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개발 기대가 사라지면, 부동산 가치는 어떻게 다시 봐야 할까?
현재 사용가치·개별 밸류업·개발 옵션을 나눠 평가하고 “재개발이 안 돼도 살 이유가 있는가”부터 따져야
천우석의 밸류업 인사이트

부동산 가격에는 현재 가치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기대도 반영됩니다.
오래된 주택이나 근린생활시설도 재개발이나 소규모 정비사업 가능성이 거론되면 평가 방식이 달라집니다. 지금 얼마의 임대수익을 내는지보다 앞으로 어떤 자산으로 바뀔 수 있는지가 매매가격에 더 큰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최근 서울시는 모아타운과 신속통합기획 후보지 가운데 사업이 취소된 지역의 정보를 별도로 공개하기 시작했습니다. 후보지 단계에서는 사업 취소에 대한 별도의 법정 고시 의무가 없어 거래 과정에서 혼선이 생길 수 있다는 이유입니다.
이런 변화에서 투자자가 생각해 볼 문제는 ‘취소된 지역의 가격이 얼마나 내려가야 하는가’가 아닙니다.
그동안 가격을 설명했던 개발 시나리오가 달라졌다면, 그 부동산의 가치를 무엇으로 다시 설명할 것인가가 더 중요한 질문입니다.
개발 기대도 가치지만 확정된 가치는 아니다
정비사업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은 현재 건물의 임대수익이나 기존 사용가치만으로 거래가격을 설명하기 어려운 경우가 있습니다.
미래 개발 가능성이 일종의 ‘개발 옵션가치’로 가격에 반영되기 때문입니다.
문제는 가능성을 확정된 개발이익처럼 평가할 때 생깁니다. 정비사업은 후보지 검토부터 실제 사업 완료까지 주민 동의와 인허가, 공사비, 금융비용, 사업기간 등 많은 변수를 거칩니다.
사업 초기일수록 기대되는 개발이익뿐 아니라 실현 가능성과 시간, 비용과 위험을 함께 고려해야 합니다.
반대로 사업이 취소됐다고 해당 부동산의 가치가 일정 비율만큼 떨어져야 한다고 단정할 수도 없습니다. 현재 추진되던 하나의 개발 시나리오가 달라진 것이지, 토지와 건물이 가진 다른 가치나 장래 가능성까지 사라지는 것은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가치의 구성요소를 다시 나눠볼 필요가 있습니다.
부동산 가치를 세 부분으로 나눠보면
정비사업 가능성이 있는 부동산은 투자자의 관점에서 크게 세 가지 가치로 나눠볼 수 있습니다.
첫째는 현재 사용가치입니다. 지금 상태에서 건물이 만들어내는 임대수익과 토지·건물의 현재 가치입니다.
둘째는 개별 밸류업 가치입니다. 정비사업에 기대지 않고도 리모델링이나 용도변경, 증축, 개별 신축 등을 통해 해당 자산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입니다. 말하자면 정비사업 없이도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자산 자체의 체력입니다.

셋째는 정비사업의 개발 옵션가치입니다. 여러 필지를 묶은 개발이 현실화됐을 때 기대할 수 있는 추가 가치입니다.
정비사업 추진 여건이 달라졌다면 세 번째 가치를 다시 평가해야 합니다. 동시에 첫 번째와 두 번째 가치만으로 현재 가격을 어느 정도 설명할 수 있는지도 살펴봐야 합니다.
이때 가장 먼저 던질 질문은 단순합니다.
“재개발이 되지 않아도 이 부동산을 살 이유가 있는가.”
개발 기대를 보고 투자하는 것과 개발 기대에만 의존해 투자하는 것은 다릅니다.
입지의 희소성과 장기적인 도시 변화 가능성을 분석해 미래가치에 투자하는 것도 합리적인 투자전략입니다. 다만 기대했던 시나리오가 실현되지 않았을 때도 자산의 가치가 어디에서 나오는지는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발계획이 달라지면 최유효이용도 다시 봐야 한다
정비사업 가능성이 낮아졌다면 최유효이용(Highest and Best Use) 역시 다시 검토해야 합니다.
최유효이용은 용적률을 최대한 채우거나 가장 큰 건물을 짓는 것을 뜻하지 않습니다. 법적으로 허용되고 물리적으로 가능하며, 시장수요가 존재하고 경제적으로 타당한 대안 가운데 가장 높은 가치를 만드는 이용방식을 찾는 과정입니다.
기존 건물을 계속 운영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고, 필요한 부분만 리모델링해 수익성을 높이는 것이 나을 수도 있습니다. 개별 신축이나 용도전환이 더 적합한 경우도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단순히 NOI가 가장 높은 대안을 고르는 것도 아닙니다. 필요한 투자비와 금융비용, 사업기간, 시장수요와 위험까지 반영한 뒤 최종적으로 가장 높은 자산가치를 남기는 대안을 찾아야 합니다. 수익형 부동산이라면 그 과정에서 지속 가능한 NOI가 중요한 판단 근거가 됩니다.
결국 정비사업이라는 이름을 떼어낸 뒤에도 이 토지와 건물이 스스로 만들어낼 수 있는 가치가 무엇인지 다시 찾아보는 것이 핵심입니다.
가격의 방향보다 가치의 근거를 다시 봐야
개발 호재는 부동산 가격을 움직이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그러나 호재가 달라졌다고 해서 가격의 방향부터 단정하는 것은 가치평가의 순서가 아닙니다.
먼저 현재 사용가치를 보고, 개별적으로 어떤 밸류업이 가능한지 살펴본 뒤, 남아 있는 개발 가능성에 얼마의 가치를 부여할 수 있는지를 다시 계산해야 합니다.
“재개발되면 얼마가 될까”를 계산하기 전에 “재개발이 되지 않아도 왜 이 부동산을 보유하거나 매입해야 하는가”를 설명할 수 있어야 합니다.
개발 기대가 큰 부동산일수록 그 질문에서 투자분석을 시작하는 편이 안전합니다.
※ 본 칼럼은 정비사업 여건 변화에 따른 부동산 가치평가의 관점을 일반적으로 참고할 수 있도록 작성된 정보성 콘텐츠입니다. 개별 부동산의 가치와 개발 가능성은 대상 지역의 도시계획, 사업 추진 경과, 시장 상황에 따라 달라질 수 있으므로 구체적인 거래·투자 결정 전에는 관련 전문가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