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업용 부동산, ‘돈의 피난처’가 되기 위한 조건
WM라운지
10·15 대책 이후 주거용 부동산 시장의 거래가 눈에 띄게 얼어붙었다. 대출 규제와 세제 강화가 겹치면서 매수·매도자 모두 관망세로 돌아섰고, 그 사이 시장의 숨통은 더욱 좁아지고 있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자연스럽게 관심이 이동한 곳이 바로 상업용 부동산이다. 주식과 코인에서 차익을 실현한 유동 자금은 물론, 갈 곳을 잃은 부동 자금까지 “일단 어디에라도 안전하게 넣어두자”는 심리가 강해지며 상업용 부동산을 잠재적 피난처로 바라보고 있다.
최근 급격한 자산 가격 변동, 반복되는 금융 불안, 화폐 가치 하락 우려는 부동산의 ‘실물자산’적 성격을 더욱 부각시키고 있다. 시장 참여자들은 변동성이 적고 실체가 있는 자산에 자금을 파킹해 두는 것이 심리적으로도, 전략적으로도 낫다고 판단하는 분위기다. 문제는 이처럼 수요는 늘어나지만, 정작 투자할 만한 ‘우량 매물’을 찾기가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다는 점이다.
금리 인하가 더디게 진행되면서 금융 비용 부담은 여전히 높고, 주요 지역의 부동산 가격은 이미 상당 부분 상승하여 “지금 사는 것이 비싼 건 아닌가?” 하는 우려가 크다. 게다가 오프라인 상권 자체가 온라인 소비 확대로 구조적 쇠락을 겪고 있어 상업용 부동산의 실수익률은 과거만 못한 것이 현실이다. 공실 리스크가 상시 존재하는 시대가 된 만큼, 단순히 건물을 보유하는 것만으로는 안정적 현금 흐름이 보장되지 않는다.
이렇듯 돈은 갈 곳이 없지만 막상 매입을 결정하기는 어려운 아이러니한 시장이 만들어지고 있다. 투자 의사는 있으나 확신이 부족하고, 대기 자금은 있으나 타이밍을 잡지 못하는 상황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대담함’이 아니라 ‘선별력’, 즉 옥석을 가리는 신중함이다.
옥석을 가리기 위한 첫 번째 원칙은 코어 지역에 집중하는 것이다. 수도권 핵심지, 도심 업무지구, 대규모 배후 수요가 검증된 지역은 경기 변동에도 수요가 꾸준히 유지되는 편이다. 특히 상업용 부동산은 입지의 영향력이 주거용보다 훨씬 직접적이고 즉각적이다. 유동 인구가 줄거나 상권이 이동하면 수익성이 곧바로 악화되기 때문에, 이미 수요가 확고하게 형성된 코어 지역을 중심으로 접근하는 것이 리스크를 줄이는 기본 전략이 된다.
두 번째 원칙은 역세권·대로변 등 기본기에 충실한 입지 여부다. 접근성이 좋은 곳, 가시성이 확보되는 곳, 교통·상업 인프라가 정비된 곳은 장기적으로 공실 위험을 낮추고 수익 안정성을 높여준다. 상권의 트렌드가 빠르게 변하는 시대일수록 기본에 충실한 입지의 가치는 더욱 부각된다. 상업용 부동산은 결국 ‘사람의 흐름이 수익을 만든다’는 단순한 원리를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 상업용 부동산 시장은 다시 기회를 모색하는 자금들이 대거 몰릴 준비를 하고 있지만, 그만큼 위험도 동시에 존재하는 국면이다. 불확실성 속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화려한 조건이나 단기 수익이 아니라, 확실한 입지와 검증된 상권이라는 기본적이면서도 변하지 않는 원칙을 지키는 것이다.
변동성의 시대일수록 더 많은 정보보다 더 정확한 판단이 필요하다. 결국 상업용 부동산에서 승부를 가르는 것은 ‘옥석을 가려내는 힘’이다. 이제는 그 힘을 축적해야 할 때다.
하나은행 하나더넥스트본부 부동산투자자문센터
박진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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