인이 손모의 원인을 제공했는지, 원 임차인이 임대인에 대해 어떤 책임을 지는지가 함께 문제가 됩니다.
특히 임대인의 동의를 받은 적법한 전대차라면 민법 제630조에 따라 전차인은 직접 임대인에게 일정한 의무를 부담합니다. 그러나 임대인과 임차인 사이의 원래 임대차관계가 없어지는 것은 아니므로, 원 임차인 역시 자신의 임대차계약에 따른 책임에서 당연히 벗어나는 것은 아닙니다.
따라서 전차인이 실제로 시설을 파손했다고 하더라도 임대인과 원 임차인 사이에서는 우선 원 임대차계약의 내용에 따라 책임이 문제될 수 있고, 이후 원 임차인과 전차인 사이에서 전대차계약에 따른 비용 정산이나 손해배상 문제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결국 전대차가 있는 경우에는
① 훼손 부위와 정도
② 실제 사용한 사람과 훼손 원인
③ 임차·전차 기간
④ 통상적인 사용 범위를 벗어났는지 여부
⑤ 임대차계약과 전대차계약의 원상회복 특약
등을 함께 살펴봐야 합니다.
원상회복비 전액을 한 사람이 무조건 부담한다고 미리 단정하기보다는 각 계약관계와 훼손의 원인을 구체적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실무에서 꼭 챙겨야 할 3가지
첫째, 입주 시 상태를 반드시 사진·영상으로 남겨두세요.
벽지, 장판, 싱크대, 창틀 등 주요 부위를 촬영해두면 나중에 분쟁이 생겼을 때 기존에 있던 손상인지, 임차기간 중 새롭게 발생한 손상인지를 가리는 중요한 증거가 됩니다.
가능하면 계약 체결 당시 임대인과 함께 확인하고 사진 촬영일도 남겨두는 것이 좋습니다.
둘째, 계약서의 특약 조항을 꼼꼼히 확인하세요.
“원상회복비용은 임차인이 부담한다”는 식의 포괄적인 문구만으로 통상손모까지 모두 임차인이 부담하는지에 대해서는 다툼이 생길 수 있습니다.
반대로 특정 시설이나 도배·장판, 인테리어 철거 등에 대해 구체적인 원상회복 범위를 합의했다면 그 특약이 중요한 판단자료가 됩니다.
따라서 계약 단계부터 어떤 부분을 어느 상태로 돌려놓을 것인지 명확히 적어두는 것이 좋습니다.
셋째, 분쟁 발생 시 소송보다 조정 절차를 먼저 고려하세요.
주택 임대차라면 주택임대차분쟁조정위원회 등을 통한 조정도 검토할 수 있습니다.
원상회복은 손상의 원인과 정도, 사용기간, 수리비 등을 놓고 사실관계가 첨예하게 다투어지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비용과 시간이 많이 드는 소송에 앞서 당사자 간 협의나 조정을 시도해보는 것도 현실적인 방법입니다.
다만 전대차처럼 당사자 관계가 복잡하거나 고액의 상가 인테리어 철거비가 문제되는 사건이라면 조정 대상과 당사자 적격 등을 먼저 확인할 필요가 있습니다.
이처럼 원상회복의무는 임대차 계약의 ‘끝’에서 발생하지만, 사실상 계약을 맺는 ‘시작’ 단계에서부터 관리해야 하는 문제입니다.
입주 당시의 상태를 기록하고, 계약서상 원상회복 범위를 명확히 정해두는 것만으로도 퇴거할 때 발생할 수 있는 불필요한 분쟁과 비용 부담을 크게 줄일 수 있습니다.
특히 기억해야 할 것은 ‘원상회복’이 곧 ‘모든 것을 새것으로 만들어 놓고 나가라’는 뜻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정상적으로 사용하면서 자연스럽게 낡은 것인지, 임차인의 고의나 과실로 훼손된 것인지, 임차인이 별도의 시설을 설치하거나 구조를 변경한 것인지, 계약서에 어떤 원상회복 특약이 있는지를 구분해 판단해야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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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본 칼럼은 임대차 종료 시 원상회복의무와 관련한 일반적인 법률·부동산 실무를 설명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구체적인 원상회복 범위와 비용 부담은 임대차·전대차계약의 내용, 목적물의 최초 상태, 훼손의 원인과 정도, 사용기간 등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분쟁이 예상되는 경우 관련 전문가의 검토를 받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